태능길...몇차례 왔지만 애학교를 찾지 못해 헤메여서 인지 아직 익숙치 못하다...
첫애를 학교에 들여 보내고 담배불 붙이며, 횡단보도 앞에 섰다...
건너는 사람도, 정지해 있는 차도 없는 느슨함...
초록 신호등이 깜빡이자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 신호등이 보여서 서행하는 중, 느닷없이 경찰관이 나타나더니 다가온다...
"아뿔싸"
초등학교 앞...스쿨존에서 신호위반이라...
흐~ 최소 5만원...
"아~ 미안합니다...건너는 사람이 없어 그만..."
열린 창문으로 다가선 경찰은 차 내부를 빼꼼히 들여다 본다...
"이거 여기서 나는 소리입니까?"
"네"
늘 버릇처럼 듯던 김동규가 진행하는 CBS방송의 클래식 음악이 차안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경찰관인 듯 했다.
이미 위반행위를 시인해서인지 굳이 운전자의 위반행위를 언급하지 않는다..
"면허증을 주시겠습니까?"
"네"
안주머니 지갑에서 면허증을 꺼내는 중 경찰관은 다시 묻는다
"혹시 교수십니까"
"..."
"딱 교수님 같은데...."
확신을 한 듯 재차 묻는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확신을 한 듯하여 어찌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냥 아이들 가르치고 있습니다"
"네"
상대의 확신을 굳이 깨고 싶지 않아 그러마하고 대답하며 면허증을 건네주었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PDA에 면허증 번호를 누르고 있다...
"선생님, 스티커는 발부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다음부터는 주의하지요"
면허증을 돌려 받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 스티커를 발부받지도 않고, 또 듣기 싫은 소리도, 인상도 쓰지 않으며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었을까?
옆 조수석에 놓인 까만 가방과 봄코트...부한 머리카락에 갓 면도한 턱...
이것이 나를 교수로 만들었나?
바이올린 선율이 선한 목자로 만들었나?
상대의 확신을 굳이 부정하지 않아 이렇게 되었나?
나그네의 옷을 벗긴 햇살이야기가 생각나는 오늘 아침이다...
첫댓글 그 상황이라면 악착같이 교수 아니라고 말했을 학O님을 잠시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햇살만큼이나 따사롭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뜨거운 불판님 글과 위 설송님의 글에 대해 답글 올립니다. 예전, 이발하기 귀찮아 머리카락이 자라는대로 두었더니 어깨 넘어까지 길어져 머리카락을 묶고 다녔는데, 어느때 식당에 갔더니 음식나르는 아주머니가 다정히 앉아 '예술하시는 분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지요. 예의 경찰관 처럼, 너무 확신에 찬듯한 눈에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요. 사실 농사도 종합예술이란 생각을 가끔 하고 있었으니 영 엉터리 답은 아닐듯하기도 하고...
'그 상황이라면 악착같이 교수 아니라고 말했을 학O님을 잠시 생각했습니다' 하하, 너무 웃다가 의자에서 떨어질 뻔....흐흐..특히 그 '악착같이'라는 말에 우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