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은 여름이 되면 큰 살구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포항제일교회 마당의 느티나무는 우리의 그늘이 되어주었다.
지난주일 저녁에는 신대원을 졸업한지 20년 만에 동기들이 춘천성광교회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다. 우리들은 신대원을 다니는 3년 동안 강의실, 동아리 방, 식당, 교회에서 함께 기도하면서 길을 찾았다.
지금은 큰 교회, 개척교회, 농촌교회, 신학교, 방과 후 공부방, 책을 번역하고 출판하는 등등 다양한 사역을 한다.
20년 전에 가졌던 순결하고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마음을 여전히 느껴졌다.
춘천 성광교회를 섬기는 조용아목사가 춘천의 명물인 닭갈비를 저녁으로 대접했다.
피곤한 주일 밤이었으나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은 듯이 시간이 지나가는 줄을 모르고 각자의 고민과 교회의 현안을 자유롭게 대화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월요일 아침에 춘천 출신인 동기가 점심을 산다고 하여 시원한 바다가 있는 양양으로 달려갔다.
시원한 그늘이 되어준 동기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시원해지고 힘이 불끈 솟는다.
화요일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만나는 친구와 고등학교 선배목사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친구는 나와 고등학교, 포항시교회연합회, 서울에서 자취방, 새문안교회, 새민족 교회, 결혼하기 전에 아내를 알고, 결혼한 뒤에도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서 밥을 먹고, 밤을 지새웠다.
34년 전,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이 불현 듯이 떠올랐다. 생전 처음으로 상여를 매었는데 그 날은 무척 무더운 여름이었다.
키가 큰 나는 다른 사람의 틈바구니에서 험난한 산길을 올랐다.
지금 친구는 꽤 규모가 있는 회사를 운영을 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친구는 ‘나는 돈을 벌어서 힘겹게 목회하는 친구, 선배들에게 점심을 사 주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5년 전, 내가 친구에게 건축헌금을 부탁했을 때 그는 서슴없이 해주었다.
친구는 마음과 물질로서 나는 영적인 일로 그늘이 되어주려고 한다.
뜨거운 햇살을 받는 나무만이 시원한 그늘이 된다. 땀 흘려 일한 사람만이 냉수가 고맙다. 아무런 죄가 없으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들의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신다.
시57편1절 “내 영혼이 주께로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이 재앙들이 지나기까지 피하리라.”
나는 누구의 그늘이 되어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