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옛날 그 보리밥
체력단련운동을 다니는 곳에서 알게 된 주부 한 분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무엇을 드시고 싶으냐고 물어 옛날 보리밥이라고 했다. 그녀는 운동을 하는 시간이 서로 달라 마음대로 시간을 정해 만날 수도 없는 처지이다. 어쩌다 만나게 되면 그녀는 빚진 사람마냥 ‘아이고 보리밥집 말만 해 놓고 모시지 뭇 해서 어쩌느냐?’고 미안해하는 바람에 이름난 보리밥 집의 소재지를 확인 했다.
확인 후 맞은 첫 일요일에 그 집을 찾아갔다. 집은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대평리 시장 안에 있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집은 일요일에는 휴업이었다. 주변에 보리밥 집이 있으면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으니 가까운 곳에 있는 보리밥집도 일요일이면 휴업이라는 것이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점심을 해결하고 하려던 집안 어른의 성묘부터 먼저 했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 높고 푸른 가을 하늘 해맑은 가을 햇살 아래 가을바람 시원한 가운데 백일홍이 만개한 공원 묘역에서 말끔한 성묘를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날 벼르던 그 보리밥집을 다시 찾았다. ‘큰 나무’집이란 상호 아래 보리밥 집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죽 서 있었다. 식당에서 내다준 의자에 앉아 기다릴 때 식당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식당에서 나오는 토종 된장찌개, 보리밥 구수한 냄새가 먼저 입맛을 당기게 했다. 얼마 있으니 한 팀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순서를 빼앗길 세라 서둘러 들어가 시멘트 바닥 홀에 차려진 테이블 가운데 빈자리를 먼저 잡으며 보리밥을 주문했다.
홀 에는 4명이 앉는 테이블 4개밖에 없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고 자릴 잡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보리밥을 주문했다. 밥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나온 것은 넓직한 플라스틱 밥그릇에 막 퍼 나온 푹 퍼져 구수한 보리밥과 애호박 두부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펄펄 끓는 집 된장 한 냄비를 비롯해 가을상추 겉절이, 애 배추 데쳐 무친 것, 무생채 삶아 무친 가지나물, 간장 양념에 썰어 놓은 묵 한 사라, 그리고 집 고추장과 참기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입은 입대로 손은 손대로 바빠지며 보리밥을 비벼서 입장구 치며 바삐들 먹었다. 너도 나도 ‘집 된장 찌게 상추겉절이 맛이 그만인 걸!’
50대 주부 2인은 주방과 홀을 모두 담당하여 호흡을 척척 맞춰 모자란 일손 몰리는 시간에도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나오는데 고맙다기에 맛있게 잘 먹고 간다며 ‘입소문이 거짓말이 아니다’고 했더니 ‘그래유? 난 몰라유, 손님들이 찾아주시니 그저 고맙기만 하지유, 뭐!’라며 시골 아주머니 꾸밈없는 웃음.
많은 사람들 요즘 그 옛날 그 맛을 그리며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5. 8. 28.)
첫댓글 천규의 글에는 유명 맛집 얘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대개 상호를 생략하거나 구체적인 장소도 밝히지 않아 궁금한 적이 많았었는데 오늘의 글에는 그 유명한 보리밥 집 이름과 장소까지 밝혀줘 고맙구려.집주인 아주머니의 한마디 ‘그래유? 난 몰라유, 손님들이 찾아주시니 그저 고맙기만 하지유, 뭐!’라는 말투에 보리밥 의 구수한 맛이 풍기는구려 . 그쪽을 지나느 일이 생기면 한번 꼭 들러야겠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