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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8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8장)
[제8장 해석]
사성기士成綺가 어느 날 노자老子를 뵙고 이렇게 물었다.
“저는 선생이 성인聖人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일부러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서 뵙고자 했습니다. 백일 동안 발에 못이 수없이 박히면서도 감히 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선생의 모습을 보건대 선생은 성인이 아니십니다. 쥐구멍에 먹다 남은 쌀 알갱이가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니 어질지 못한 짓입니다. 날것과 익힌 것들이 눈앞에 잔뜩 남아 있는데도 한없이 재물을 쌓고 거두어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노자老子는 조용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성기士成綺가 다음 날 다시 노자를 뵙고 말했다. “어저께 저는 선생을 헐뜯었는데 지금은 제 마음이 바르게 되어 그런 생각을 물리치게 되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요?”
노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거나 신성神聖한 사람의 경지를 나는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어제 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나도 스스로 소라고 했을 것이고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나도 말이라고 했을 것일세. 만일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데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더 큰 재앙을 받을 것이니 내가 승복하는 것은 늘 그렇듯 떳떳하게 승복하는 것이지 복종하기 위해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네.”
사성기士成綺가 노자를 비스듬히 뒤따라 걸으며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천천히 걸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몸을 닦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노자가 말했다. “자네의 얼굴은 깎아지른 듯 모나며 자네의 눈은 똑바로 쏘아보고, 자네의 이마는 높이 솟아 있고, 자네의 입은 크게 벌려져 있고, 자네의 풍채는 높은 산처럼 위압적인 모습이어서 마치 내달리는 말을 억지로 묶어 멈추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움직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네만 일단 튕기면 움직임이 쇠뇌같이 빠르고 살피는 일은 상세하고 지혜와 재주가 뛰어난데다 마음의 교만함이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 이런 태도는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하니 변경에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 이름을 ‘도둑놈’이라 하더군.”
士成綺見老子而問曰 吾聞夫子聖人也 吾固不辭遠道而來願見
百舍重趼而不敢息 今吾觀子非聖人也 鼠壤有餘蔬而棄妹 不仁也
生熟不盡於前 而積斂無崖 老子漠然不應
(사성기 견노자이문왈 오는 문부자 성인야라하고 오 고불사원도이래원견하야
백사에 중견이불감식호니 금오 관자혼댄 비성인야로다 서양에 유여소 이기매하니 불인야로다 생숙부진어전이어늘 이적렴무애여 노자 막연불응한대)
“저는 선생이 聖人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일부러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서 뵙고자 했습니다.
백일 동안 발에 못이 수없이 박히면서도 감히 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선생의 모습을 보건대 선생은 성인이 아니십니다. 쥐구멍에 먹다 남은 쌀 알갱이가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니 어질지 못한 짓입니다.
날것과 익힌 것들이 눈앞에 잔뜩 남아 있는데도 한없이 재물을 쌓고 거두어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老子는 조용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 사성기士成綺 : 인명. 가공의 인물.
☞ 固는 ‘정말, 참으로’의 뜻.
☞ 백사중견百舍重趼 : 사舍는 군대가 하루 동안 행군하는 거리. 1사舍는 30리, 약 10㎞라는 설이 있다. 하루 행군하고 쉰다는 뜻에서 사舍자를 쓴 것이다. 견趼은 굳은살[지胝].
☞ 서양유여소鼠壤有餘蔬 : 수채 구멍에 쌀 알갱이가 버려져 있다는 뜻으로 음식을 아끼지 않는 태도를 비난하는 표현이다. 서양鼠壤은 쥐구멍의 흙덩어리. 소蔬는 쌀 알갱이. 푸성귀라는 견해도 있으나 의미상 쌀 알갱이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 기매棄妹 : 아랑곳하지 않고 내버려 둠. 기棄와 매妹는 같은 뜻이고 매妹는 말抹(지울 말)의 가차자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생숙生熟 : 생生은 날것. 숙熟은 익힌 음식.
☞ 막연불응漠然不應 : 막연漠然은 嗼(막)然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양이다.
士成綺 明日復見曰 昔者吾有刺於子 今吾心正卻矣 何故也
老子曰 夫巧知神聖之人 吾自以爲脫焉 昔者子呼我牛也 而謂之牛
呼我馬也 而謂之馬 苟有其實 人與之名 而弗受 再受其殃
吾服也 恒服 吾非以服有服
(사성기 명일에 복견왈 석자에 오유자어자호니 금에 오심이 정각의로소니 하고야오
노자왈 부교지신성지인을 오는 자이위탈언하노라 석자에 자 호아우야어든 이위지우라하고
호아마야어든 이위지마로라호니 구유기실이라(하야) 인어지명이어든 이불수면 재수기앙이니
오복야항복이라 오는 비이복으로 유복이니라)
사성기士成綺가 다음 날 다시 노자를 뵙고 말했다. “어저께 저는 선생을 헐뜯었는데 지금은 제 마음이 바르게 되어 그런 생각을 물리치게 되었습니다. 무슨 까닭인지요?”
노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재주와 지혜가 뛰어나거나 신성神聖한 사람의 경지를 나는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어제 나를 소라고 불렀다면 나도 스스로 소라고 했을 것이고
나를 말이라고 불렀다면 나도 말이라고 했을 것일세. 만일 그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데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더 큰 재앙을 받을 것이니
내가 승복하는 것은 늘 그렇듯 떳떳하게 승복하는 것이지 복종하기 위해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네.”
☞ 오유자어자吾有刺於子 : 자刺는 찌른다, 헐뜯는다는 뜻이고, 어於는 ‘…에 대해’, ‘…을’의 뜻. 자子는 2인칭 대명사인데 여기서는 노자를 말함으로 ‘선생’이라고 번역하였다.
☞ 오신吾心 정각의正卻矣 : 정正은 마음을 삐딱하게 먹지 않고 올바르게 먹게 되었다는 뜻. “각卻은 물리침이다. 지난번에 비웃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그 마음이 다하여 물리쳐서 없게 되었으니 이미 노자를 만나보고 난 뒤에 홀연히 깨닫게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林希逸)
☞ 하고야何故也 : 야也는 의문사. 자신의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스스로 몰라서 묻는 말이다. “노자에 의해서 바뀌게 되었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함이다.”(宣穎)
☞ 오자이위탈언吾自以爲脫焉 : 탈脫은 벗어났다, 초탈超脫하였다는 뜻. “그대가 나를 성인에 견주었지만 나는 오래전에 그런 경지를 벗어나서 그런 명성은 내가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말한 것이다.”(王先謙)
☞ 석자昔者는 여기서는 어제, 어저께를 말함.
☞ 구유기실苟有其實 인여지명이불수人與之名而弗受 : 제물론齊物論편 제1장에서 “모든 사물은 본래 그렇다고 할 만한 사실을 지니고 있다[물고유소연物固有所然].”라고 한 것과 같은 思想.(池田知久). 위 문장에 나온 우牛‧마馬의 이야기와 함께 만물제동의 철학을 변형한 형태이다. 명名‧실實은 우牛‧마馬에 대해 말한 것이다.
☞ 오복야吾服也 항복恒服 : 내가 남의 말에 승복하는 것은 일시一時의 생각이 아니고 늘 그러한, 평상平常의 승복承服이라는 뜻.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무심히 승복하는 것이라는 뜻도 된다. “服은 따름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은 바로 일상적으로 복종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 단지 복종할 만한 이유가 따로 있어서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 말이 복종하기에 부족하더라도 또한 복종한다.”(羅勉道)
☞ 오비이복吾非以服 유복有服 : 복종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 억지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
士成綺 鴈行避影 履行遂進而問 修身若何
老子曰 而容崖然 而目衝然 而顙頯然 而口鬫然 而狀義然
似繫馬而止也 動而持 發也機 察而審 知巧而覩於泰
凡以爲不信 邊竟 有人焉 其名爲竊
(사성기 안행피영하야 이행수진이문호대 수신은 약하잇고
노자왈 이용애연하며 이목충연하며 이상규연하며 이구함연하며 이상의연혼대
사계마이지야하며 동이지하며 발야기하며 찰이심하며 지교이도어태하니
범이위불신이라하나니 변경에 유인언하니 기명위절이니라)
士成綺가 노자를 비스듬히 뒤따라 걸으며 그림자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천천히 걸어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몸을 닦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노자가 말했다. “자네의 얼굴은 깎아지른 듯 모나며, 자네의 눈은 똑바로 쏘아보고, 자네의 이마는 높이 솟아 있고, 자네의 입은 크게 벌려져 있고, 자네의 풍채는 높은 산처럼 위압적인 모습이어서,
마치 내달리는 말을 억지로 묶어 멈추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움직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네만 일단 튕기면 움직임이 쇠뇌같이 빠르고 살피는 일은 상세하고 지혜와 재주가 뛰어난데다 마음의 교만함이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
이런 태도는 모두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하니 변경에 그런 사람이 있는데 그 이름을 ‘도둑놈’이라 하더군.”
☞ 안행피영鴈行避影 : 안행鴈行은 기러기의 행렬처럼 비스듬히 뒤따라 걷는 모양. 피영避影은 그림자를 피해서 밟지 않는다는 뜻. 모두 상대를 공경하는 태도를 표현한 말이다.
☞ 이행履行은 조금씩 나아가는 모양.
☞ 이용애연而容崖然 : 자네의 얼굴은 깎아지른 듯 모나며. “스스로 높은 벽이 되어 느긋하게 다른 사람에게 맞추지 못함”(成玄英), 이용而容의 ‘이而’는 2인칭 대명사. ‘너’, ‘자네’의 뜻.
☞ 충연衝然 : 똑바로 쏘아보는 모양. “눈이 튀어나올 듯 쏘아보는 모양.”(林希逸)
☞ 상규연顙頯然 : 이마가 툭 튀어나온 모양으로 거만한 모습을 말한다.
☞ 함연鬫然 : 사람들에게 소리를 크게 질러 댄다는 뜻. 함闞은 소리가 크다는 뜻이다.
☞ 의연義然 : 의연義然은 대종사大宗師편 제1장에 이미 나왔다. 의‘義’를 아峨(높을 아)로 보고 높이 솟은 모양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사계마이지야似繫馬而止也 : 몸은 가만히 있지만 마음은 이리저리 내달리는 모습을 표현한, 인간세人間世편 제1장에 보이는 좌마야坐馬也에 해당한다.
☞ 동이지動而持 : 움직이고 싶지만 억지로 붙들고 있음.
☞ 발야기發也機 : 제물론齊物論편 제1장의 “활 틀에 건 화살과 같이 〈모질게〉 튕겨 나가는 것은 시비是非를 따져 대는 것을 말함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도어태覩於泰 : 도覩는 견見과 같이 ‘드러나 보인다’는 뜻이고, 태泰는 태연泰然한 모습으로 여기서는 ‘교만한 모습’을 뜻한다. “스스로 지혜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여 교만한 마음이 밖으로 드러남이다.”(林希逸)
☞ 버미위불신凡以爲不信 : “모두 스스로 믿을 수 없어서 겉으로 인의를 가장한 것이다.”(王敔)
☞ 변경유인언邊竟有人焉 기명위절其名爲竊 : 사성기의 행동에 대한 풍자이다. “사성기의 행동은 못됨이 또한 그러하니 거동의 사나움이 마치 이 도적과 같다.”(成玄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