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 화사한 봄이 한창인데 코로나로 답답하고 지리한 일상을 보내며, 법정스님의 '대지로 돌아가라' 오랜 말씀을 만난다. '일찍이 동양의 신앙은 산과 대지를 신성한 존재로 귀의의 대상으로 삼아 인간과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그러나 서양의 백인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환경의 지배를 촉구했다. 그 결과 과잉소비와 포식사회를 이루어 오늘날 질병과 환경위기를 불러 왔다' "자연에서 이탈한 인간은 결국 자연으로 인하여 망한다"는 교훈에, 자연을 다시 만나며,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 공생하는 세상임을.. 멈춘 세상에 청명한 봄이 열리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깨우는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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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많은 산객들도 피하고, 오랜동안 가고 싶었던 명산 치악산을 여행 겸 찾기로 하고, 이른 아침 청량리역에서 무궁화 열차에 올라 차창 밖에 펼쳐지는 산, 들, 강, 호수와 시골 전원 풍경에 소시 추억들을 정겹게 만나며 원주역에 도착, 친구의 안내로 황골탐방센터에 도착하니, 쌀쌀한 날씨에 깊은 산속 청정 공기가 가슴까지 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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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은 동악의 명산으로 단풍이 들면 산 전체가 붉게 변한다 하여 '적악산'으로 불렸으나, 뱀에게 잡아먹히려던 꿩을 구해 준 나그네가 위험에 처하자 그 꿩이 자신을 구해 준 은혜를 갚아 목숨을 건졌다는 보은 전설에 따라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불리었다는 명망있는 악산을 이세월에 오른다는 설렘과 두려움으로 오늘을 기념하고, 치악산 정상 1,288m 비로봉을 향해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천천히 올랐다. 봄이 깊어가는 서울과 달리 강원 산간 영서지방인 이곳은 초봄으로, 아직 잎을 돋우지 못 한 산은 스산했고, 강한 바람까지 불어 겨울산행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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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중 맑은 공기를 가슴속 깊이 천천히 복식호흡하며 기분좋게 산책하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신라 고승 의상이 토굴을 짓고 수도하였다는 입석사에 도착했다. 경내의 연화대좌와 광배, 절 앞에 있는 석탑의 연꽃받침 탑신은 고려 전기의 조각 양식과 기법과, 절의 서북 방향인 입석대 옆에는 마애불좌상이 있어 고려 전기인 1090년(선종 7) 무렵에 불사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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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사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황골코스 중 가장 힘든 급한 경사에 울퉁불퉁 볼쌍 사나운 거친 600m의 암석길이 펼쳐진다. 오랜 산행에서 얻은 지혜로 급하고 험한 돌길을 호흡과 체력을 안배하며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올라온 길도 돌아보며, 힘들때마다 잠깐씩 쉬며 천천히 올랐다. 오랜산행으로 체력도 많이 향상 되었음을 실감하며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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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코스를 올라와 배원, 인주를 기다리며 긴 휴식에 과일로 수분보충 하며 기다리다 강한 바람에 추위가 엄습해 와 , 다시 앙증맞게 파릇한 잎을 세운 싱그런 조릿대가 반기는 산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 황골삼거리에 도착하니 시야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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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골삼거리는 치악산 북동쪽 남대봉 등산로와 남쪽 황골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남대봉 등산로는 산불위험기간으로 통제되었고, 북으로 멀리 치악의 정상이, 남으로 낮은 산들과 어우러진 평화로운 원주 풍경을 만났다. 첫 고산 산행에 늦어지는 인주와 가이드 배원이를 기다리며 고산 강바람의 추위에 커피와 다과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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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골삼거리를 지나 정상을 향해 시원한 능선 따라 올라 쥐떼가 넘어간 고개라 하여 이름한 쥐너미재 전망대에 도착했다.
옛날 범골에 凡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쥐가 너무 많아 스님들이 쥐 등 쌀에 견디지 못하고 절을 떠났는데, 어느날 그 많은 쥐도 꼬리를 물고 줄을 지어凡寺를 떠났고, 그 후로 절을 찾는 사람이 없고 폐사가 되었다는 쥐너미 전망대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도시의 풍경도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니 옅은 안개가 그윽한 풍경을 더해 한폭의 그림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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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의 고운 하늘에 하얀구름이 체색된 하늘과 옅은 안개 드리운 구비구비 고산들 아래 세상 풍경이 펼쳐지는 능선길을 히늘을 가르는 기분으로 여행하듯 즐기며 정상 지척의 헬기장에 도착했다. 강한 바람도 하늘과 자연이 내어 주는 풍경이 막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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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비로봉 정상 고봉 하단, 구룡사 방향 계곡길은 낙석위험구간으로 폐쇄되어 있었다. 정상의 급한 경사에 잘 조성해 놓은 나무와 암반 계단길을 천천히 올라 치악산 정상 비로봉(1.288m)에 섰다. 수고한 만큼 내어주는 풍경이 일품이다.
하늘과 구름이 만나 바다를 이루고, 그 위에 섬처럼 떠있는 치악산맥의 아스레한 고봉들이 파도가 되어 넘실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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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 명산 치악산! 산이 높고 험준한 산세로 치를 떨고 악을 쓰며 올라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산세가 웅장하고 험한 치악산은 1,000m 이상 고봉들이 장장 14㎞나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치악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봉인 비로봉(1,288m), 남대봉(1,181m), 향로봉(1,043m), 매화산(1,085)과 주능선 양쪽으로는 깊은 계곡들이 부채살 처럼 퍼져 있고 곳곳에 산성과 수많은 사찰 사적지들이 있는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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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에, 동악 명산 치악산에 오를수 있음은 오랜 산행 동안 늘 하늘과 자연에 감사하며, 여행하듯 산행하고, 풍경을 즐기며, 스로우 산행해야 한다는 지혜를 얻은 덕이다. 오랜동안 산행하면서, 수고하고 땀 흘린 만큼 언덕위의 산산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소중한 순간은 쉽게 닿을 수 없음을.. 머리로 알고 있던 진리를 가슴으로 깨닫게 하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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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의 상징 비로봉의 미륵불탑은 용왕탑. 산신탑. 칠성탑으로 불리는데,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이라는 사람이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비로봉 정상에 3년 안에 3기의 돌탑을혼자의 힘으로 쌓도록 했다고 하는 돌탑이 있었다.
이 고산에 3년 동안 돌탑을 쌓았다니 그 정성과 수고를 높이 평가하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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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처럼 강인한 끈기로 늦게 도착한 인주, 배원과 합류하여 강한 찬바람에 정상 산신탑 아래에서 족발. 소고기비빔밥과 막걸리로 요기와 치악산 정상 기념 정상주와 커피, 후식까지 나누고, 세렴폭포까지 2.7km 초입부터 급한 계단이 설치된 벼랑에 나무와 돌 계단으로 길을 놓은 사다리병창 하산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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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벼랑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오며 휴식하면서 수려한 기암과 송백의 풍경과 멀리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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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병창 벼랑길 중간. 뒤로 치악산 뾰족한 봉우리가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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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렴폭포에 도착하니 친구가 오늘 치악산 산행 축하 이벤트로 시원한 치악산 막걸리와 추억의 번데기, 자유시간 들고 환영, 축하해 주어, 고산 험한 산길의 안전 산행에 감사하며 잘먹고, 진달래가 흐드러지고,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울창한 맑은 계곡길을 산책하여 구룡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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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는 오대산 월정사 말사로 신라 문무왕 시절 의상이 세운 절로, 도선. 자초 등이 수행한 영서지방 수행사찰로 현재 대웅전 터 연못에 아홉마리 용을 물리고 창건했다 하여 구룡사(九龍寺)라 명했고, 조선 중기 승유억불 정책으로 쇠락해 가는 사찰을 절 입구에 거북바위가 지켜 준다 하여 거북구 龜龍寺로 개명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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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와 주변 둘레길은 조선시대 5대 명산으로 동악(東岳)에 걸맞게 산세가 험한 자리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천년고찰 구룡사와 계곡 옆에 나무데크로 조성된 운치있는 산책길에 음이온, 피톤치드 그윽한 맑은 계곡 위로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군락이 펼쳐지는 울창한 청정 숲길의 맑은 공기가 있는 산책, 힐링 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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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체로 북원주 이금옥손두부 맛집에서 맛없는 식사를 하고, 원주역에서 청량리행 열차에 올라 열차안에서 추억의 맥주 한잔씩 나누며 귀경하여, 치악산 산행 겸 여행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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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바람과 늦은 봄으로 겨울산행 같이 반감된 산행이었지만, 이 세월에 동악 명산! 치가 떨린다는 치악산에 오를수 있어 기쁨과 벅찬 감동이었고, 안전산행에 감사합니다. 체력관리 잘해 아름다운 금수강산 건강하게 즐기며 함께 갑시다.
♠신입 인주 포병장교님! 우리는 산행 10년에 치악에 올랐는데.. 시작와 함께 고산을^^ 고생하시었고, 끈기 대단했습니다.
배원 공수장교님! 신입 포병장교 인도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 동 행 : 김동수. 김성여. 마상현. 송명철. 이배원. 정인주. 최영찬
(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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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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