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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곳 : 지리산 심마니능선
2. 일시 : 2010. 1. 2 ~ 3
3. 동행 : chogori,불패,강토영,상현,승용,동포,경원,정혁
4. 일정
공원관리사무소 ...심마니능선....반야봉...묘향대...삼도봉....화개재...뱀사골산장....공원관리사무소 주차장
5. 기억
경인년 벽두.
해맞이 미륵산제를 지내고 마신 음복주에 어려 왠종일 허느적거리다가 이튼날 아침 7시 강대장의 전화벨소리에 깨어났다. "행님 지리산에 가입시다. 지금 산악회 사무실에서 출발하니 집밖에서 기다리라"는 말이다. 비봉사몽간에 뭔 얘긴지 잘모르겠다. 하여튼 정기산행 리더라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동계 1박 장비를 이리저리 배낭속에 챙켜넣고 나서니 아파트 밑에서 후배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부터 왠일이냐고 물어니 " 어제 저녁에 산행계획을 문자로 보냈다"고 한다. 쩝 ! 그시간엔 강고문님으로부터 당한 술고문 후유증으로 혼수상태였는데 ... 확인해보니 문자가 와 있긴 하다.
산청 함양쪽 산행길에서는 주로 생림기사식장에서 식사를 하는데 오늘도 주방할머니와 음식나르는 귀머거리 아줌마가 우릴 반긴다. 정초라 손님이 없는지 식당안에 냉기가 가득하다. 이집에는 연탄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시골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소박한 반찬이 별식이다.
따뜻한 오차물을 마시며1/50,000 지형도를 꺼내보며 오늘 산행들머리를 생각한다. 국공사무소뒤쪽이 원래 시작점인데 백주 대낮에 간크게 비지정등로를 탈 수는 없고, 1/50,000 지형도에는 다른 등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골짝이를 잡던지 능선을 잡던지 판단해야 겠다.
< 1/25,000 지형도 심마니능선과 하산길인 뱀사골이 한눈에 나타남 >,< 국토정보지리원 발행 1/25,000 지형도(덕동), 산행루트 >
< 국립지리원 발행 1/50,000 지형도 (운봉), 산행 루트 1/25,000과 비교해보세요 >
대설주의보가 어제 끝난 상황이라 마천쪽 지방도가 불안하여 인월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였다. 뱀사골입구에 도착하니 10:30경, 서둘러 장비를 꾸리고 산행을 시작한다. 국공직원이 묻는다 " where are you going ?" 답한다. " 연화천" 묻는다. " 예약했습니까" 답한다." 예"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국심사같은 절차를 간단히 통과하고 초입점을 어디로 할 것인가 고민하며 포장도로를 걷는다. 너무 가까운 곳으로 오르면 흰눈에 경원의 빨간 모자가 선명하게 눈에 띌것이다. 그래 저기 도로에 허리잘린 능선을 잡자. 저 정도 거리라면 노출되더라도 우리걸음이 훨씬 빠르겠지....
< 길없는 길을 오르는 정혁이 2010. 1. 2 11:00 경 >
눈쌓인 급사면을 힙겹게 올라 서니 저멀리 공원관리사무소가 보인다. 직원 누군가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다 창밖 넘어 공제선에 노출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능의 작은 봉우리 하나를 지나 안부에서 첫 휴식을 가졌다. 정초 담배를 끊겠다는 맹세로 벌써부터 담배가 귀하다. 담배 한개비에 벌벌떠는 모양을 보니 이번산행에 강골초,김골초 두분이 걱정스럽다.
윈쪽사면 옆으로 주능선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가파른 등을 타고 올라서니 주능선의 등로가 나타났다. 북에서 탈출한 동포 철호의 발걸음은 가볍다. 없는 길을 만들어 내거나 눈속에 감춰진 등로를 찾아내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철호는 천국의 국경를 넘어 중국을 지나 베트남,태국까지 걸어 온 사내다. 인민군 특수부대의 하전사 출신으로 "희망을 찾아 남조선으로 왔다"고 하는 우리의 동포이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찬바람이 살아나 오르막길의 땀이 금새 식고 볼과 귀가 아린다. 얼른 이어밴드를 꺼내끼고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초딩3년생 정혁이 걸음에 맞춰 속도가 나질 않는다. 13:00 경 갈길은 멀지만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적당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깨끗한 눈을 골라 녹여서 식수를 만들었는데 물빛이 누렇다. 년말쯤 있었던 황사특보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못되서 눈녹인물로 라면을 끓인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살것 같다. 어느새 동포는 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 점심후 잠시 몸을 녹임 2010. 1. 2. 14:00 경 >
지형도를 살펴보니 988고지 못미친것 지점이라 생각된다. 아어쿠 갈길이 멀구나. 부지런히 걸으면 반야봉까지 갈 수 있을려나. 러셀이 않된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을것 같다. 어쨋던 해떨어지기 전까지 뱃심으로 열심히 가야지 ...
능선의 찬바람을 맞으며 오르는 길, 1,000고지 이상 오르자 눈이 발목에서 무릎까지 빠져 겨울산행의 맛을 느낀다. 동포는 바람이 포근하다며 가을산행복장으로 멧토끼처럼 날쌔게 오르다가 금방 사라지곤한다. 기본장비에 6인용 동계텐트를 넣었기에 배낭무게도 가볍지 않을텐데 발걸음은 가볍고 거침이 없다.
동포의 인민군 복무시절에 동계훈련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 도상 일직선으로 그은 천리길을 일주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우리 수준으로는 축지법을 쓰지 않고는 동포를 따라잡기 힘들것 같다. 러셀을 교대로 하자면 늘 괜찮다면서 뒤 따라오는 정혁이 오나싶어 몇번씩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쉬는사이에 추울법도 한데 전혀 내색이 없고 이까짓것 날씬 포근하단다.
< 지형을 확인한 후 따뜻한 차를 한잔 곁들이며 휴식을 취하고 있음 2010. 1. 2. 16:00경 >
1316고지에서 1071고지와 854고지쪽으로 능선이 오른쪽 방향으로 굵고 힘차게 뻗어 있다. 사방이 어두워 지면서 싸락눈이 날린다. 변곡점에선 조심스럽게 지도정치를 하고 주능선과 지능길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눈덮힌 능선, 칼바람에 산길은 눈속에 묻히고 지형이 바뀌어 오로지 주능에 의지해 길을 헤쳐나간다. 눈이 허리까지 다져진 산죽밭길을 뚫고 나가기는 더욱 어렵고 시간을 잡아 먹는다.
지형도를 보니 최소한 1379 망바위봉까지는 가야 적당한 펑퍼짐한 막영지가 있을것 같은데 오후 4시 40분을 넘기자 짙은 안개와 흐린 날씨때문에 사위가 벌써부터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적당한 막영사이트를 찾아야 겠다. 나와 동포는 막영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 동포는 지형이 움푹패여 바람 피할곳을 찾는 반면, 나는 바람이 불더라도 텐트를 칠 수 있는 평지를 찾았다. 동포의 경험상 막영이란것은 손삽으로 비탈을 까내고 낙옆을 깐뒤 나뭇가지를 덮은 비트를 생각한 것이다.
다섯시를 넘긴시간 사방이 어둑해지고 기온이 급강하여 1258고지 못미친 능선의 어느 지점에 막영을 결정하였다. 등로에 2인용 한동 그 아래에 6인용텐트를 한동 치기로 하였다. 눈을 다지고 재빨리 텐트를 치니 꼬맹이 정혁이가 나타났다. 꼬맹이를 얼른 텐트 안으로 넣고 가스버너를 켜 몸을 녹이도록 했다. 눈이 녹아 신발과 바짓가랑이가 촉촉하여 추울텐데 어릿광없이 늠늠하다.
< 심마니 능선의 막영지, 썩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눈바람을 피해 오롯히 밤을 보낼 수 있었다. 2010. 1. 2. 17:00경 >
< 혹독한 추워와 육신의 고난을 겪은 이들에게 겨울밤 텐트는 극락정토이다... 좁은 텐트속이지만 부족함이 없다. 2010. 1. 2. 19:00경 >
,< 배부르고 등따습고 편안하니 여유가 생긴다. 2010. 1. 2.21:00 경 >
설악산 마가목주의 향도 좋고, 정종의 따뜻한 온기도 좋고, 소주의 깔끔한 맛도 좋은 밤이다. 누가 그랬던가 " 산에서 술은 그냥 술이 아니고 무애주라 걸림이 없다" 라더니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도 내려놨고 산아래 세상인연도 끊긴밤, 오늘같은 밤이면 10병을 1병처럼 마실것 같다. 홑겹 텐트는 자연과 문명의 경계이다. 어둠속 찬바람 몰아치는 텐트 바깥세상은 털없는 짐승이 살기에는 너무나 살벌하고 혹독한 곳이라 할 수 있지만 행불행의 사이를 아슬하게 이어오는 문명사회도 냉엄하기는 마찮가지 아닌가. 어쩌면 피붙이 하나없이 강인한 몸뚱이가 전 재산인 동포에게는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가 더 냉혹한 정글인지도 모르겠다. 철호동무에게 소주한잔 권한다.
< 우리 회장님 동면중...2010. 1. 2. 11:30경 >
긴밤 허리 아플정도로 푹잤다. 아랫도리 뻐근한 아침이다. 텐트안은 냉장고속같이 성에가 허옇게 붙어 있다. 밤새 우리몸에서 품어진 습기가 응결된 것이다. 텐트안을 데우기위해 켜놓은 버너의 열기 때문에 두터운 성에가 다시 물방울로 변해 뚝뚝 떨어진다. 이른아침 차가운 텐트밖에선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포는 능숙한 솜씨로 모닥불을 살려내어 얼어붙은 등산화를 녹인다. 침낭을 주머니에 개어 넣고 아침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버너를 켜니 콧구멍이 좁아질듯 공기가 탁하다. 문밖 알싸한 공기를 들어마시며 바라보는 아침풍경, 겨우 어둠이 걷히고 천왕봉쪽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아침햇살이 얼어붙은 설산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새소리 없는 차가운 아침. 눈내린 나무가지에 반짝이는 햇살이 눈부시다.
< 산에서, 특히 국립공원지역에서 모닥불은 피워서는 절됨 안되지만.... 산불의 가능성이 없고 자연훼손이 되지않을 경우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산신령이라도 한번쯤 봐주지 않을까 하는 허튼생각을 가져봅니다 >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가까이에 앉아 뜻뜻한 온기를 즐기는데 동심이 따로없다. 뻐덩뻐덩하게 얼어붙은 등산화도 살랑살랑 녹이면서 발을 겨우 끼어 넣는다. 스펫츠도 뽀송하게 말리고 출발을 위한 워밍업을 한다. 배낭을 얼쳐매고 떠날 준비 완료, 텐트 친자리가 눈으로 다저져 다음에 오는 객들에게 좋은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떠나기전 모닥불의 흔적과 머문 흔적을 없앤다.
첫 비탈 1258고지를 넘어서자 안부가 나타났다.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완만하면서 길게 드러누운 1379 고지의 능선길에는 산죽이 복병처럼 눈에 숨어 있다가 발목을 휘감는다. 망바위봉의 지형이 순해 막영하기에 적당한 곳이 제법 눈에 띈다. 어제 저녁 조금만 더 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완만한 능선길 위에 펼처진 설경이 압권이다. 좌로는 천왕봉이 우로는 만복대며 고리봉이 눈꼬깔을 허옇게 쓰고있다. 앞으로는 반야봉 산능이라 할 수 있는 투구봉능선이 힘차게 펼처져 있다. 저길 올라서면 반야봉을 만날 수 있겠지
망바위봉에서 순한길을 따라 내려와 한참동안 쉬었다. 안부 오른쪽으로 산길이 뚜렸하다. 볼일 보고온 동포의 말로는 사냥꾼과 개한마리가 내려간 발자국이 남아 있다고 한다. 달궁을로 향한 향로봉골, 광산골길이 아닌가 싶다. 꼬맹이 정혁이가 도착했다. 초딩3년생에게 스페츠가 너무커 효과가 거의 없어 바지가랭이가 촉촉하다. 스펫츠를 바로 고쳐 차고 오늘 일정을 대충 의논한 결과, 정혁이 발걸음을 고려해서 명선북능을 포기하고 반야봉에서 노고단이나 심원마을로 가는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안부에서 1452고지 투구봉을 오르는 가파른 산죽밭길이 예사롭지 않다. 킥스텝으로 올라도 너무 가팔라 미끄러지기 일쑤다. 워킹스톡이나 변변한 장갑하나 없이 앞서 길을 뚫고 나가는 동포는 용맹무쌍하다.
< 1452고지 투구봉을 향하는 정혁이... 눈이 삼촌들한데는 무릎까지 오지만 정혁이에게는 허리 이상이다. 2010. 1. 3. 11:00 경 >
투구봉을 살짝 우회하여 오른다. 투구봉 정상에서 1313고지를 통해 쟁기소로 향하는 산길이 열려있을러라 생각된다. 1991년 겨울인가 뱀사골로해서 반야봉을 거쳐 쟁기소로 하산했는데 얼핏 이능선상 어디엔가 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있었다는 희미한 기억이 떠오른다.
투구봉 정상에 서니 반야봉의 너른품이 한눈에 꽉찬다. 엄청나게 큰 볼기짝 같기도한 거대한 구릉이 눈앞을 가리고 있다.
< 반야봉을 향하는 우리님들 2010. 1. 3. 11;30 경 >
< 반야의 품은 넓어 품에서는 그 넓이를 알 수 없고, 적설량이 많아 길 찾기도 어렵다. 2010. 1. 3. 11:40경 >
< 반야봉을 향해 오르는 21기 상현, 경원, 승용님 ..... 힘든만큼 희열도 컸었으리라 생각됩니다. 2010. 1. 3. 11: 50경 >
< 무릎이 아파 고생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용맹하게 잘 걸었던 장비 제일 승용님 2010. 1. 3. 11: 50 경 >
12:00경 중봉능선에 올라섰다. 중봉0.5km 지점 심원마을로 향하는 길이 있을텐데 도무지 찾을 수 가 없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키작은 나무는 작은 가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능선이 펌퍼짐하고 눈이 많이 쌓여 주변 지형을 읽기 곤란하다. 박회장이 남원에 있는 경호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성삼재나 심원마을로 차량 지원이 가능여부를 확인하니 몇일전 내린 폭설로 성삼재가 통제되어 차량지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이다. 이제 뱀사골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순한길을 느릿하게 오르자 반야봉이 나타났다. 산행이 수행이되면 오를 수 있는 지혜의 봉우리가 반야봉이 아닌가.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산경은 걸림이 없이 눈이 시립도록 명료하다.
< 수행으로 반야봉에 서면 반야의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010. 1. 3. 12:30경 >
< 지리산왕 천왕봉..누가 저봉우리에 케케케이블카를 놓자고 하는가... 하염없이 그리운 산, 그리운 품, 그리운 감촉 2010.1.3. 13:00경 묘향대에서 >
반야봉 정상에서 지도를 꺼내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묘향암를 거쳐 이끼폭이 있는 산태골로 하산하는 게 더 알찬 산행이 되지 않을까. 밋밋한 주능길을 버리고 다시 반야 중봉을 되돌아 묘향암로 가기로 한다. 묘향암까지의 급경사길은 누군가 한사람정도 내려간듯 희미한 흔적은 바람결에 파묻히고 거의 원시설경을 간직하고 있다. 묘향암까지는 남사면이지만 이번 산행에서 최고의 적설지인것 같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은 묘향암길은 설레임이 가득하다. 발걸음 빠르게 급사면을 스키타듯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묘향암의 붉은색 양철지붕이 두껍게 내려앉은 흰눈을 버겁게 안고있다. 천왕봉을 마주하고 있는 묘향암 터가 정말 잘났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엮어볼 인연하나 없는 이곳 묘향암. 햇살의 따사로움 때문인지, 도량의 안온함 때문인지, 묘향암주의 대자대비심 때문인지 모르지만 한없이 포근함을 느낀다. 스님이 안계신가. 헛기침 소리에도 인기척이 없다. 뒤처진 일행을 부르는 동포의 용감한 에코소리에 놀라셨는지 그제서야 공양칸에서 스님이 나오신다. 합장공경하고 속절없이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점심공양하고 떠나겠다고하니 바람덜한곳으로 오시라며 점심자리를 봐주신다. 어디로해서 왔는지 어디로 갈건지 묻는다. 어린애도 있는데 이끼폭쪽으로는 가지 말라며 극구 말리신다. 남한땅에서 가장 높은 가람, 그래서 가장 청정할 것 같은 곳, 묘향암 법당에 들러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예배한다. 머무름 없이 머물고 싶은 곳이다.
< 묘향암은 남한땅에서 가장 높은곳에 있으며 가장 청정한 도량이다. 영신봉에서 시작되는 남부능선이 한눈에 든다. 1/3. 13:10경>
< 머뭄없이 머물고 싶은 묘향암 ...천수천안으로 중생의 고통을 어루만지시는 관세음보살의 묘음과 묘향이 깃든곳이다
< 떠나는 이 산등선 넘어 사라질때까지 묵묵히 바라보시는 호림스님...산림호랑이처럼 용맹정진하여 한소식 전해주시길...1/3.13:30 >
맑은 석간수로 끊인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며 말없는 지리영봉을 바라본다.
뭐냐고 소리친다. " 뭐 내가 지리산이라고, 너희에게 불리우는 이름이 지리산일뿐, 그 이름으로 나를 묶어두려하거나, 너희가 가진 감각과 관념으로 간직하지 마라.바람이던 물이던 산이던 본래모습이 아닌 게 어디있느냐.그 모습 제대로 찾아 오라"고 한다.
이다음 언제쯤 다시올까. 얼마전 처사 한분이 삼도봉쪽으로 눈길을 걸어나갔으니 길찾기 어렵잖다며 샘터옆으로 난 길을 따라 잘가시라는 호림스님을 뒤로하고 길손처럼 떠난다.
엎어지고 자빠지고 반야봉아래 무연고묘가 있는곳까지 가는길,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등산로 아님푯말이 보인시간이 16:00쯤이다. 한참 기다리다가 삼도봉으로 향한다. 하늘을 세조각으로 갈라놓을듯 뽀족한 창날같은 표지판이 서 있는 삼도봉에 올라 땀을 식힌다. 덤으로 노고단 넘어 서녁하늘을 바라본다. 토끼봉, 명선봉이 지척이다. 이번 산행에 가고자했던 명선북능길이 순하게 이어져 있다. 화개재에 서니 반선 9.2km 안내표지판이 있다. 두시간에서 두시간반 정도의 거리이다. 부지런히 간다면 렌튼 안켜도 될성싶다.
산에서 내려 가는길은 멀고도 지루하다. 그래서 동포의 얘기를 듣는다. 고향이 어디며 어떻게 살았고, 희망 찾아온 남녘땅에서 희망을 찾았느냐고 묻는다. 돈벌어 남조선 처니와 살림도 꾸리고 싶다는 얘기도 듣는다. 부지런히 올바르게 살다보면 좋은 시절이 찾아오지 않겠냐는 범생같은 말이 왠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산길 동포와 두런거리며 걷다보니 지난해 철호동무를 처음봤을때 느꼈던 막연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같은 동포라는 동질감을 가질 수 있었다. 천국의 국경을 넘어온 동포가 찾고자한 희망을 이땅에서 이루어 내길 바랬다. < 2010. 1.2 ~ 3 심마니능선 산행.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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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에 남을 설경...즐거운 산행이었슴니다.
처음설산 진짜로 잼있었씀돠 한라산도가고싶은데~~~!!
제가 설산에 묻힌 듯~~ 저 또한 즐건 인도어클라이밍이었습니다~~
설산이 마음변하기전에 함더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