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국제음악째 2일째 밤에
바리톤 김태한과 바리토 박주성, 그리고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이 세 분들이 예술의 전당 IBK 홀에서 터져나오는 젊음과 예술의 열정을 뿜어내면서 어느 때보다 젊은 관객층과 한 마음되어 국제 음악제의 한 페이지를 제대로 장식했습니다
1부 첫번째 세트에서는 김태한이 먼저 슈베르트의 뮤즈의 아들, 목동의 비가 <백조의 노래> 중 제4곡 (세레나데) 를 부르고 뒤이어 박주성이 슈베르트의 그림자 D.957-13, 난쟁이 D.771, 아틀라스 D.957-8 를 부릅니다 슈베르트의 곡으로 두 바리톤이 각각 부르는데 두 바리톤은 무척 대조적인 음색과 분위기로 대비가 되면서도 또 공통적으로 발성이 무척 뛰어나고 정확한 독일어 딕션으로 공연의 오프닝을 몰입감 높게 시작해 주었습니다
두번째 세트에서는 김태한은 베토벤의 입맞춤 Op.128,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 Op.75-2. 괴테의 파우스트 Op.75-3를 박주성은 R. 슈트라우스의 나의 머리 위를 당신의 까만 머리칼로 덮어주오 Op.19-2 , 위령제 Op.10-8, 해방된 마음 Op.39-4 을 불러줍니다 두번째 세트에서는 박주성이 무척 돋보였는데요 그는 점알 가곡을 마치 오페라 연기하듯이 부릅니다 가사와 상황에 적절한 표정과 연기가 압권이었으며 그의 목소리는 바리톤 테너같이 들릴 정도로 음역대가 높고 명료한 톤이었는데 자칫 올드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대단히 전달력이 있는 보이스였습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서
2부 첫번째 세트에서 김태한이 불러 준 슈만이 오늘 공연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김태한의 목소리는 높은 음역대애서는 말도 안되게 고운 미성이 나오고 온몸을 다 불사르는 듯한 흉성이 꽉 차오를 때는 정말 전율이 날 정도로 압도적인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1부에서 빠른 템포의 곡에서 보다 그의 진가는 슈만의 곡에서 제대로 보여졌습니다 슈만의 스페인 귀족 Op.30-3, 나의 장미 Op.90-2, 조용히 흐르는 눈물 Op.35-8, 그리고 헌정 Op.25-1 까지 정말 혼자 속으로 촉촉히 울며 들었습니다 Meine Rose 는 제가 특히 좋아하고 가사를 외우는 곡이라 저도 모르게 뱉을 뻔 했죠
김태한이 심장을 강타하고 나니 이번에는 박주성이 볼프를 부릅니다 볼프의 기도, 은둔, 북치는 사람, 작별.... 다 엄청나게 좋은 곡들이라 2부는 점말 정신줄을 놓고 들었습니다 마지막 세트로 두 바리톤이 함께 뢰베의 울루프 씨 Op.2-2 , 바다를 건너는 오딘 Op.118 을 부르는데 한편의 작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극적인 클로징으로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다 날려주었습니다 앵콜곡 슈베르트의 <마왕> 은 또 왜 그렇게 합이 좋은지 본공연과 앵콜곡이 다 같은 연장선에서 스토리텔링이 있는 가곡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공연은 눈에 띄게 젊은 관객이, 특히 젊은 남성들이 많았는데요 제가 앉은 줄에는 저 빼고 다 20대 초반 남성분들이어서 의아했는데 짐작으로는 학생들이 단체로 온 듯 했습니다 젊은 분들이 많으니 좋은 점은 확실한 관객반응으로 연주자들의 기를 팍팍 올려주는 점이고 단점은 무척 산만합니다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사이사이 잡담과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연주 중에는 다시 몰입하는 특별한 관객들이었어요 앵콜 공연하는데 옆에 학생이 계속 촬영을 하는 데 가만보니 많은 젊은 분들이 앵콜 공연 촬영을 합니다 예의가 아니라고 꼰대같이 말할 분위가도 아니었죠 어쩌면 미래의 K-클래식 공연문화는 많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식이야 시대에 따라 변하겠지만 클래식을 애정하는 팬들의 마음이야 변치 않겠지요 ㅎㅎ
한여름밤의 진정한 꾼들 덕분에 이 무더운 여름이 시원하게까지 느껴진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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