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비해 김장을 담그는 집이 많이 사라져 이런 추억을 느끼긴 어렵지만 그래도 아직도 김장하는 날이라고 하면 여럿이 모여 수다도 떨면서 배추며 무며 손질하고 양념을 쓱쓱 비벼 넣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보쌈 고기가 어서 삶아지길 기다렸다. 갓 버무린 김치 속에 야들야들하면서도 부드러운 보쌈 고기를 함께 먹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갓 삶아진 보쌈고기가 썰리기가 무섭게 젓가락 대신 손을 이용해 대야에 남은 김치 속과 양념을 야무지게 버무려 신선한 굴 하나 올려서 입으로 직행해 음미하면 미슐랭 별 다섯 개짜리 고급 음식점의 메뉴도 저리 가라였다.
찬바람이 불면 더 생각나는 맛있는 '보쌈'!
보쌈은 돼지고기나 기타 고기를 삶은 수육과 양념속을 소금에 절인 배추잎 또는 겉절이에 싸먹는 음식이다. 김치와 맛의 궁합이 환상적인지라 김장을 하고 나면 곧잘 같이 먹게 되는 음식이다. 보통 족발과 보쌈은 한 묶음으로 해서 야식의 꽃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보니, 시중의 보쌈가게에서는 족발을 같이 취급하는 곳이 많다.
보쌈은 본격 주객이 전도된 사례다. 원래 "보쌈" 이라고 하는 것은 절인 배추로 속을 감싸서 만드는 김치의 종류를 말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수육과 함께 먹으면서 수육을 보쌈이라 부르게 되었고 진짜 보쌈인 김치는 보쌈김치라는 이름을 떠안게 되었다. 즉 고기는 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쌈에 같이 내는 삶은고기(수육)는 돼지 어느 부위라도 상관이 없다. 주로 어깨, 다리(전지, 후지), 목살 등을 쓰며 삼겹살을 내는 집도 많다.
껍질을 붙여 내는지(미박) 제거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
원래 보쌈김치는 개성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보김치”, “쌈김치”라고 불렸다고 한다.
배추·무·갓·미나리 등의 채소 밤·배·잣 등의 과실, 낙지·굴 등의 해산물과 석이, 표고버섯 등의 산해진미를 모두 합하여 버무린 다음 절여진 배춧잎으로 싸서 독에 차곡차곡 담아 김칫국물을 부어서 익혀먹는 음식이다.
이런 보쌈김치가 개성지역에서 발달한 이유는 바로 개성지역의 배추가 보쌈하기에 적격인 품종이기 때문이다. 개성배추는 속이 연하고 길고 맛이 고소하며 특히 통이 크고 잎이 넓어 온갖 양념을 배춧잎으로 보 같이 싸서 익히기에 좋다. 익으면서 여러 재료가 안에서 섞이고 맛과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아 맛이 고스란히 보존된다.
문헌을 보면 1940년경부터 보쌈김치에 대한 언급이나 제조법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직후부터라고 한다.
보쌈김치는 겨울에 담아 두고 먹는 김치로 양반댁에서 많은 사람을 부려 김장을 하면서 주인이 이 노고를 위로하고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 보충을 위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삶고 즉석에서 버무린 김치와 곁들여 동네잔치를 한데에서 비롯됐다 한다.
□ 서울 3대 보쌈집
- 당산동 이조보쌈
당산 이조보쌈은 당산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 굴다리 밑에 있는 보쌈 맛집으로 유명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오며 더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35년 넘는 전통의 보쌈 전문점으로 100% 국내산 돈육만을 사용하여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히 섞인 삼겹과 항정, 목살을 고루 맛볼 수 있다. 보쌈을 주문 시 오징어 숙회와 청국장이 함께 제공된다. 구수한 청국장이 보쌈과 특색있게 조화를 이룬다.
여타 보쌈집의 김치와는 다르게 하루 숙성한 김치라서 아삭한 식감과 함께 감칠 맛이 난다. 모듬보쌈 이외에 대구탕, 동태찌개와 같은 식사류와 제육볶음, 두부김치 등의 메뉴도있다.
-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6가 295 (T. 02-2671-3257)
- 종로5가 장수보쌈
보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곳은 종로 5가 장수보쌈이 있다. 종로와 을지로는 젊은시절, 그야말로 볼거리 천지였다. 청계고가 밑 헌책방, 레코드가게, 그리고 바쁘게 사는 사람들, 이젠 그런 모습은 없다. 그때 그시절 먹었던 음식들은 아직도 남아 있는듯 하다.
장수보쌈은 광장시장옆 종로5가와 을지로5가 사이에 위치한 노포맛집이다. 예전 80년대 스타일로 보쌈을 냄새없이 촉촉하고 흐믈거리기도 질기지도 않게 삶아낸것이 특징이다. 김치역시 호남식 젓갈과 설탕을 적절히 사용하여 맛깔나다.
시장옆에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영업을 한다. 보쌈백반을 시키면 공기밥과 반찬이, 보쌈을 시키면 안주단품이 나온다.
- 서울시 방산동 84-1
(T. 02-2272-2971)
- 북창동 신성식당
굴보쌈으로 이름난 신성식당은 북창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식당이다. 싱싱하고 조합이 좋은 메뉴다. 통영에서 공수한 우윳빛 생굴을 잡내 없이 푹 삶아낸 돼지 목덜미살과 함께 내준다. 굴로 담근 보쌈김치와 무말랭이, 부추도 먹기 좋게 한 접시에 나온다.
옛부터 예약한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하던 식당이었는데 몇 년전 방송(수요미식회)을 탄 후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좁은 지하 식당 앞엔 저녁 8시에도 줄이 줄지 않는다. 예약하거나 6시전에 가야한다. 추가 안주로 튀김전분 거의 안보이는 온전한 부추전과 매생이 떡국을 강추한다. 매생이의 감칠맛이 쫄깃한 떡과 어울어져 완벽한 디저트 안주로 봉사한다.
- 서울시 북창동 81
(T. 02-753-5306)
첫댓글 보쌈,족발,굴..생각만ㅎ도 꾸~ㄱ 꺽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