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당신을 만나기 전,
목덜미와 어깨 사이가 쪼개질 듯 저려올 때면,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짚어 주무르면서 생각하곤 했어.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오월의 바람 소리였으면.
처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포도(鋪道)를 걸을 때였지.
길이 갑자기 좁아져서 우리 상반신이 바싹 가벼워졌지.
기억나?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그 순간.
한강 소설집 <아홉개의 이야기>중에서 어깨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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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에 노벨상의 기쁨을 담아보고싶었습니다☺️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당신의 어깨뼈를 들썩거리게 할 아사킴의 음악과 함께해요.
입장료 1만원
@푸에고
(울산 삼산로 199번길 13, 3층)
첫댓글 어깨뼈 들썩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