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학교 앞 모퉁이에서 즐겨먹었던 뽑기 맛을 잠시 떠올려본다. 혀에 처음 닿을 때는 그지 없이 행복하지만 두어 개 정신없이 먹고 나면 뱃속 어딘가가 불편해지곤 했다. 게다가 달다 못해 쓰기까지 했던 막강한 감미(甘味)는 오히려 뒷 맛을 개운치 않게 만들었다.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주는 일차적 즐거움에 결국 위장을 맡기게 되는 것이 바로 불량식품의 마력이다.
MBC TV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은 불량식품의 특성을 그대로 닮았다. 단 맛이 지나쳐서 금방 질려버리는 느낌, 혀에는 달작지근하지만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느낌, 그리고 겉모양은 그럴싸하지만 내용은 빈약한 외화내빈(外華內貧) 등이 그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불량식품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돈 받고 팔지만 드라마는 리모콘만 들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삼스레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판할 마음은 없다. 보는 이의 감성에 따라 신데렐라 스토리도 다양하게 변주되어 일상을 녹이는 판타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태자의 첫사랑>은 우선 해외 로케 드라마들이 쉽게 범하기 쉬운 주객전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배경은 살고 드라마는 죽어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유빈(성유리)이 승현(김남진)에게 리조트 안내를 해주는 장면이었다. 말 그대로 리조트 안내였다. 주연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호흡이 배경을 넘어서지 못한 탓이다. 또 일부러 리조트 구석구석을 보여주기 위해 부대시설 곳곳에서 신을 나누어찍은 것도 속보이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피서계획 세울 참인데 드라마에 리조트 안내가 나오니 시청자들은 관심을 가질만 하다. 여기에 요트 세일링과 스킨 스쿠버 등 보기만 해도 시원한 해양 레포츠는 대리만족의 효과도 있다. 이것이 바로 혀 끝을 달달하게 만드는 당의정 역할을 한다. 겉포장에 혹해 시선을 고정하지만 정작 내용에선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망나니 재벌2세와 캔디 아가씨의 아웅다웅 사랑만들기’라는 단편적 구도에 함몰된 나머지 캐릭터들을 너무 극단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피해가려다 미끄러진 꼴이다. 건희(차태현)가 망나니 짓을 하면 할수록 구태의연을 비켜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비서(정준하)를 노비처럼 부리며 “나가. 나가”하며 정수리를 후려치고 쇼핑만이 유일한 무기인 황태자는 망나니일 뿐이다. 캔디에 힘입어 개과천선을 한다 해도 그런 캐릭터는 현실성이 없는데다 욕만 얻어먹을 뿐이다.
또 대기업 엘리트사원으로 나오는 김남진의 워커홀릭 캐릭터는 만화적이다 못해 우습기조차 하다. 눈에 힘주고 입만 벙긋거리는 김남진의 안타까운 연기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단선적 구도 속에 주연배우들도 무너지고 만다. 차태현은 종래의 귀여운 짜증남 이미지를 반복 하고 있으며 성유리도 캔디과(科 ) 여성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노골적인 간접광고, 외화낭비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해외 로케를 감행한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상대로 한다는 진리를 깊이 새겼으면 한다.
첫댓글 이렇게 힘들어간 사람들 제 주변에 많아요. 이리 살면 행복해지기 힘들어요. 걍 무시...이런 기사
망나니 ㅠ.ㅠ
저도 다 무시한답니다 ㅋㅋㅋㅋ
넘 심하네? 이사람.....첨엔 저두 스토리없고 드라마가 무슨 관광홍보용 같은게 싫었지만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게 그런거라면 있는 그대로 보면서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데..... 울 지니를 저리도 나쁘게 말하다니..... 맘에 안들어요......
황태자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들이 정말 많네요. 이관희 프로덕션과 기자들 사이 관계가 안좋은가? 너무 심하네요.
치,,,,, 지들은 얼마나 잘나서,,,,, 드라마 구조가 좀 미흡하더래도 우린 지니만 보면 그만이예요....ㅎㅎㅎ 지니 화이링 발음 좀 나아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