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T께서 논문 관련된 책으로 독후감 쓰라고 하셔서 영어 원서로 했음
내가 독후감을 쓸 책은 Spy School이라는 영어 원서다. 나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영어 과외를 받았는데, 과외 선생님께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 물으셨을 때 원서 읽기를 또 해보겠다고 해서 과외도 하고 겸사겸사 독후감 과제도 하게 됐다.
많고 많은 원서 중에서 Spy School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게도 이게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난번에 The Graveyard Book과 Harry Potter을 읽을 때도 든 생각이지만, 읽을 원서를 정할 때는 자신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첩보물, 액션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Spy School을 택했다. Spy School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첩보물이다. 주인공 벤 리플리가 CIA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사실상 거의 사관학교에 가까운 스파이를 양성하는 학교에 입학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Spy School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여태껏 읽었던 두 원서는 최대한 좋아하는 장르로 골랐음에도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Spy School을 읽을 때는 이야기에 몰입하기 쉬웠다. 만 10-12세 학생이 읽기 좋다고 써져 있어서 그런지 내용이 가벼웠고, 단어 수준도 막 높지는 않았다. 안 높다는 말은 아니다. 숙어도 있었고 어려운 단어도 많았지만 빡집중하면 대강 이해할 만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끔씩 만 14세인 내가 만 10-12세가 읽는 책을 읽는다는 것에 살짝 현타가 왔다.
어쨌든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첫 번째로 추리 요소다. 평범하디 평범한 벤은 이러저러한 연유로 스파이 스쿨에 입학한다. 벤은 곧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채는데, 바로 학교에 스파이가 숨어든 것이다. 스파이 스쿨에 스파이가 있다니 좀 웃기긴 하다. 아무튼 벤은 그 스파이가 ‘SPYDER'이라는 국제적인 비밀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때부터 벤이 추리를 하는 서술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보는 나도 같이 추리하는 게 꽤 재밌다. 결국 내 추리는 빗나가서 좀 아쉬웠다.
두 번째로 이 책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클리셰 비틀기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라서 진부할까봐 걱정했는데, 역시 예상대로기는 했다. 어리바리 띨빵한 주인공이 쿨하고 예쁜 전교 1등을 짝사랑하다가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등장인물이 “이건 007에 나오는 것하고 완전히 달라, 너 엄청 순진하구나?” 하기도 하고 작품 구석구석 꼼꼼하게 고증도 해놓아서 그렇게 진부한 느낌이 안 들었다. 고증이 세세해서 유치한 이야기가 덜 유치해보이고, 좀 더 현실감도 있었던 것 같다.
위의 이유들 외에도 인물간의 케미, 원서를 읽는다는 데서 오는 뿌듯함, 결말에서의 반전 등등으로 Spy School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Spy School이란 책이 시리즈로 몇 권이나 있어서, 떡밥이란 떡밥은 다 깔아놓고 회수를 안 해서 찝찝하긴 하다. 최종보스가 나올 줄 알았는데 중간보스도 안 나오고 끝났다. 그래도 책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시간 나면 후속작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