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사랑을 표하는 전통, 영국에서 생겨난 ‘크리스마스카드’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업데이트: 2023년 12월 18일 오후 2:23
연말에 흔히 주고받는,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 연하장이나 크리스마스카드는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특히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는 관습은 언제, 어디에서 유래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
‘크리스마스카드’
영국의 19세기는 사회적, 지리적 이동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활발히 일어나며 사람들은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생활하고 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로 사회적 관계망은 이전보다 넓어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카드 교환과 같은 새로운 전통과 관습을 갖게 되었다.
처음 상업적 목적으로 인쇄되어 판매된 연하장은 19세기 초에 나온 발렌타인 카드였다.
그 이전 15세기부터 이미 손으로 직접 작성한 카드를 주고받는 관습은 있었지만, 연하장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한 건 인쇄 기술이 발달한 19세기부터였다.
발렌타인 인사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낭만적이며 감성적인 사교 관습으로,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곧 자리 잡게 되었다.
최초의 크리스마스카드
19세기 중반 무렵,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관습이 영국 전역에 정착했다.
영국 산업 미술운동의 중심 인물로서 런던만국박람회를 기획한 헨리 콜(1808~1882)은 크리스마스카드를 저렴화하고 대중화하는 데에 힘썼다.
한 면에는 삽화를 넣고, 다른 한 면에는 짧은 인사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카드를 디자인했다.
이는 ‘페니 포스트’라고 불렸고, 단돈 1페니로 영국 어디든 카드를 보낼 수 있었다.
당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카드의 디자인은 오늘날의 것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현대에는 예수의 탄생과 아름다운 풍경의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지만, 당시에는 색다른 주제를 다뤘다.
1843년에 제작된 이 크리스마스카드의 가운데에는 풍성한 음식과 음료를 마시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 양쪽에는 굶주린 사람이 음식을 받고 헐벗은 사람이 옷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카드 속 그림의 가장자리에는 풍요의 상징인 넝쿨이 화면 전체를 감싸고 있다.
넝쿨은 각 장면을 구분해 주는 동시에 전체를 연결해 주며 물질적인 안락함이 단순히 국가의 특권이 아니라 불우한 이들을 도와야 하는 사회적 의무를 부과한다는 도덕적인 메시지를 강조한다.
카드 가운데의 장면은 3대에 걸친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1800년대에는 평균 수명이 40~45세 정도로 낮았고, 영유아 사망률이 약 15%로 높았다.
손자나 증손자를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었던 시대였기에 이 장면은 당시 사람들에게 이상적이면서도 감정적 호소력을 가졌다.
크리스마스카드가 관습이 된 이유
크리스마스카드 산업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나날이 발전했다. 그중 하나는 우편 서비스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1840년 영국에서는 페니 우표 제도가 도입되었고, 1870년에는 낱장 엽서용 하프(절반) 페니 우표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로써 우편 이용이 한층 더 쉬워졌다.
또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컬러 인쇄물을 더 저렴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중산층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여가를 즐기려는 인구가 늘어났고,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이나 여가와 관련된 물품을 파는 소매점이 늘어났다.
기존 문구점이나 서점에서만 판매되었던 크리스마스카드는 양복점, 장난감 가게 등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하며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한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마스 모티브의 탄생
초창기 크리스마스카드에는 겨울보다는 꽃이나 봄, 여름 풍경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당시 크리스마스카드 제조업체들이 원래는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제작하던 업체였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크리스마스카드가 얼마나 인기를 끌지 몰랐기에 기존 디자인에 크리스마스 인사말만 추가해서 제품을 내놓았다.
또한 당시 전기 조명이나 중앙난방이 발명되기 전이었기에 어둡고 추운 겨울을 견디는 사람들은 화사하고 꽃이 만발한 봄의 장면을 더 선호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크리스마스 주제들은 대중 문학의 영향을 받아 카드의 디자인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1843), 헨리 비제텔리의 ‘시인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1853) 등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재발행되면서 카드 디자인에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주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것은 종교적 의식이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 때 친척을 방문하거나 편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세속적 사회 관습의 연장으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종교적 주제는 비교적 드물었다.
크리스마스카드의 유산
예술 형식은 대부분 사회 환경에 따라 생겨나고 변하고 사라진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이 파생시킨 크리스마스카드 문화는 현대에 이르러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맞아 종이가 아닌 다른 형태로 퍼져나가고 있다.
과거 크리스마스카드는 대중적인 교류와 소통의 매개체로서 전통적 역할을 해왔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의미는 퇴색되고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
크리스마스카드의 형식과 형태는 달라졌지만, 헨리 콜의 첫 크리스마스카드에 담긴 정신은 지속되어야 한다.
안녕에 대한 감사,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 등 선한 아름다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퇴색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 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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