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대로 나타난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 겉모습과 실내, 파워트레인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같을 뿐, 모든 것이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승하기 전, 2.0ℓ 터보 모델을 먼저 시승했었다. 솔직히, 놀랐다. 이전 어코드도 크게 흠잡을 데 없는 구성이었지만, 승차감, 스티어링 휠을 잡아 돌릴 때 느껴지는 하체 반응, 파워트레인의 궁합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2.4ℓ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1.5ℓ 터보 유닛으로 다운사이징했고 3.5ℓ는 2.0ℓ 터보로 바뀌었다. 물론, 연료 효율과 힘은 더 좋아졌다. 브랜드가 신차를 투입하면서 시승 행사를 진행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어코드처럼 가솔린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승을 별개로 진행하는 건 이례적이다. 각각의 매력을 느껴보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주인공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ℓ 엔진과 전기모터로 215마력의 시스템 출력과 32.1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연비는 18.9km/ℓ로 경쟁 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리터당 2.2km 더 움직일 수 있으니, 하이브리드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솔깃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조용하고 부드럽다. 모터로 움직이다 엔진이 깨어나는 과정이 매끄럽다. 개인적으로 하이브리드를 싫어했던 이유 중 하나는 감속 시 웅웅 거리는 모터 소리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는데 이젠 하이브리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졌다. 가다 서기가 반복되는 시내에서도 시종일관 조용히 차체를 이끈다. 엔진이 조용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간섭을 해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디스플레이 모니터의 에너지 흐름도를 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215마력의 힘을 느끼는 게 좀 이질적이다. 엔진 소리는 거칠게 실내로 파고들지만, 속도 오르는 게 더디다. 거기에, e-CVT는 토크 컨버터 방식이 아니기에 rpm이 춤을 추는 느낌도 없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빠른 하이브리드를 원한다면, 인피니티 매장을 방문하는 게 좋다. 하이브리드는 EX-L, 투어링으로 나누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HUD, 혼다 센싱, 운전석 메모리 시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액티브 컨트롤 댐퍼의 유무다. 노면 상태를 가리지 않고 승차감이 좋게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액티브 댐퍼 때문이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해 최적의 승차감을 선사한다. 또한, 이전 세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위치를 2열 시트 하단으로 옮겨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고 무게중심을 끌어내려 안정적인 주행을 거든다. 2열 시트가 폴딩되는 건 서비스다.
혼다 센싱은 차체 주변에 보호막을 두른 듯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칠게 반응한다. 차선 인식이 안 되는 상황도 많았고 차선을 넘어가지 않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반응도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 디스플레이 모니터에 사각지대를 카메라로 비춰주는 레인와치는 매력적이지만, 왼쪽(운전석)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은 아예 없다. 참고로 북미에서 팔리는 모델은 왼쪽 사이드미러에 경고 아이콘을 심었다.
단순히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과감히 삭제한 것일까? 그렇다고 봐야 한다. 편의 및 안전 품목에서 아쉬운 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통풍 시트가 그것인데, 재미있게도 캠리, 알티마, 어코드 모두 통풍 시트가 적용되지 않는다. 캠리와 알티마는 북미에서도 통풍 시트 자체가 없지만, 어코드는 국내 사양에서 제외한 것이다. 캠리, 알티마와 달리 통풍 시트를 들여왔다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출시했으니 마케팅 포인트가 하나 더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이 매우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특히, 연비는 혼다의 저력을 보여준다. 다만, 미흡해 보이는 상품 구성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글 최재형
LOVE 승차감, 뿌듯해지는 연비 HATE 통풍 시트의 부재, 기대가 컸던 혼다 센싱 VERDICT 연비와 승차감만큼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