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문예시인선 227 양채운 시집 《갈빗자루》 출간
양채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갈빗자루》가 계간문예에서 나왔습니다.
‘갈빗자루’라는 제목부터 정겹습니다. 한때 어느 집에나 있었지만 이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물건. 그러나 시인에게 갈빗자루는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닙니다. 수십 년 동안 마당을 쓸던 아버지의 손때가 묻어 있는 유품이며, 지나간 세월과 가족의 기억을 불러내는 매개체입니다.
양채운 시인은 <갈빗자루>를 이렇게 노래합니다.
달아난 세월 끝에
갈대 냄새 묻은
갈빗자루
영혼이 천천히 익어가는
기억의 마당에서
강물소리 쓸어담아온
마른 대궁 사이로
그리움이 쌓인다
남의 손길로 엮인 결마다
허공에 흩어지는
오래된 숨결이 지금도 뜨겁다
그 갈빗자루를 바라보는 순간 아버지의 시간이 되살아납니다. 오래된 물건 하나가 기억의 문을 열고, 그 문을 통하여 그리움이 조용히 걸어 나옵니다.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체온이 먼저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이승하 교수는 양채운 시인의 시를 두고 요즘의 난해하고 긴 산문조 시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고 평가합니다. “쉽고 짧고 확실히 운문”이며, 독자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이는 시라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 서정시가 지녀온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합니다.
좋은 시가 반드시 어려울 필요는 없습니다. 삶에서 건져 올린 진실한 한마디가 때로는 수많은 수사보다 깊이 마음을 울립니다. 양채운 시인의 《갈빗자루》에는 아버지와 가족, 세월과 기억, 그리움과 삶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면서도 오늘 우리가 붙들고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습니다.
첫댓글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