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한 말
이 영 주
오늘 저녁 모임에서 친구가 한 말이 나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술이 신앙이라고 말 할 정도로 좋아하던 술에
1998년 4월11일 지고 말았다.
급이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겨 뇌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술을 원 없이 마셨다.
어쩌면 일생에 마실 술을 그동안 다 마셨는지도 모른다.
쓰러지고 10일 만에 깨어난 나는 움직이기 불편한
몸을 가누면서 마음으로 굳게 다짐했다.
다시 살을 수 만 있다면 앞으로 술은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담배는 일 년이 넘어 다른 사람이 피우면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
끊었다는 표현이 맞을 런지 모른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술은 끊었다는 표현보다는 참는 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갈수록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점점 들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술 한 잔은 보약이다.
그러나 두 잔은 너무 많다. 그런데 나는 열 잔이 되면 술이 적다.
그 다음 부터는 술을 마실수록 같이 술을 마신던 사람이
일어나자고 해야 일어나거나, 같이 마시던 사람이 술에
떨어지는 것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그 이 튼 날 술국을 먹거나 해장국을 먹어본 기억도
없는데다가 너무 늦게 술을 마시지 않은 시간이면 아침에
봉의산 이나 소양강주변을 조깅하는 것을 잊지 않을 정도였다.
내 기억으로는 집에서 나 혼자 술을 마셨던 적은 없다.
술을 정당히 마시고 집에 오면 신문을 보고나 책을 보는 정도였고,
술을 과하게 마셨다고 하면 집에 들어서자마자 술로 인해 잠에
곯아떨어지곤 했다.
남에게 술주정을 하여 피해를 주거나 했던 기억은 없다.
지금도 제일 좋은 시간이 혼자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가 제일 좋고, 그 다음이 이상과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성격으로 봐서 어쩌면 술도 좋았지만 대화를 술과 같이
즐겼는지 모른다.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서 대화하면서도 술잔을 빨리 비우는
성격이지만 병마와 싸운 지 일 년 되는 날 의사는 이제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된다면서 의사는 나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 의사로서 현대의학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환자가 의지강해야 합니다.
무조건 환자를 움직이게 하십시오.
넘어져도 지팡이를 짚고라도 걸으셔야 하고,
말이 잘 안 돼 도라도 말을 많이 해야 혀가 마비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뇌수술한 사람은 산소공급이 부족하니 될 수 있으면
산에서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시면 좋습니다.”
병마와 싸운 지 일 년이 넘어가면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부단히도 움직였다.
머리는 항상 무겁고, 걸음은 어설펐고, 말을 하려면 어눌해지고
침이 입가에 흘러 내렸지만 직장 야근이 끝나면 의사가 말한 대로
무조건 배낭을 메고 문배마을 뒤 산에서 한 시간씩 낮잠을 자고 온고 했다.
그러기를 삼 년이 넘어가면서 춘천 낮은 산부터 등산을 시작했고,
산림청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을 10년이 넘어서야 다 다녀올 수 있었다.
점점 건강이 회복될 수 록 친구들은 술 한 잔 하자고 했지만
60넘어 회갑 날부터 마시겠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등산하고 정상에서 정상 주를 마시는데 더운 날씨에
캔 맥주의 시원함을 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48살에 쓰러진 나는 60살이 먼 날인줄 알았는데 나에게도
그렇게 회갑이 빨리 찾아 올 줄은 몰랐다.
친구가 약속한 데로 회갑 날 한잔 하자고 하니 참 난감했다.
“친구야 내 칠순이 되는 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하고는
꼭 마실게 칠순 때까지 연기하자”
친구는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친구도 60이 넘어 건강이 좋지를 않아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니
파킨슨치매 초기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먹으면서 등산을 하고
소양강주변을 걷고 했는데 작년부터는 힘이 들어 포기 했다는 것이다.
세월은 시간을 붙들지 못하고 칠순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오늘 저녁 모임이서 친구가 나를 좀 보자고 하더니
조용히 말을 했다.
“영주야 너 나하고 이른 시간 내 술 한잔할 수 없겠니”
“왜, 칠순에 너하고는 꼭 한 잔 한다고 했잖아 그 약속은
이번에는 너하고 꼭 지킬게”
“영주야 네가 칠순이 되면 술을 마시겠다고 나에게 말한 것은 알아
그러나 내가 요사이는 아무래도 나 칠순까지 못 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
그때 그 말은 든 는 순간,
날아오는 어름 덩어리로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
“친구야 뭐 그런 말을 하니” 모임을 끝내고 춘천서 배후령을 넘어
오는 동안 내 마음속엔 중압감으로 다가 왔다.
‘정말로 술을 마시지 않고 있는데 친구가 칠순도 못 살고 떠난다면
나의 가슴에는 친구의 말이 못을 밖을 것 같다.
또 술을 마셨다가 지난 그 습관이 되돌아 온 다면 지금 환경에
할 것도 없는 나는 술 중독으로 살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차안에서 내내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밤은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이다.
산길 집으로 올라가는데, 내차 불에 놀란 고란이가 후닥닥 뛴다.
나를 더 놀라게 한다.
오늘 밤은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
2014.3
첫댓글 이영주님, 늘 글속에 철학이 있고 사랑이 있음을 봅니다. 좋은글 읽고 갑니다.
한가지 알림은, 요즘 춘천중앙감리교회 새벽기도회에서는 (2014년 사순절 특별새벽기도회) <십자가의길>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3주간의 여정"을 권오서 목사님이 설교합니다.
이 작품은 이필상 목사가 현지에서 함께 촬영하여 편집한 것으로 내용이 참 좋습니다. 이익상 목사의 노고가 컸음을 보고, 이영주 선생께 알리고 싶어서 전합니다.<김기태 장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해답은 마음 먹기 나름. 자신과의 약속을 굳게 지키시는 분, 그런 분이면 과거의 나쁜 버릇에 빠지지 않을 것 같네요.
장하십니다. 나는 언제나 저리 되나

영주님 이 글 잘 다듬드셔서 올해는 초회를 하심이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