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으로 살아가기
손 원
항상 젊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바쁘게 사는 것이 젊음과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 쉬면 쉴수록 늙는다고 했다.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에 몰두하게 되면 에너지가 생성되고 그 에너지가 온 몸에 충만하게 된다. 반면에 하는 일이 없다면 에너지 생성이 적어 심신이 허약해짐은 물론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눈빛은 초롱초롱 광채가 나고, 빈둥거리는 사람의 눈빛은 흐릿해 보인다. 이처럼 우리의 심신은 에너지가 지탱해 주는 것이다. 심신의 건강을 지키려면 에너지 생성을 왕성하게 해야만 한다. 어떤일에 몰두하면 좋겠고 그렇지 못하다면 힐링이 되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건강유지에 큰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영국인 '토마스 파' (1436-1589)로 알려지고 있다. 152세까지 장수했던 그는 155cm의 키에 53kg의 몸무게인 단신이었다고 한다. 88세에 처음 결혼하여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고 122세에 재혼까지 했다. 그의 장수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다.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찰스1세가 그를 왕궁으로 초대하여 생일을 축하해 주었는데, 그때의 과식이 원인이 되어 2개월 후에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왕궁에서는 당대의 유명한 화가 루벤스에게 그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는데, 이 그림이 바로 유명한 위스키 ‘Old Parr'의 브랜드가 되어 오늘날까지 그의 모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가?“하는 논의는 예로부터 있어 왔다. 성경에는 수명이 120세로 나온다. 현대 의학자들도 비슷하게 125세까지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통계청에서도 현재 65세를 넘은 사람의 평균 수명이 91세라고 발표한 것을 보면, 인생 칠십은 옛말이고 인생 백세 시대가 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요즈음은 또 ‘인생 백년 사계절 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25세까지가 ‘봄(春)’ 50세까지가 ‘여름(夏)’ 75세까지가 ‘가을(秋)’ 100세까지가 ‘겨울(冬)’ 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70세 노인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만추(晩秋)쯤 되는 것이며, 80세 노인은 이제 막 초겨울에 접어든 셈이 되는 것이다. 동양에서와 같은 회갑개념이 없는 서양에서는 대체로 노인의 기준을 75세로 보는 것 같다. 그들은 65세에서 75세까지를 Young Old 또는 Active retirement라고 부른다. 비록 은퇴는 했지만 아직도 사회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연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육체적 연령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젊음일 것이다. 유대계 미국 시인인 사무엘 엘만은 일찍이 그의 유명한 시 ‘Youth(청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도 70세 노인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몇 년전 96세로 타계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타계 직전까지 강연과 집필을 계속하였다. 페루의 민속사를 읽으면서, 아직도 공부하시냐고 묻는 젊은이에게 ”인간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 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1973년 96세로 타계한 금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93세 때 UN에서 조국 카탈루냐의 민요인 ‘새의 노래’를 연주하고 평화에 대한 연설을 하여 세계인들을 감격하게 했다. 이들보다는 나이가 적지만 세계 제일의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는 최근 ‘이제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쉬면 늙는다. 바쁜 마음이야 말로 건강한 마음“이라며 젊음을 과시하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젊은이보다 더 젊은 꿈과 열정을 가지고 살았다.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마음이 청춘이면 몸도 청춘이 된다”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소극적인 생각은 금물이다,“
“노령에도 뇌세포는 증식한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 확실히 ‘늙음’은 나이보다도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물론 생사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 수 있다면 감사한 인생이 되지 않겠는가!
은퇴 5년차인 나는 가끔 걱정을 한다.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업을 위한 일을 하지 않을 때 쉬고 있다고들 한다. 은퇴 후 취미생활을 한다거나 자기개발을 하고 있어도 쉬고 있다고 할것인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쉬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경제활동에 비중을 둘 수는 있지만 보다 유익한 일에 매진하는 모든 활동이 넓은 의미의 일이라고 하겠다. 일에는 육체적인 노동이 있고, 정신적 노동도 있다. 외관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도 정신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도 일의 범주에 속한다. 은퇴 후 나는 창작을 하고 있고, 손주를 돌보고 조그마한 텃밭을 경작하고 있다. 이렇게 볼때 쉬고 있는 삶은 아니다. 그럼에도 때로는 은퇴하여 쉬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왕년의 왕성했던 의욕을 상실한 듯 하여 자신감이 처지기도 한다.
은퇴 후 나름대로 꾸준히 무언가를 해 오고 있지만 과거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나를 보는 다른이의 시각이 느껴진다. 직장이 없고, 직책이 없고, 매일 부디끼는 동료도 없다. 일로 인한 성취감도 덜하고 수익도 예전같지가 않아 쉬고 있는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하겠다. 모든 여건이 예전 같지 않다고 내려놓고 나약하게만 살아갈 것인가? 그러면 희망도 없고 쉽게 늙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려 놓은 것도 많지만 들어 올려야 할 것도 만만찮다. 나의 창작활동이 왕성해지면 자긍심을 가질 수가 있고, 나의 보살핌으로 손주들의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보람이다. 시간이 나면 지인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의욕과 긍지 그리고 보람된 일상을 간직하면 쉽게 늙지 않을 것이다. 노력하면 앞서 언급한 성공한 이들 못지 않은 나만의 좋은 삶을 살아 갈 수가 있다. (2022.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