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와 함께한 여행
Life Tour Guide 장진수
김천시 증산면 산간오지라 산천이 청정하고, 약초와 산나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성주에서 대가천 계곡을 따라가는 이 고향 길목을 이곳에서는 무흘구곡(武屹九曲)이라 부른다. 무이구곡은 이 지방에 대표적인 유학자 한강정구 선생이 남송 때 주희가 명명한 무이구곡(武夷九曲)에 견주어 아홉 군데를 가려 뽑고 시를 지어 기린데서 비롯되었다.
문화재로는 인현왕후가 머물던 청암사가 있고, 수도암이 있다. 수도암에 올라 부처님의 눈높이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가야산 산봉우리가 부처님의 형상으로 떠오른다. 이곳이 천하명당이 아닐까?
김천시 증산면 증산초등학교, 1959년 졸업생 43명은 졸업 후 35년 세월이 흐른 지천명의 나이로 접어든 1994년 4월에 첫모임을 가졌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머금었고 잃었던 가족을 만난 것처럼 옛 추억을 더듬으며 얼싸안았었다. 환갑을 코 밑에 둔 연륜들이라 얼굴엔 어느새 밭고랑 같은 세월의 흔적이 눈물겨운 것을 어찌하랴.
그날 이후 우리 소꿉친구들은 1년에 한 번씩 모두 모여서 정담을 나누어왔다. 지난 봄 부산모임에서 해외여행을 한번 가자는 어느 친구의 제의에 모두가 좋다고 일시 환호를 보냈었다. 서울에 사는 김흥배 친구가 천만원을 낼 테니 2011년 해외에서 모임을 갖자고 하면서 금년 초 부산 총무에게 송금을 해왔다.
늦가을 흥부네 초가지붕에 열린 박처럼 늘 커다란 웃음을 지으며 회원들의 인기를 받아오던 웅숭깊은 시골촌놈,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비단 장사를 하면서 돈은 좀 벌었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그렇게 여유 있는 친구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 밖에도 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내어 놓은 것이다. 외국여행 못해본 소꿉친구들을 위해 여행경비를 부담하다니, 그 친구의 마음은 고향 마을 을 굳건히 지키는 고목나무, 송아지의 울음소리,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에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시냇물과 같은 마음 이였으리라, 멋진 녀석을 친구로 둔 것만은 분명하다.
금년 봄 마침내 우리일행 15명은 출발점인 김해공항에 모였다. 60년의 긴 세월동안 살아온 마음의 짐 다 내려놓고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했다. 5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태국 수완나폼(황금의 땅) 국제공항, 호텔에 여장을 풀기 바쁘게 로비에서 푹신한 소파에 마주앉은 시골촌놈들, 코 흘리게 시절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행 첫날 호랑이 공원에서 조련사의 도움으로 살아있는 호랑이와 함께 오싹한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각종 동물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서 마냥 즐거웠다. 저녁시간 태국의 문화가 담겨있는 티파니쑈를 관람하고 난 후 발 마사지를 받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발 마사지가 그렇게 좋았던지, 모두들 친구 덕분에 왕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다음 날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논녹빌리지를 갔다. 논녹 빌리지는 논녹이란 할머니가 젊어서부터 모은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정부에 희사를 하면서, 그래도 아들의 장래를 생각했던지 수입금의 20%를 아들에게 주라는 유언에 따라 아들은 이 수입금으로 농장입구에 살고 있는데 1층에 배, 2층에 스포츠 카, 3층에 승용차를 종류별로 비치하고 화려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태국도 우리나라처럼 아들인생이 내 인생이란 사고가 박혀 있었다.
산호섬으로 이동하여 스피드 보트를 타고 섬 일주를 하면서 새로운 이국 풍경의 다채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두고 온 친구들이 밀려오는 파도만큼 이나 아쉬움이 더해진다.
여행 3일째 방콕의 왕궁 라마1세에 의하여 세워진 에머랄드 사원은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장식이 타이 전통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앞에 엎드려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면서, 종교가 나약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새삼 생각해보았다.
고향 산마루를 넘다보면 옛날 샘물이 아직도 그대로 흐르고 있다. 이번에 함께한 여행길이 각자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아직까지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소꿉친구가 다른 어떤 친구들보다도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소꿉친구들과 함께한 이번 여행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뿌듯하다. 죽마고우가 어떤 것이란 걸 보여준 비단장수 친구 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첫댓글 값진 여행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