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아버지 - 김남조/ 아버지 - 고은/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그 - 이시영/ 우리 아버지 - 황지우/ 아버지 - 김남주/ 어쩌면 좋아, 이 무거운 아버지를 - 김혜순/ 아버지 - 오성호/ 아버지 - 배창환/ 아버지 - 깅용락/ 아버지 생각 - 하종오/ 투사 아버지, 장의사 아버지 - 신현림/ 아버지의 섬 - 박경석/ 위험한 가계 - 기형도/ 아버지 - 이승하/ 논 - 김용택/ 다리 - 김진경/ 땅의 아들 - 고재종/ 본적지 - 이영진/ 아우라지에서의 1박 - 박용재/ 아버지의 이름으로 - 전기철/ 바위채송화-이민영/ 가정 - 박목월/ 아버지의 사진 - 김수영/ 아버지의 식목 - 김규동/ 아버지의 가을 - 정호승/ 아버지가 물려준 것 - 김영태/ 중산층 가정 - 마종기/ 꽃 피는 아버지 - 이성복/ 아버지 - 박남철/ 아버지, 내 아버지 - 한광구/ 아버지의 등 - 나희덕/ 아버지의 저녁 - 박주관/ 아버지는 휴가중 - 박청호/ 아버지의 사랑말씀 4 - 강형철/ 비 속의 아버지 - 김명인/ 아버지 - 나해철/ 울아버지 생각 - 이승철/ 달빛 속에 서 계신 아버지 - 김형수/ 아버지와 함께 누워 - 정영상/ 아버지의 눈물 - 정세훈/ 아버님의 가르침 - 고광헌/ 아버지의 들 - 곽재구/ 전라도 아버지 - 문병란/ 여름하늘 3 - 신동호/ 아버지 - 김기택/ 수도곶 시편 - 박찬/ 아버지 별 2 - 김주혜 고향난초 - 서정주/ 아버지 제사 - 천상병/ 한 농부의 추억 - 이기철/ 아버지의 빛 1 - 신달자/ 선고상장 - 김명수/ 아버지 목마르시다 - 박태일/ 성묘 가는 길 - 박라연/ 논밭에 관한 명상 2 - 홍일선/ 아버지 - 정규화/ 그리운 아버지 - 임동확/ 신사부사 - 김송배/ 아버지의 집으로 가고 ... ............................................
아버지--박남철
1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아
아버지 돈 좀 주세요 머라꼬 돈 좀 주 니 집에 와서 슨 돈이 벌쎄 얼맨 줄 아나 8마넌 돈이다 8마넌 돈 돈 좋아요 저도 78년도부텀은 자립하겠음다 자립 니 좋을 대로 이젠 우리도 힘없다 없다 머 팔께 있어야제 자립 78년부텀 흥 니 좋을 대로 근데 아버님 당장 만 원은 필요한데요 아버님 78년도부터
당장 자립하그라
2 뭐요 니기미이 머 어째 애비 보고 니기미라꼬 니기미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야아 이
자알 배왔다 논 팔아 올레서 돈 들에 시긴 공부가 게우 그 모양이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예끼 이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고정하십시요 야아 이 놈아
아버지
3 어젯밤에도 또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찬물에 밥을 뚜욱뚝 말아 드시면서 시커멓고 야윈 잔기침을 쿨럭쿨럭 하시면서 마디마디 닳고 망가진 아버지도 젊었을 적에는 굉장한 난봉꾼이셨다는데
꿈속에 또 꿈을 꾸었는데 아 젊은 아버지와 양장을 한 어머니가 참 보기에 좋았다 젊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한창 애교를 떨고 있었고 아 참 보기에 좋았다 영화처럼 사이좋게
나는 전에 그런 광경을 결코 본 적이 없었다
*출처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 저는 맨맛한 것이 엄니이었는데 박남철 시인은 속으로 아부지이시었나 봅니다. 언제나 휘인 등뼈 속에 감추어 둔 아들의 기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