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라는 곳 [심재휘]
불쑥 오래된 이발소에 가고 싶다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곳
해질 무렵 집에도 가기 싫을 때
뜻밖의 이발소를 마음 속에 짓고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앉으면
나는 너무 오랫동안 허락도 없이
이발소를 다녔구나
오랫동안 거울 속에 건네다 주었던 표정들을 돌려받고 싶다
그리고
후드득 떨어지는 머리카락들을 보며
스르륵 잠이 들고 싶다
머리카락 같은 속마음들을 들키지 않고
그 가늘게 슬픈 것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툭 가볍게 떨어지는 머리칼같이
빙긋 웃으며 긴 잠을 자고 싶다
- 시안, 이천십이년 가을호
* 남자는 이발소, 여자는 미용실이라는 틀에 갇혀 있기도 했고
미용실의 파마냄새 때문에라도 미용실을 간 적이 없다.
이발소는 대략 머리칼 자르는데 한시간이 걸린다.
무쟈게 인내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될 만큼 가위질은 깔짝깔짝이었던 게다.
남성이발소라고 블루클럽이라는 게 생기고 나서 주로 이런 곳을 이용했다.
머리칼 자르는데 오분이면 족하다.
-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라고 물으면 한달치만 깎아주세요! 했다.
머리도 대개는 집에 가서 감는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시간 빼고 오분 걸린다.
물론 이발소에서는 면도도 해주고 뭘 발라주기도 하고 서비스는 기가 막히다.
그래도 그 깔짝깔짝을 참을 수 없다.
일력이 벽에 걸린 이발소 풍경이라든지 수건을 따뜻하게 해서 수염부분을 대고 있을 때의 기분이라든지
싸구려 스킨로션의 향기라든지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 떠오르긴 한다.
지금도 그런 이발소가 있을라나.
나 때문에 굶고 있는 건 아닌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