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화를 내는 이유가 사실은 '무서워서'일 때가 있습니다. 화는 불안이 겉으로 드러난 또 다른 얼굴일 수 있습니다."
불안이 많은 아이라고 하면 보통 수줍고 조용한 모습을 떠올립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혹시 놀림받거나 거절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큰 아이(사회불안)는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화'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학생 2천6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른 사람의 평가를 걱정하는 마음이 클수록 다른 사람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다른 사람도 자신을 싫어하거나 공격할 것이라고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 늘 '나쁜 일이 생길 거야'라고 마음의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친구가 별 뜻 없이 한 말이나 행동도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안한 사람들은 이 화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불안이 큰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덜 공격적으로 행동했는데, 화를 냈다가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보일까 두려워 꾹 참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착하고 얌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화를 삼키고 있는 셈입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참기만 하는 화가 오히려 마음과 몸의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고, 화가 많이 쌓인 사람일수록 상담이나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모든 불안한 사람이 화를 참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불안을 겪는 사람 5명 중 1명 정도는 두려운 상황에서 숨기보다 맞서 싸우는 쪽으로 반응해, 화를 쉽게 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성인 107명을 살펴본 다른 연구에서는 그 차이를 만드는 열쇠가 '감정이 클 때 행동을 멈추는 힘'에 있었습니다. 불안이 클수록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충동적인 행동을 참기 어려워했고, 바로 이 어려움이 불안을 화, 미움, 폭언, 몸싸움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정리하면, 불안한 아이의 폭력성은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감정이 넘칠 때 멈추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힘은 연습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화내지 말라고 하기보다, 화가 날 때 잠깐 멈추는 법을 함께 연습할 때 아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됩니다."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해결 방안 3가지
① 화를 혼내기 전에, 화 밑에 있는 불안을 먼저 알아봐 주세요
아이가 갑자기 화를 내거나 친구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했다면, 그 직전에 아이가 불안하거나 무시당했다고 느낄 만한 일이 있었는지 살펴봐 주세요. "왜 그렇게 화를 내!"보다 "친구들이 웃어서 놀리는 것 같았구나, 많이 속상했겠다"라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 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는 "혹시 친구가 다른 이유로 웃은 건 아니었을까?"처럼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불안한 아이는 애매한 상황을 나쁘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② 조용한 아이의 '참는 화'도 꼭 살펴봐 주세요
겉으로 얌전한 아이는 문제가 없어 보여 지나치기 쉽지만, 속으로 화를 삼키고 있을 수 있습니다. "화가 나는 건 나쁜 게 아니야, 화난 마음을 말해도 괜찮아"라고 알려 주세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면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화가 난 정도를 1부터 10까지 숫자로 말해 보기처럼 부담 없는 방법을 활용해 보세요. 참아온 마음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어야 한꺼번에 터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③ 감정이 커질 때 '멈추는 연습'을 함께해 주세요
화가 날 때 바로 행동하지 않고 잠깐 멈추는 힘은 연습으로 기를 수 있습니다. 신호등처럼 '빨간불(멈추기) → 노란불(천천히 숨 쉬며 생각하기) → 초록불(말로 표현하기)'의 순서를 아이와 함께 정하고, 평소 기분이 좋을 때 미리 연습해 보세요. 부모님이 화가 났을 때 직접 멈추고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아이가 화를 참지 못해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다치게 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불안과 감정 조절을 함께 다루는 전문가와 상담해 주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DeWall, C. N., Buckner, J. D., Lambert, N. M., Cohen, A. S., & Fincham, F. D. (2010). Bracing for the worst, but behaving the best: Social anxiety, hostility, and behavioral aggression.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24, 260–268.
Dixon, L. J., Tull, M. T., Lee, A. A., Kimbrel, N. A., & Gratz, K. L. (2017). The role of emotion-driven impulse control difficulties in the relation between social anxiety and aggressio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73(6), 722–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