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자보고 싶어
라디오를 작게 틀어놓고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있는
그런 작은 행복 가지고 싶어
아버지와 함께하는 잠자리는 구역질이 나
이불에다 한바탕 오바이트라도 하면 시원하겠어
손가락 굵기만한 퍼런색 배추벌레가
밤이면 스멀스멀 온 몸을 기어다니고
물렁거리는 살덩이는
담배냄새, 땀에절은 숨소리를 내고
난 온몸이 오그라들어 전신에 소름이 돋아
잠자리가 두려워
또 아버지의 아이를 낳는 꿈을 꿀까봐
내속에서 구더기 같은게 나올까봐
하루에 몇번씩 샤워를 해도
그가 남긴 정액의 냄새는 지워지지 않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번 냄새를 맡아봐
아버지의 그냄새가 아직도 나고 있잖아
진관아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이라지?
매일같이 발가벗기우고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내가
아름답니?
이름다워질 수 있겠니?
죽고싶어
아니 죽이고 싶어
푸줏간의 살덩이를 자르듯
칼로 토막토막 가루가 될 때까지
난도질하고 싶어
내 몸은 속으로부터 썩아가는데
이대로라면 미쳐버릴 것 같아
어떡할까 진관아
진관아 어떡할까
2.
믿고 싶지 않았다
너에게서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때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싶었다
너를 만난 첫 순간의 고운 감동이
칼날처럼 다시 떠올랐고
내 무릎에 떨군 너의 눈물에
몸을 베인 듯 떨어야 했다.
못마시는 술을 부어마시며
어째서 너일 수 밖에 없는지
어째서 이런 고통과 함께 너를 만나야 하는지
미친듯이 되물었다
그러고도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알고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담벼락에 주저앉아 울어야했다
어김없이 짐승에게로 불리워가는
너의 손을 움켜잡고
너를 끌어안을 짐승의 붉은 혀를 떠올리며
치떨리는 증오를 만나야 했다
네가 겪었을 악몽의 밤
안돼! 안돼! 하며 깨어야만 하는
숱한 밤들이 내게로 이어지고
발가벗기운 너의 피로함이
목을 조이며 내게 엄습한다.
두 어머니/오미환 생활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김보은양 선고공판에서 함께 구속기소된 김양의 남자친구 김진관군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아들과 보은의 뺨을 쓰다듬으며 어깨를 안았다.
그는 아들을 불행과 묶는 끈이 된 보은양에 대해 「원망보다는 불쌍하다」고 말했다.
『내 아들이 착해서…막된 놈이었다면 보은을 모른척 했을텐데…』 그의 말에는 두 젊은이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과 사랑이 가득했다.
보은의 어머니도 『내 딸만 아니었다면…진관의 어머니에게 미안하다. 10년 넘게 남편에게 시달리면서도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 이번일로 진관군과 동료학생들을 아들로 얻었다』며 목이 메었다.
두 어머니는 아들과 딸에게 각각 7년,4년 징역형이 선고되자 눈물에 파묻혔다. 법정 안팎을 가득 메운 학생,여성단체 관계자,가족들 틈에서는 순간 고함과 분노,눈물이 터져나왔다.
보은양과 진관군은 대학 입학후 알게됐고 지난해 5월 보은양은 자신의 참혹한 12년을 그에게 고백하며 『죽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길들어졌나 보다…도망칠 곳이 없다』고 했다.
진관군은 그뒤 방황하며 보은양의 아픔을 함께 괴로워하다 끝내 김양과 함께 살인을 저질렀다.
진관군이 지난 28일 구형공판에서 한 최후 진술의 마지막 말은 『보은이를 미치지 않고 잘 자라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것이었다.
12년간의 지옥같은 성폭력에 시달린 여대생과 그를 사랑한 남자친구가 결국 폭행범을 살해하고 청춘을 압수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고통을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한 우리사회에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딸을 감옥에 보내게 된 두 어머니는 또 앞으로 어떤 막막한 세월을 견뎌야 할것인지….
공판 뒤 기자회견에서 「김보은·김진관 공동대책위」 박상희 공동위원장은 『성폭력 추방은 바로 우리 어머니·반려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 두 젊은이를 구하는데 다같이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첫댓글 저도 그방송봤어요~.진짜 슥슥 썰어서 양파에 절여 갈아 기름에 부쳐 비둘기먹이로 줘도 시원찮을 놈.-_-; 저 남자친구 최후진술에서까지 자기 발목 잡아버린 여자 원망은 안하는거 보고 너무 감동받았어요. 그여자도 너무 불쌍하고..ㅠㅠ
우리나라 법이 문제가 많네요
너무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