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울분을 나누다
棄我去者(기아거자) 昨日之日不可留(작일지일불가류).
날 버리고 떠난 지난 세월 붙잡을 수 없고,
내 맘 어지럽히는 지금 시간 근심만 가득하네.
亂我心者(난아심자) 今日之日多煩憂(금일지일다번우).
세찬 바람에 만 리 먼 길 날아온 가을 기러기,
저들 바라보며 높은 누각에서 술을 즐긴다.
長風万里送秋雁(장풍만리송추안), 對此可以甘高樓(대차가이감고루).
그대 문장엔 건안(建安) 시대의 강건한 기개,
내 시엔 그 다음 시대 사조(射眺)의 청신한 기풍.
俱懷逸興壯思飛(구회일흥장사비), 欲上靑天攬明月(욕상청천람명월).
우리 함께 빼어난 취향과 장대한 의지로 비상하여,
저 푸른 하늘에 올라 해와 달을 잡으려 맘먹었건만…
抽刀斷水水更流(추도단수수경류), 擧杯銷愁愁更愁(거배소수수경수).
칼 뽑아 물을 베니 물은 더욱 세차게 흐르고,
잔을 들어 시름을 삭이니 시름 더욱 깊어지네.
人生在世不稱意(인생재세불칭의), 明朝散髮弄扁舟(명조산발롱편주).
이 세상 인생살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내일 아침엔 머리 풀고 조각배나 띄우리.
―‘선주 사조루에서 교서 벼슬을 하는 아저씨 이운을 전별하다
(宣州謝脁樓餞別校書叔雲·선주사조루전별교서숙운)’
이백(李白·701∼762)
* 사조루(謝脁樓); 남조의 유명한 시인 사조(謝眺 464~499)가 선성태수(宣城太守)로 있을 때 지은 누대로, 북루 또는 사공루라한다. 사조는 오언에 능했는데, 특히 산수시로 이름이 높았다. 소사(小謝)는 같은 문중의 사령운(謝靈運, 385~433, 육조시대의 문인)을 대사(大謝)로 부른데서 유래한다.(필자 주)
* 이운(李雲); 이화(李華) 라고도 하며, 이백의 집안 아저씨 뻘이다. 일찍이 비서성 교서랑(校書郞)을 역임하였고, 산문가로 이름이 꽤 높았다.
한순간 반짝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지난날의 영화는 간데없고 도처를 떠돌며 수심에 찬 나날을 보내야 했던 이백. 벼슬을 구하려고 세도가들에게 자천(自薦)의 글을 보내기도 하고, 또 자신의 시명을 알아주는 부호의 문객(門客)이 되어 시주(詩酒)를 즐기며 호방한 척 초연한 척 울분을 삭이고 있었다.
아저씨뻘 되는 이를 전별하려고 누각에 오른 시인.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소외의 울분을 나누려 하고 있다. 아저씨의 문장은 한대 말엽 건안 시대 조조(曹操) 등이 보여준 강건한 기개를 닮았고, 저 역시 육조 시대 산수시의 개조(開祖)인 사조(謝脁)의 참신한 시풍을 계승했다 자부하지요. 허나, 남다른 취향과 의지를 가진들 무슨 소용이겠어요. ‘칼 뽑아 물을 베니 물은 더욱 세차게 흐르고, 잔을 들어 시름을 삭이니 시름 더욱 깊어지듯’, 우리가 갖은 애를 다 써봐야 도무지 세상은 인재를 몰라주는 것을. 인생살이 이럴진대 강호(江湖)에 묻혀 사는 수밖에요.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3년 10월 20일.(금)〉,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좋은아침입니다
이틀 남은 10월의 마지막 한 주! 뜻깊은 시간 속에 가을을 즐기시고요.
가을은 짧아 더 아쉽지만
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짪은 계절, 모든 순간 소중히 보내시고 최선을 다하시는 멋진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