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ㆍ5월 분양 성수기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가운데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 단골 홍보문구인‘강남 출퇴근 30분’과 ‘역세권 위치’가 과장 광고라는 비판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올해 워낙 신규 개발택지 및 수도권 외곽의 분양 물량이 많다 보니 일부 건설사들이 지하철역에서 아파트까지 도보 20분이나 떨어진 곳을 ‘역세권’으로 홍보하는 등 무리수를 둔 탓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건설사들이 부동산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선택한 입지조건을 강조한 분양 광고 문구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파트 건설 단지 블록에서 지하철역까지 1.6km나 떨어졌는데도 ‘역세권’이란 문구로 홍보하거나, SRT 및 KTX 역세권 위치 아파트들이 환승 및 대기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강남 출퇴근 20분’ 등으로 홍보한 문구들이 실제 수요자들의 빈축을 사는 중이다.
해당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근 지역에서 성인 남자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서 30분이 나오는 거리를 ‘역세권’으로 홍보하는 양심불량 건설사도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광고 문구를 보면서 비웃는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시장에서 역세권이란 보통 역을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의 지역을 의미한다. 성인이 1분당 이동하는 거리가 대략 61.6m인 점을 감안하면 500m는 성인 도보로 9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실제 소비자들도 ‘역세권’은 ‘도보 10분 내’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재 4월 분양 중인 역세권 오피스텔과 아파트 중에는 이 ‘역세권’의 평범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다수다.
주로 문제가 되는 지역은 SRT 역세권 분양 아파트들이다.
4~5월 중 SRT ‘역세권’에서 분양하는 대규모 단지는 평택 소사지구 2곳(SRT 지제역), 동탄 2신도시 2곳(SRT 동탄역)이다. 이들 SRT 노선은 역이 개통되더라도 대부분 강남 출퇴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택 소사벌에서 분양하는 P건설의 아파트는 오는 8월 개통하는 SRT 지제역이 들어서면 수서역까지 20분대 접근이 가능해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수월하다고 홍보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빠져있다.
2018년에 완공되는 해당 아파트에서 SRT지제역까지의 거리만 최단 5.6km에 달한다는 점이다. 자동차로 이동해도 14분이 걸리는 걸리는데 현재 해당 지역의 마을버스 이동거리를 보면 30분∼50분이 소요된다. 여기에 지제역에서 수서역까지 수도권 고속철도로 20분, 수서역에서 내린 이후 수서역 3호선 및 분당선까지 400m, 직장인들 출근지가 모여 있는 강남역과 삼성역까지 최소 30분이 걸리는 식이다. 이래저래 모두 합하면 출퇴근 시간에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는데, 자가용으로 출퇴근해도 도로가 전혀 막히지 않을 때 최소 1시간 10분이 나오는 거리다.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에 들어서는 ‘남양주 라온 프라이빗’도 비슷한 경우다. 시공사는 ‘경춘선 마석역과 광역버스를 이용시 강남까지 30분대 진입할 수 있어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이 용이하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경기도에서 배정한 광역버스 8001번을 탈 경우 강남역까지 버스로만 55분이 걸리는데, 경춘선 마석역을 이용하더라도 환승을 3번이나 해 도보 6분을 제외해도 강남역까지 최소 1시간 45분이 걸리는 상황이다.
신분당선 동천역 개통을 중심으로 홍보 중인 하람타운하우스의 경우는 처음부터 ‘강남권 진입’이라는 애매한 말로 홍보 중이다. 특히 자가용 출퇴근으로 15분이 걸린다고 하지만, 강남 업무지구가 몰려 있는 언주로 일대까지 도착하려면 50분이 걸린다. 그럼에도 이들 지역 타운하우스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강남권’출퇴근 시간을 홍보 중이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나들목에 위치해 서울과 가깝다고 주장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강남 출퇴근 30분을 말하지만 실제 30분 내로 이동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
파주시 운정지구 쪽 아파트 단지들은 제2 자유로와 올리픽대로가 인접해 강남까지 30분대 출근이 가능하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도로사정이 모두 원활한 조건에서도 강남역까지 1시간이 걸린다. 김포 한강신도시 운양동 쪽 아파트들도 김포한강로로 빠진다 해도 대략 50분∼1시간 사이가 걸린다.
그 외 소소하게 지하철 역세권을 강조하는 아파트 분양 상품들도 구글 및 네이버지도를 이용해 따졌을 때 허수가 많은 편이다.
GS의 ‘답십리 자이’는 5호선 답십리역까지 도보 15분, 현대건설의 ‘북아현 힐스테이트’도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아현역까지 15~17분이 걸리지만 ‘역세권’으로 홍보 중이다.
이 같은 ‘허수’광고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분양 성패가‘10ㆍ30’법칙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사 분양관계자는 “분양 시 수도권 내에서는 역세권 10분거리, 수도권 외곽에서는 강남 출퇴근 30분거리를 벗어나면 흥행 성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위성지도로 실제 이동거리를 따지면 거의 대부분 홍보문구와 실제 이동거리 간에 오차가 발생하긴 하지만 과장ㆍ허위광고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