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초이
적군은 참패의 와중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결사항전중이다
패배가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단 한 명의 탈영병도 없다
아군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몰아붙임에도 불구하고
적군은 장군의 깃발 수자기 아래, 일어서고 또 일어선다
창과 칼이 부러진 자는 돌을 던지거나 흙을 뿌려 저항한다
이처럼 처참하고 무섭도록 구슬픈 전투는 처음이다
요셉, 조선인들은 참 변한 것이 없습니다
저 여인이 그토록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조선이
이번엔 저 여인을 지키고 있습니다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함 사이
어디쯤에 있는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 속으로, 한 걸음 더
요셉, 전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그댄 이미 나아가고 있소,
나아가던 중에 한 번 덜컹인거요.
그댄 계속 나아가시오, 난 한 걸음 물러나니
그대가 높이 있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선택해도 됐을텐데
무시를 선택해도 됐을텐데
이리 울고 있으니 물러나는거요.
이 세상엔 분명 차이는 존재하오.
힘의 차이,견해 차이,신분의 차이
그건 그대 잘못이 아니오 물론,나의 잘못도 아니오
그런 세상에 우리가 만나진 것 뿐이오.
그대의 조선엔 행랑어르신,함안댁도 살고있소
추노꾼도,도공도,역관도,심부름 소년도 살고있소
그러니 투사로 사시오.
물론, 애기씨로도 살아야하오
영리하고 안전한 선택이오
부디 살아남으시오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당신의 조선을 지키시오
그 여인이 처음 배웠던 영어 단어는
건, 글로리, 새드엔딩이었다고 한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 다를 우리였다.
우리의 걸음은 우리를 퍽 닮아있었다.
유서를 대신하여 써내려가는 호외와
부서지는 몸속으로 남은 생만큼 타들어가는 아편과
끝끝내 이방인에게 쥐어진 태극기를 들고
우리가 도착할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그 사이 어디쯤일까.
멈출 방법을 몰랐거나
멈출 이유가 없었거나
어쩌면, 애국심이었는지도..
없던 우정도 싹텄던 더없고 뜨거운 여름밤이었으니까.
울지 마시오.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요.
그래서 가는 거요,
당신의 승리를 빌며..
그대는 나아가시오,
난 한걸음 물러나니
구동매
제가 조선에 왜 돌아왔는지 아십니까?
겨우 한 번, 그 한 순간때문에
백 번을 돌아서도 이 길 하나뿐입니다 애기씨.
애기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그런 얘기도 하시려나.
그럼 왜 하는지도 아십니까?
이놈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뵐줄 몰라서...이놈,칼을 씁니다
제가 제일 처음으로 벤 이가 누구였는지 아십니까?
애기씨였습니다.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
고르고 골라 제일 날카로운 말로 애기씨를 베었습니다.
....아프셨을까요?
여직 아프시길 바라다가도,
아주 잊으셨길 바라다가도,
안되겠지요 나으리
제가 다 숨겨주고 모른척해도
안되는거겠지요, 이놈은
지금부터 애기씨의 무언가가 되어볼까 합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세상 모두가 적이 되어도
상관없겠다 싶어졌거든요.
그게 애기씨여도 말입니다
역시 이놈은 안될 놈입니다.
아주 잊으셨길 바라다가도
또 그리 아프셨다니 그렇게라도
제가 애기씨 인생의 한 순간만이라도 가졌다면,
이놈은 그걸로 된 것 같거든요.
실컷 울고 내일부턴 다른 꿈을 꿔
이양화로도,쿠도히나로 살지말고
가방엔 총 대신 분을 넣고,
방엔 펜싱검 대신 화사한 그림을 걸고,
착한사내를 만나, 때마다 그대 닮은 봄 옷이나 지으면서
울지도 말고,물지도 말고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꿈을 꿔
김희성
그대의 정혼자 김희성이오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별,꽃,바람,웃음,농담 그런것들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살다 멎는곳에서 죽는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꽃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요.
꺾어서 화병에 꽂거나, 꽃을 만나러 길을 나서거나
나는 그 길을 나서보려 하오.
이건 아주 나쁜 마음이오.
내가 나선 길에 꽃은 피어있지 않을테니.
파혼해 주겠소?
늦게 만난 벌을 이리 받나보오.
우리 내기합시다.
이긴 사람 소원들어주기
이건 반드시 내가 이겨야하는 내기라 내가 이겼소.
내기를 했으니 들어주시오.
우리 이제 분분히 헤어집시다.
이젠 그댄 나의, 나는 그대의 정혼자가 아니오.
이것이 내 소원이오.
글에도 힘이 있소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오
애국도, 매국도, 모두 기록해야 하오
봄이 왔나보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기 다 있구려
난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오늘 나의 사인은, 화사요
무용하던 내 삶에 그대들은 영광이었소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들이구려
그 이유로 그이들과 한패로 묶인다면 영광이오
+) 고애신이랑 쿠도히나는 뭔가 적절한 짤을 못 찾음
고애신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린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께는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하오, 불꽃으로.
죽는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그럴지도.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베, 불란서 양장, 각국의 답례품들
나 역시 다르지 않소.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뿐이오
혹시 아오?
내가 그날 밤 귀하에게 들킨게 내 낭만이었을지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고 또 다시 타오르려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여직 늘지 않아서 작별인사는 짧았다.
잘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쿠도히나
질투하라 꽃을 주십니까,
꽃처럼 살라 꽃을 주십니까?
여인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한철에 시들 꽃이 아니라
내 진심이지요.
오래된 진심이면 더 좋구요.
저는 머리끄덩이를 잡혀도 보고,
뜯겨도 봤고, 깎여도 봤습니다.
애기씨는 평생을 누가 빗겨주고
동백기름 발라줬을 이깟 머리카락.
머리카락 좀 잘렸다고 세상이 무너지면서
무슨 조선을 지키겠다고.
그러게,처음부터 총이 아니라 이 손수건처럼 고운것만
드셨으면 좋았을것을요.
애기씨가 총을 드니 사내 셋이 무너집니다.
다른 사내를 기다렸지
호텔 뒷마당에서, 길에서, 전차에서, 그 사내의 방에서
살아오라고, 꼭 살아오라고
오직 고애신을 사랑해서
사랑에 미친,사랑해서 미친
그런 사내를 나는 기다렸지
이 길 눈 오면 예쁘겠다.
눈 오면 나 보러와, 기다린다.
눈 오려면 아직 한참이야
그 한참을 넌 더 살라고 빨리 오지말고
더는 안 뺏겨
내 엄마, 내 청춘, 내 이름
이양화
대사가 너무 이뻐서 가져와봤는데
맞는 짤을 찾기 힘들어서 집중 안되더라도
잘 봐주세이~
첫댓글 이종석 미쳤나
장동윤 우는거 도랏네;
이거 미쳤다....개찰떡
어디서 목소리로 들려 집중하게 된다 ㅋㅋㅋㅋㅋ
오늘 내 사인은 화사요 이건 진짜.... 진짜.. 명대사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