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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전 이 글이 얼마나 길어질지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임시저장과 수정을 수 일간 반복할 생각이고(사실 저는 그렇게 해본적이 없어요), 심지어 글 안에는 제 생각만 들어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다양한 의견들이 참조될 것이고, 다양한 인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길어질지도 모르겠고, 그러면 솔직히 누가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무도 안 읽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기쁨을 얻으며 깨닫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쁩니다. 그러니 이 글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으시다면 언제나 피드백 해주세요. 짧은 피드백이라도 그것을 통해 무언가 두배로 알아간다면 그건 저에게 배의 기쁨을 줍니다.
도대체 걸그룹 리뷰 글을 뭐 이렇게 길고 지루한 문단으로 여느냐고 불평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을 변호하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 글은 아마 길고 지루해질 것 같거든요. 내용은 상당히 별 거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물론 완성해봐야 알겠지만요). 제가 레드벨벳의 음악과 컨셉에 대해 어떤 부분은 확대해석하고, 반대로 어떤 부분은 축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편집된 글에서 어떤 특정한걸 알아가는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게 서론에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 이었네요. 제가 생각하는 레드벨벳은 제 머릿속에서 좀 과하게 편집 되었을지 모른다는 점 말입니다. 이 편집 과정은 갓 중학생을 벗어나려 하는 저의 과한 상상력과 꽤 많이 섞여있습니다. 부디 양해를 부탁드리며..
모쪼록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가야겠죠. 2014년 <행복>으로 시작해서, 2017년 <Perfect Velvet>으로 보다 깊어지기까지, 레드벨벳의 음악관 내에는 많은 떡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떡밥들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청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하게끔 유도했죠. 저 역시 저의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한 청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음악 내에는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지는 않을지, 과연 그 숨겨진 의미는 중의적으로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과한 상상력이었는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많았더라고요?)
대표적으로 저의 상상력을 가장 많이 자극한 부분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정규 1집 <The Red> 의 <Dumb Dumb> 입니다.
1. <The Red>에 관해서
타이틀곡 <Dumb Dumb> 부터가 워낙 해석이 많고 당시에는 논란도 꽤 되었던 곡으로 기억합니다. 확실한건 어떻게 해석하던 간에 그 컨셉 자체가 굉장히 특색있었다는 사실입니다. Dumb(바보) 이라는 텍스트를 음악을 이끌어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만들었습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악 어디에나 Dumb 이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정말 새로운 장면들이 많이 연출됩니다. 레드벨벳 멤버들은 무대 위 처럼 즐겁게 춤추다가도 무한히 복제되고, 기계로 찍혀나오며, 로봇처럼 움직이기도 합니다.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요.
이 '복제' 에 포커스를 맞춘 해석이 꽤나 많았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기계처럼 복제되는걸 찾아보면 너무나 많거든요. 무언가 꼬집어 말하려는 것 같다는건 공통분모였습니다. 그게 무엇을 꼬집어 말하려는 건가에 대한 견해는 조금씩 달랐어요. 그에 대한 몇 가지 다양한 의견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매스컴에 관한 해석입니다. 매스컴에 의한 정보는 필터없이 무비판적으로 복제되고, 받아들여집니다. (실제로 우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뮤직비디오 내에서 그녀들은 잘못된 정보를 넘고, 상자에서 나오며, 다양한 스피커들에서 나오는 소리에 집중합니다. 결과적으로 뮤직비디오의 종반에 그녀들은 완전히 주체적인 자아와 이성을 잃은 기계와 같아집니다. 이 해석은 꽤 유명하고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다음으로는 아이돌 스스로에 대한 뮤비라는 해석이 있겠네요. 아이돌은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비판하는 이들은 그들의 음악이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복제품이라고 비유합니다. 그러나 이는 아이돌의 뜻이 아니고, 소속사의 뜻입니다. 소속사의 뜻에 따라 아이돌이 찍혀져 나오는 것을 아이돌에게 따질 수는 없겠죠.
마네킹 인형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색하지
-Dumb Dumb 가사 中-
그래요, 마치 마네킹 인형과 같습니다. 옷집 앞에 서 있는 마네킹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예쁜 옷을 걸치고, 늘 같은 시선으로 멍하니 서 있는게 마네킹의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늘 자율적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누구나 스스로만의 자아가 있습니다. 아이돌도 마찬가지겠죠. 다시말해 그녀들의 뮤비는 스스로의 자아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 해석은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소개하고, 링크를 달겠습니다.
You Play me Play me Play me Play me-<Dumb Dumb> 가사 中-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단 하나의 이념만으로 국민들을 통치합니다. <Dumb Dumb> 에서는 다양한 코드가 나오지 않습니다. 단 하나의 코드만이 계속 반복되다가, 단 한번 코드가 바뀌는 지점이 있습니다.
난 너에게서 헤어날 수 없나 봐
미워도 싫지기 않잖아
-<Dumb Dumb> 가사 中-
그렇게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만 곧, 원래의 코드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Dumb 이 반복되며 끝나죠. 결국에는 Dumb 만이 남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 결말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만약 Dumb 이 없었다면 <Dumb Dumb> 이라는 곡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을거라는 점입니다.. 어떤 해석이 옳다고 생각하시든 그건 해석의 자유겠지만, 아마 어떤 해석을 선택하시든 우리가 Dumb 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는 해석에는 이견이 드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말하는 Dumb 이 아닌 자아는 무엇일까요? 정규 1집 <The Red> 에서는 해석하기에 따라 Dumb 이 아닌 자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Huff n Puff 숨이 헉헉 뛰어봐도 내가 작아서
폴짝 뛰어 나무를 타고 세상을 둘러봤죠-<Huff n Puff> 가사 中-
빨간 루비처럼 자신감이 넘치게빨간 사과처럼 어딘가 앙큼하게-<Red Dress> 가사 中-
좀 더 깊고 솔직한 나를 말해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Campfire> 가사 中-
저는 이런 가사가 정확히는 그런 자아가 아니라 그런 자아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세상을 둘러보고, 이해하며 솔직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스스로의 자아 설정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그리고 마지막 트랙 Cool World 에서 그 과정의 정점을 찍습니다.
좀 다르게 느껴 좀 다르게 봐사람들 속에 겉도는 듯해도날 사랑해서 내가 나다워서이 시간들이 더 아름다운 거야-<Cool World> 가사 中-
결론적으로 저는 <The Red> 가 화자가 스스로에게로 향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 레드벨벳의 큰 컨셉의 틀이 이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레드 라는 컨셉과 벨벳 이라는 컨셉을 초월한 가장 큰 컨셉의 틀 말이죠.
컨셉적 부분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보아도 <The Red>는 전작 <Ice cream cake> 에 이어 레드벨벳 음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냈습니다. 색소폰, 드럼, 베이스의 움직임은 80년대 R&B의 사운드를 듣는 듯 합니다. 또한 레드벨벳 특유의 보컬로 쌓은 소리의 벽은 이 음반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도되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마지막 트랙 <Cool World> 에서는 이후 레드벨벳 음악에서 가장 특징적 부분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미니멀한 신스 팝까지 선보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이후 발매된 레드벨벳의 대부분의 음악에서 나타났죠.
이렇듯 <The Red> 는 레드벨벳에게 있어서 상징적으로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The Red> 를 자아탐색의 시작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미 그 여정은 전작 <행복> 과 <Ice Cream Cake> 에서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2. '꿈' 에 관해서
<Peek A Boo> 나 <Dumb Dumb> 의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행복> 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이 걸그룹에게 지난 3년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는걸 빠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Peek A Boo> 나 <Dumb Dumb> 에서는 <행복> 의 발랄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죠. <Russian Roulette> 의 뮤직 비디오는 긴장감 넘치고 소름 끼칩니다. 아마 <행복> 의 발랄함을 느낄 수 있는 뮤직 비디오는 <빨간 맛> 이나 <Rookie> 의 뮤직 비디오를 그나마 손꼽을 수 있겠네요.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냐고요? <행복> 의 공개 날짜가 2014년 8월 4일 이었습니다. <Rookie> 의 공개 날짜가 2017년 7월 1일 이었으니, 2년 11개월, 거의 3년간 그녀들에게서는 <행복> 의 그런 발랄함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적어도 뮤직 비디오에서는요. 2년 11개월 동안 그녀들은 발랄함이 아닌 무엇을 보여주었을까요?
이 이후부터는 꿈 이라는 텍스트로 2년 11개월 동안의 작품들을 묶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오는 이 해석은 작위적일수 있고, 본래 창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벗어났을 가능성이 클듯 합니다. 그냥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행복> 의 후렴에서부터 이 꿈이라는 텍스트가 반복됩니다. 꿈 꿀것을 말합니다. 긍정적인 꿈, 행복한 꿈을 말이죠. 크지 않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기쁨을 느낍니다. 사실 누구나 이렇게 긍정적으로 살길 원합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살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뜻과 반하는 부조리를 언젠가는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두 가지 분기점이 생깁니다. 더한 자기애와 긍정으로 그걸 극복해버리던지, 아니면 그 부조리에 빠져버려 익숙해지던지 말입니다. 저의 해석은 여기서부터 나누어지는 레드 컨셉과 벨벳 컨셉이 각각 전자와 후자를 나타낸다는데서 시작합니다.
벨벳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이 두가지 컨셉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드리자면, 레드벨벳은 하나의 음악적 특성을 가진 팀이 아닙니다. 레드와 벨벳,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죠. 레드는 강렬하고 붉은 이미지를, 벨벳은 감각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죠. 음악적인 특성은 대략 그렇습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떠봐도
이미 깊게 빠진 꿈처럼 날 깨울 수 없어
-<Automatic> 가사 中-
그냥 꿈에서 깬 것 뿐야
또다시 까마득한 저 슬픈 별 하나
-<7월 7일> 가사 中-
벨벳 컨셉의 앨범 타이틀 곡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나온 가사입니다. 모순적이죠? <Automatic> 에서는 자신이 꿈에 깊게 빠졌으며 깨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7월 7일> 에서는 첫 가사에서부터 그 꿈에서 깨어납니다. <행복> 에서 명시되었듯이, 여기서 꿈은 자기애와 긍정과 같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벨벳 컨셉에 있어 레드벨벳은 자기애와 긍정을 통해 꿈을 갖고 행복을 찾아나가는데 큰 암초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7월 7일> 의 수록 앨범인 <The Velvet> 의 그 다음 트랙들을 보면, 끝내 다시 원래의 궤도를 되찾는데 성공한 듯 합니다.
눈을 뜬 것 같아
구름이 걷히고 해님이 뜬 거죠
그대가 나를 꺠워
작은 내 불을 밝혀 환하게 했어요
한 걸음 내디뎌 볼게
가까이 더갈게
그림자는 지워 버릴게
-<Light me on> 가사 中-
누구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나 찾아가는 중에 암초도 만날 수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 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건 자기 자신 뿐입니다. 하지만 헤세가 바로 그 앞 문장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큰 암초를 만난 레드벨벳의 상황에게 맞는 말이겠죠. 누군가가 이해해 줌으로서 우리는 그리고 가사속의 레드벨벳은 원래 찾던 행복을 다시 찾아나가기로 결심합니다.
3. <Ice Cream Cake> 에 관해서
한편 레드 컨셉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레드 컨셉의 앨범은 2장이 나왔습니다. <Ice Cream Cake> 와 앞서 소개드린 <The Red> 였죠. <The Red> 를 소개드렸으니 <Ice Cream Cake> 에 대한 저의 해석을 짧게 소개시켜 드리자면, 레드벨벳은 어느날 그녀들이 찾는 행복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갖게되면 행복을 느끼게 될 듯한 무언가를 찾아냈습니다. 소녀들은 그것을 달라고 치열하게 소리지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lXgSSOKlls
<Ice Cream Cake> 의 뮤직 비디오를 보시면, 이 소녀들이 우리가 보통 말하는 착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간다 보기는 힘들 겁니다. 우리를 계속 째려보고, 도발하죠. 이런 모습을 지지하기란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Automatic> 의 뮤직 비디오와 비교해보신다면, 어쩌면 <Ice Cream Cake> 의 소녀들을 지지하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Automatic> 의 레드벨벳은 곡의 제목처럼 의식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합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만의 자아를 찾는다는건 불가능에 가깝겠죠. 우리가 <Ice Cream Cake> 에서의 레드벨벳을 지지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들이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자기애(야광색 코트로 표현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를 두른 채 스스로의 아이스크림 케익, 즉 행복을 찾아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Ice Cream Cake> 과 벨벳 컨셉의 레드벨벳과 레드 컨셉의 레드벨벳의 차이였습니다. 결과는요? <The Red> 에서 레드 켄셉의 레드벨벳은 <Dumb> 에 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냈습니다. 그러나 벨벳 컨셉의 레드벨벳은, 그 위기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깨워주기 전 까지는요.
그리고 <The Velvet> 의 다음 음반 <Russian Roulette> 은 레드와 벨벳의 컨셉이 합쳐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건 사실상 오피셜이겠죠?) 자기애와 긍정을 다시 갖게 된 레드와 벨벳의 접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4. <Russian Roullete> 에 관해서
<Russian Roullete> 의 타이틀 곡은 실로 긴장감 넘치는 곡입니다. 뮤직 비디오는 더더욱 긴장감 넘치고요.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 드는데 그렇지 않을 수 없겠죠.) 처음에 공 등을 던지던 사소한 경쟁이, 나중에는 차가 달리는 도로에 침대를 놓고 계단에서 피아노를 굴리는 등 아주 거칠어 집니다. 우리는 경악하는 모습, 무표정하게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각자의 행복을 두고 일어나는 많은 경쟁들을 마주합니다. (사실 이건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쟁들을 처음 마주한 시기에 우리는 경악합니다. 그러나 경쟁이 반복될수록, 동시에 경쟁에 무감각해집니다.
가사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해석했듯 꿈 이라는 텍스트가 나온 부분만 모아보겠습니다.
네 맘 온통 내 모습 채워지게 꿈 꿀때 조차 나를 찾게 돼
이토록 깊은 꿈이 넌 처음일걸
무언가 이전의 꿈들과는 분위기가 바뀐게 느껴지시나요? 이번에 나오는 꿈들은 레드벨벳 그녀들이 꾸는게 아닙니다. 음, 자신의 꿈, 그러니까 긍정과 자기애가 그것을 다른 이에게 전할 정도로 커졌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확실한건 그녀들이 자기애와 긍정의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버튼은 내가 Pu Pu Push 받아 들여 이제
게임, 경쟁을 위한 버튼은 레드벨벳 스스로의 손 안에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경쟁하고 싶으면 경쟁 하고, 경쟁하기 싫으면 경쟁하지 않는 거죠. 그러나 레드벨벳은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이 경쟁을 스스로 시작합니다. 심장소리는 빨라지고, 긴장하게 됩니다. 확실한 것은 이 여정은 한번의 위기를 거친 이후이기 때문에 전보다 더 꺾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처음 내게 말했던 너의 꿈 그 크기 그대로
세상에 억눌려 작아지지 않기로 약속해
-<My Dear> 가사 中-
이 정도에서 레드벨벳 컨셉의 1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7년 이후의 레드벨벳은 다른 방식의 자아 찾기 컨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타이틀곡의 개수로 보면, 레드 3개, 벨벳 3개가 나왔네요. (이후의 컨셉과 접점을 만들어주는 <Russian Roullete> 은 레드+벨벳의 컨셉이니 4개씩 있다고도 볼 수 있으려나요?) 그리고 아마도 여기에서 또 다시 분기가 나눠지겠죠?
5. 2017년 이후에 관해서
우선 레드 컨셉입니다. <Rookie> 가 처음 나왔을 때의 경악스러움을 아직 기억합니다. 분명히 80년대의 사운드를 그대로 갖고 있었는데, 그걸 사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21세기 적이었습니다. 음악적인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도대체 루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곡 가사의 대부분이 Rookie 라는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Dumb Dumb> 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Rookie> 가 없다면 구성될 수 없었을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Dumb Dumb> 의 가사 처럼 <Rookie> 를 경계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죠?
뮤직 비디오를 보시면, 행복을 찾아 옷장으로 들어간 레드벨벳은 그 안에서 행복의 열쇠를 쫓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도 자신을 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레드벨벳은 당황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행복의 열쇠와 손을 맞잡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받아들이게 되죠.
괜히 겁이 나 내 맘 뺏긴 만큼
차가워진 척해
-<Rookie> 가사 中-
Rookie Rookie 넌 나의 Rookie Rookie Rookie-<Rookie> 가사 中-
So Are you ready or not제자리에 머물지 마더 큰 꿈들을 그려봐-<You Better Know> 가사 中-
두근대는 맘을 따라 펼친 비밀 지도에
표시해둔 해변 위에 너와 함께 누울래
-<여름빛 (Mojito)> 가사 中
자아성찰과 함께, 그녀들은 더 나아가기로 합니다. 행복과 긍정을 향해서 말이죠! 그러나 이 다음 이야기는 아직은 알 수 없네요. 아직 레드 컨셉의 곡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하니까요.
6. <Perfect Velvet> 과 2018년의 컴백
한편 벨벳 컨셉 쪽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Perfect Velvet> 은 음악적으로 뜯어보아도 상당히 완성도 높은 음반입니다. Weiv 에서는 이 음반을 2017년 올해의 음반 1위에 선정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음악적인 이야기는 잠시 후에 살펴보도록 하고, 지금은 컨셉에 조금 더 집중해보겠습니다.
<Russian Roullete> 의 경쟁은 심화되어 이제는 도끼를 던지고, 석궁을 쏘고, 총을 쏩니다. 행복의 쟁취를 위해서 말이죠. 뮤직 비디오 내에서는, 그 행복을 이렇게나마 쟁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득한 꿈속의 펼쳐진 길을 거니는 듯 해
...
꿈에서 깨지 않을래
영원토록 I got you You got me
-<Kingdom Come> 가사 中-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는 장조의 곡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단조이고, 비극적인 곡들이죠. <Kingdom Come> 에서의 꿈에 관한 언급은 <Automatic> 에서의 꿈을 연상케 해 저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녀들의 행복은 영원할 듯 하지만, <Automatic> 과 <7월 7일> 의 경우 처럼 중간에 깨져버릴지도 모르겠죠. 심지어는,
후후 불어 오래된 상처를 꼭 보듬고
찾아낸 열쇠 이제야 겨우 그 맘을 열어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여기 남겨져 텅 빈 이대로
-<I Just> 가사 中-
그녀들의 행복은 어딘가 텅 비어 있습니다. 그만큼 더욱 깨지기가 쉽습니다. 그만큼 불안정한거죠. 결국 앨범의 후반부에는,
다시 들어볼 수 없던 내겐 소중한
잊을 수 없는 달빛 소리
-<달빛 소리> 가사 中-
그 행복은 이제 과거의 어느 시점이 되어버린 걸까요? 글쎄요, 아직은 확답하기 어렵겠죠. 다음 곡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레드벨벳은 <Perfect Velvet> 의 리패키지로, 기존 음반에 3곡을 추가함으로써 1월 29일에 컴백합니다. 그 3곡이 <Perfect Velvet> 의 타이틀 곡 <Peek A Boo> 의 행복 쟁취 과정을 보충할지, 아니면 행복했던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 보충할지, 둘 다 아니라 새로운 떡밥을 추가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마 지금 나올 3곡이 레드벨벳 컨셉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듯 합니다.
7. 레드벨벳과 동화
이 부분은 그냥 번외로 봐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레드벨벳의 음악들은 동화를 많이 인용했습니다. 뮤직 비디오에서나, 가사의 컨셉에서나 말이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Rookie> 의 레드벨벳, 직녀가 된 <7월 7일> 의 레드벨벳, 오즈의 도로시를 동경하는 <Cool World> 의 레드벨벳.. 그 외에도 정말 수많은 곳에서 동화가 인용됩니다.
동화는 정말 다양한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소재입니다. 백설공주를 예로 들어볼까요.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아름답고 신비해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백설공주의 사인에 대해 분석하고, 이 세계관에서 전쟁이 나지 않은 것을 의아해합니다. 성장해감에 따라, 자아를 찾아감에 따라 동화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게 함축적인 묘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레드벨벳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듣는 이나 보는 이가 어떤 자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시로, <Russian Roullete> 의 뮤직 비디오 해석은 학교폭력에서부터 사랑과 썸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이 너무나 완전히 다르죠. 그러나 그것이 틀렸다고 서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 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서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걸 해석할 수 있는건 자신 뿐이니까요. 서로 이해하고, 스스로 무엇인지 해석할 뿐입니다.
결론. 행복한 자아를 찾아서
글쎼요, 동화 이야기가 저의 황당할 수 있는 고찰에 대해 변호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게 제 결론입니다. 레드벨벳의 음악은 어느 소녀가 자기 자신의 자아와 행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옴니버스 시리즈라고요. (솔직히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레베럽은, 아 그전에 레베럽이 무엇인지 소개해드리자면, 레드벨벳 팬덤 명입니다. 염문으로 Reveluv인데, Reve가 불어로 꿈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꿈에서 만난 사랑 이라고도 많은 분들이 해석하시더라고요. 꿈이 레드벨벳에게 얼마나 중요한 텍스트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 주변에 있는 레베럽은 모두 여자였습니다. 의아했습니다. 걸그룹 팬덤에서 이토록 여초 현상이 짙게 나타난 적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최소한 저는 처음봤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냈는가? 그것이 제가 알고 싶었던 점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걸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안 될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레드벨벳은 분명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자신들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저는 5일 후 컴백을 기다리겠습니다.
아, 글 제목에 쓴 대로, 음악이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글이 이미 너무 길어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조금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뭐 반응 안좋으면 안올라 오는거고요..) 아마 다음 글이 올라온다면, 깜빡하고 빼먹은 컨셉 이야기와 음악 이야기가 함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해석보다도 더욱 훌륭해 보이는 해석이 있어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dis1co/221148024018
그리고 이건 제 블로그 입니다
http://blog.naver.com/jun_0312
마지막으로 정말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저의 빈약한 필력을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첫댓글 레드벨벳
여초 사이트 반응에서 레벨을 좋아하는점 중 하나 사랑이나 행복관에 대해 소극적인 여성상이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표현하는데서 엄청 끌려하는거 같더군요 sm기획력을 인정해야겠지만 아이돌 그룹 하나로 이런 세계관이나 음악적인 곡 분석보면 팬으로써 기분 좋아요 물론 그만큼 노래로 컨셉 표현을 잘하는 멤버들이기도 해서 덕질하구요ㅋ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이 그룹은 확실히 컨셉의 표현을 정말 멋지게 하는것 같아요 능동적 모습이든 무엇이든.. 저도 그런점에서 끌린게 아닌가 싶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이런 해석들 때문에 레벳이 여태껏 봐왔던 예쁘장함이나 섹시함, 쎈 이미지만 강조해왔던 걸그룹들과 달리 아이덴티티가 확고하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죠. 저도 많이 동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ㅎㅎ
사견을 덧붙이자면, 레벳 이전에 에프엑스로 일종의 실험을 거두고 그를 기반삼아 레벳을 만들어낸 것 같다는 기분도 들거든여.
동감합니다. 어떤 분은 레벨이 에프엑스에 대중성만 조금 가져다 붙였다고 까기도 하시던데, 전 그게 오히려 대단한 극찬이라고 생각해요.
@클로이 모레츠 최소한 그만큼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