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극장을 찾은 영화 관객은 전년도와 거의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극장통합전산망에 가입된 서울 관객 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년도에 비해 0.1% 줄어든 46,977,408명을 기록하면서 매출액 3천억원이 약간 넘는 300,305,277,091원을 기록하고 있다. 2천 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문화의 선두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영화산업의 위상은 지난 해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05년 전국의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나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처럼 전년도인 2004년 말 개봉되어 이월된 작품 20편을 포함해서 총 321편에 달한다. 전년도의 상영작 279편에 비해 42편이 늘어났다. 전체 321편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 영화가 121편, 한국 영화가 87편, 유럽 영화가 63편, 일본 영화가 27편, 중국 영화가 7편, 기타 16편이다.
한국영화의 개봉 편수는 2004년의 78편보다 9편이 늘어서 훨씬 활발한 영화제작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별한 것은, 2004년에 비해 유럽 영화의 개봉이 늘었다는 것이다. 2004년 33편에서 2005년 63편으로 유럽영화가 눈에 띄게 소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보다 늘어난 42편의 상영작은 대부분 한국영화(9편)와 유럽영화(30편)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관객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5년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총 서울 관객 46,977,408명 중 25,832,185명이 한국 영화를 선택했다. 이것은 전년도의 54.2%에 비해 조금 늘어난 수치다. 분기별로 구분해 봐더 1/4분기에 46%, 2/4분기에 55.9%, 3/4분기에 57.9%, 4/4분기에 59.6%로서 특별히 월별 계절별에 관계없이ㅐ 하국 영화가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미국 영화가 38.8%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낸다. 이것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의 직배사 상영작 28.2%와 미국 수입 영화의 관객 10.7%를 합한 수치다. 이외에 유럽 영화가 2.3%, 일본 영화가 2%, 중국 영화가 1.4%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2005년 상영된 321편의 영화를 흥행 순위별로 보면, 10위 이내에 7편의 한국 영화가 들어있을 정도로 한국 영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한국영화라는 것은 우리 시대 대중들이 한국 영화에 보내는 지지도가 얼마나 강렬하고 압도적인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자국 영화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관객들은 드물다.
2005년 흥행 순위를 보면 1위가 박광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웰컴 투 동막골](2005년 8월 4일 개봉)이다. 전국 8백만을 넘긴 8,008,62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위는 조승우의 장애아 연기가 돋보인 [말아톤](2005년 1월 27일 개봉)으로서 전국 5,148,022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3위의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이 기록한 전국 관객 5,635,266명보다 적은 숫자다. 그러나 아직 전국 극장의 통합전산망이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전국 관객은 영화사에서 보낸 자료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흥행 순위 집계는 통합전산망이 갖춰진 서울 관객을 기준으로 했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은 전국 관객에서는 [말아톤]을 앞섰지만 서울 관객은 [말아톤]의 1,552,548명보다 다소 적은 1,451,468명을 기록했다. 4위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다. 전국 3,650,000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2005년 흥행 5,6,7위는 모두 미국 영화인데 5위의 [아일랜드] 6위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7위의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모두 3백만 대의 관객을 기록했다. 8위부터 10위까지는 다시 한국영화가 차지했다. 8위는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 9위는 곽경택 감독의 [태풍] 10위는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이다.
2005년 흥행 영화들은 전년도의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처럼 1천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없었지만 8백만이 넘는 초대박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나왔고, 5백만이 넘는 영화가 두 편, 그리고 10위권에 든 다른 작품은 모두 전국 3백만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한국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남북 분단 코드를 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5백만 관객을 넘긴 [쉬리](1999년)나 [공동경비구역JSA](2000년)의 맥을 잇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역시 분단 코드는 현단계 한국 대중들에게 무서운 파괴력을 갖고 있는 소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 [말아톤]은 장애인을 소재로 했고 조승우 외에는 특별한 배우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흥행권으로 주목하지 않았었다. 극장 스크린 수도 다른 흥행 영화들이 서울 100여개 이상에서 개봉했던 데 비해서 불과 73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이루어내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입소문을 타고 관객동원에 성공한 예다.
2005년 영화시장의 흥행 1위와 2위가 모두 한국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이라는 것은 그만큼 한국 영화계에 고급인력이 들어오고 있으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 영화 상승 분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징표다.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의 전편을 뛰어 넘는 흥행 성공은 한국 코미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특히 서울보다 지방에서 다 많은 관객들이 지지를 보냈다. 조폭 가문의 서울대생 사위 맞기라는 전편의 코드를 계승해서 조폭 가문의 검사 며느리 맞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는, 계층간의 갈등 극복이라는 테마가 많은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유아 유괴살해라는 무거운 소재, 그리고 잔혹한 복수를 테마로 하고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한 것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박찬욱 감독에 대한 기대심리와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라는 것이 관객들의 기대를 상승시킨 것도 흥행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0위권 내에 들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다. 전국 8백만을 넘긴 곽 감독에 대한 기대와 동남아에서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는 한류스타 장동건을 비롯해서 이정재 이미연 등의 배우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이 영화는 1백억이 훨씬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었지만 굴곡 있는 서사구조를 뒷받침해 주는 디테일의 부족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10위에 오른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은 AIDS를 소재로 한 실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는데 AIDS라는 무거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황정민 전도연 두 주연배우의 매력적인 연기와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간 감독의 연출력이 맞물려서 흥행에 성공했다.
2005년의 한국 영화는 전반기에는 1월에 개봉한 [말아톤]과 [공공의 적]이 흥행의 쌍두마차로 분위기를 이끌었고, 하반기에는 7월에 개봉한 [친절한 금자씨] 8월의 [웰컴 투 동막골] 9월의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과 [너는 내 운명]이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한국 영화의 신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2004년 12월 마지막에 개봉함으로써, 한국 영화 흥행의 신화를 창조하는 일이 막 시작된 것도, 2004년에 기억해야할만한 사건이다.
나. 영화산업의 독과점 체제에 대한 비판
영화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다른 상품처럼 생산-유통-소비의 3단계를 거친다. 제작자와 감독 배우 등 영화생산자가 만든 영화들은 배급사에 의해 전국의 극장에 유통되고, 최종 소비자인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극장으로 간다. 영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통시스템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할리우드의 5개 직배사와 CJ엔터테인먼트, 소박스, 시네마 서비스, 쇼이스트, 롯데쇼핑 등의 직배사가 한국 영화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2005년 치고의 흥행을 기록한 곳은 [친절한 금자씨][태풍][너는 내 운명] 등을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로서 서울점유율 21.9%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웰컴 투 동막골][말아톤][가문의 위기] 등을 배급한 쇼박스로서 19.8%의 점유율을 나타냈고, [아일랜드][해리포터와 불의 잔] 등을 성공시킨 워너 브러더스가 10.5%, [공공의 적][박수칠 때 떠나라][혈의 누]를 배급한 시네마 서비스가 그 뒤를 이어 9.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배급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CJ엔터테인먼트의 독주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CGV 극장 체인점을 중심으로 영화의 생산-유통( 배급, 극장) 과정에서 최강자로 떠올랐다는 것인데, 대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독과점 현상에 대해서 우려와 비판이 터져 나왔다. 역시 메가박스라는 전국 극장 체인점을 갖고 있는 쇼박스나, 롯데시네마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롯데쇼핑도 [b형 남자친구][나의 결혼원정기] 등으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생산-유통에 이르는 영화의 전과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였다. 향후 한국영화 시장이 대기업의 자본력에 끌려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2. 한국 작가주의영화의 경향
가.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그리고 이윤기와 장률
한국 영화시장이 상업영화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의 말초적 감각을 자극해서 단순한 즐거움을 주는 오락적 수단으로서도 영화는 존재하지만, 또한 인간정신의 가장 소중한 표현을 담고 있는 예술적 매체로서 영화가 있다. 영화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삶을 성찰하는 영화들은 영화 매체가 단순히 표피적 오락의 요소로 채워져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2005년은 한국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국제적 지명도가 가장 높은 3인방,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세 감독의 신작이 모두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친절한 금자씨]로 비평과 흥행이라는 양날의 칼을 움켜잡는 데 성공했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친절한 금자씨]는 모두 3개 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데뷔 이후 꾸준히 스릴러 장르를 통해 대중들과의 만남을 시도하면서도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의 시선을 잃지 않은 박찬욱 감독은, 시작부터 작가주의로 출발한 김기덕이나 홍상수 감독과 차이를 보인다.
1996년 데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신작을 발표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빈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가장 국제적으로 지명도 있는 한국 감독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13번째 신작 [활]은 전국 1226명의 흥행 참패를 기록해야만 했다. 기자시사회도 거치지 않고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단관 개봉한 후 전국의 여러 극장을 순회하며 상영했지만 관객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그가 이루어낸 국제적 성과에 비하면 그의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0대의 노배우 전성환과 20대를 갓 넘긴 한여름이 바다 위에서 바다낚시터를 제공하며 배 위에서만 살아가는 노인과 소녀로 등장해서 인간 본능의 욕망과 집착을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은 6번째 작품 [극장전]을 만들었고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이어 2년 연속 칸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성현아 김상경 주연의 [극장전]은 최근 홍상수의 다른 영화처럼 댓귀를 이루는 서사구조로 되어 있는 데, 전반부의 영화 속 장면과, 후반부의 영화와 비슷한 현실이 서로 중첩되면서 현실과 허구의 이중구조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소설가이며 대학 교수 출신인 재중 동포 장률 감독의 데뷔작 [당시]는 비록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중국에서 제작된 지하영화지만 후반 작업을 한국에서 한국 자본에 의해 완성함으로써 한국 영화 속에 편입되었다. 이 작품은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페사로 국제영화제 뉴시네마부문 대상을 받아 무서운 신인의 등장을 알려주었다.
2005년 작가주의 감독의 최대 수확은 이윤기 감독이다. 김지수 주연의 [여자, 정혜]로 데뷔한 그는 섬세한 일상의 관찰과 미묘한 심리의 탁월한 드러냄을 통해 새로운 영화작가의 등장을 알렸다. 더구나 이윤기 감독은 하반기에 L.A 올 로케로 촬영한 [러브 토크]를 만들어서 2005년도에 2편의 영화를 발표했다.
단편 [소풍]으로 칸느 영화제 단편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는 송일곤 감독의 장편 [깃]은 디지털로 제작된 작품이다. [꽃섬][거미숲]의 뒤를 이어 발표한 송일곤 감독의 [깃]은 역시 그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비록 흥행과는 거리를 두고 몇 개의 극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개봉했지만, [깃]이 갖고 있는 뛰어난 아름다움은 우리가 기억해야할만 한 것이다.
[해피엔드]로 데뷔했던 정지우 감독은 5년 만에 [사랑니]를 만들었지만 작품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 성공이 작품 실패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듯이, 흥행 실패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미흡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중견 감독으로서는 박철수 감독, 이명세 감독, 장길수 감독이 각각 신작을 내놓았다. 제작사와의 불화 끝에 제작된 지 2년 만에 빛을 본 박철수 감독의 [녹색의자]가 토론토 영화제에 소개되었다. 80년대 후반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을 시도했던 장길수 감독은 동화작가 정채봉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초승달과 밤배]를 내놓았지만 특별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미국시장을 노크하다가 다시 국내 활동을 시작한 이명세 감독은 TV시리즈 [다모]를 통해 알려진 방학기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 [형사]를 만들었지만 뛰어난 시각적 비주얼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섬세한 내면심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아름다운 그림엽서의 연결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으며 흥행 실패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은 한류 스타 배용준을 캐스팅 해서 [외출]을 찍었지만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다. 27억 2천만에을 받고 일본으로 판매된 [외출]은 일본에서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관객과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손예진 정우성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30억을 받고 일본에 판매되었다.
1주차를 사이에 두고 개봉했던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기대치와는 다르게 2백만을 넘지 못했지만, 각각 액션과 스릴러 장르의 상업적 구조 안에서 삶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장르 영화, 상업 영화와는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들은 대중적 상업영화 시장 안에서 작가의 길을 걷는 박찬욱 김지운 류승완 등과, 처음부터 소수의 관객층을 겨낭하며 비상업적으로 만들어지는 김기덕 홍상수 이윤기의 영화들로 구분된다.
나. 국제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영화들
2005년 1년 동안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총 45개의 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 전년도에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올드보이]의 수상행진은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투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을 비롯해서 방콕국제영화제 감독상, 홍콩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2005년 연출한 [친절한 금자씨]로 시체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미래영화상, 젊은사자상, 가장 혁신적인 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은 역시 2004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빈집]으로 바이들리드 국제영화제 황금스파이크상을 받았고, 2005년 제작된 신작 [활]의 수상은 2006년으로 이어진다. 신인 이윤기 감독은 [여자, 정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펙상을 비롯, 도빌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 연꽃상, 싱가포르 국제영화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김지수)를 받았다.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칸느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고 뉴욕 아시아 영화제 관객상, 벨기에 플랑드르영화제 관객대상을 받았다. 또 전년도에 만든 [아라한 장ㅍ nd대작전]으로 도빌 아시아 영화제에서 엑션 아시아영화연출상을 수상했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망종]은 페사로국제영화제에서 뉴시네마부문 대상을 받았고, 황철민 가독의 독립영화 [프락치]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상, 브리즈번 국제영하제 넷펙상을 받았다. 역시 2004년도에 제작되었던 [태극기 휘날리며]는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이정찰 감독의 [가족]은 같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주현)을 수상했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는 우디네 극동아시아영화제에서 러너업 프라이즈를 받았고 김인식 감독의 [얼굴 없는 미녀]는 밀라노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아 국내보다는 유럽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이할만한 것은 임권택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으며 세계영화인들의 축하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공로상격인 이 상은 국제영화계에 큰 발전을 끼친 거장들에게 수여된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2005년 영화계의 특징적 현상들
가. 여성 감독의 활동
여성 감독들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배우 출신으로서 감독이 된 방은진의 데뷔작 [오로라 공주]와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했던 정재은 감독의 두 번째 영화 [태풍태양]은 한국 여성 감독들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여성 문제, 청소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2005년의 영화계가 기억해야할만한 영화들이다.
나. 국제영화제의 음영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가 2005년 10회를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한 시기는 한국 영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한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또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자국영화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준 시기이기도 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짧은 기간동안 아시아 영화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치를 굳건하게 다졌다. 먼저 시작한 동경국제영화제보다도, 그리고 아시아권의 경쟁 영화제인 상해 국제영화제나 방콕국제영화제, 홍콩 국제영화제를 훨씬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2005년, 제 1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시 한 번 더 높은 도약의 출발을 약속하였는데,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고 첫 삽을 뜨는 기공식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국제영화제 중에서 부천국제영화제의 파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자체가 홍보의 수단으로 영화제를 악용하며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천국제영화제는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부천시장과 운영위원장인 김홍준씨와의 개인적 갈등으로 파국을 맞아 끝내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와, 기존의 김홍준씨 팀이 별도로 개최한 리얼판타스틱영화제 등으로 양분되어 같은 기간에 개최되었다.
다.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갈등
한국 영화산업의 기형적 구도가 불거진 사건이 발생했다. 시네마 서비스의 강우석 대표는 일부 매니지먼트사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하면서 시작된 영화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의 갈등은 제작 편수에 비해 소수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가 불러일으킨 문제였다. 스타를 보유한 일부 매니지먼트사가 공동제작 요구라든가 과도한 지분 요구를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제작자들의 항의는, 결국 매니지먼트사들이 제작사의 요구를 자율적으로 수용하는 형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태다.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들은 증시 활황과 상장 주식의 폭등으로 막강한 부를 축적하면서 영화산업에 힘을 키워갔고 그러한 과정에서 제작자와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리. 이동통신사의 영화산업 진입
2005년 KT와 KTF 등 기존 이통사들이 영화산업 진입을 시도하였다., 이것은 향후 극장 개봉 영화가 동시에 DMB 등으로 서비스 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기존 영화 시스템에 엄청난 반향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의 영화시장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시작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자구적 몸부림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기존 이통사들의 영화산업 진출은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영화의 미래가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혁명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DMB시장은 정보화 사회를 선도해 가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들과 영화산업이 만나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SK 텔레콤이 국내 최대의 매니지먼트사인 아이필름의 모회사격인 싸이더스 IHQ에 144억원을 투자해서 2대 주주가 되었다. 이후 SK 텔레콤은 300억원 규모의 영상펀드를 조성해서 영화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영상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4.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황
2005년 극장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은 너무나 초라하다. [마리이야기](이성강 감독, 2002년)나 [원더풀 데이즈](2003년) [오세암](성백엽 감독, 2004년)의 뒤를 잇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단편 부문에서는 특이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2005년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수확은 박세종의 [버스데이 보이]다. 홍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호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세종 감독의 이 영화는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테흐란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영국 영화 TV예술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벨기에 브뤼셀 카툰애니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울 수상했다. 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영화상 단편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또 2004년도에 제작된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이 스프로켓 토론토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관객상을 받았고, 유석현 감독의 [더 체임버]가 이란테헤란국제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주요 행사로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5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개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