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겐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한 해 두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을 사귄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단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인간관계가 성립되진 않는다는.. 사회에 발을 내딛어 생활을 해 본 것도 겨우 띄엄띄엄의 시간들일 뿐인데 벌써 사회생활의 50%이상은 경험한 듯 하다.
난. 좀 생각이 많은 아이다. 내가 생각해도 환상 속에 살고 있는 너무나도 철처한 현실주의자다.. 후훗..
내가 현재 좋은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들..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땐 누구에게나 밝고 거리낌없이 먼저 다가갈 수 있었다. 왜냐면 적어도 그 땐 그것이 통했으니까..
하지만 20대에 접어든지 벌써 3년이 지나 4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나와 별다를 바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함께 어울리며 생활해야 할지 그야말로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메는 기분이다. 아~
괜시리 조금이나마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어 경험했던 그 속에서의 생활이 떠오른다. 인맥이 중요하단 걸 난.. 그 때서야 비로서 느꼈다. 아주 힘들게 돌아다니면서 구해도 안되던 아르바이트 자리를 친구 아는 사람 가게에서 친구 말 한마디로 일하게 되었다. 낯선 곳으로의 첫 출근.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웃고 얘기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거.. 첨엔 그들에게 다가가기를 조금 머뭇거렸지만 내가 마음을 열고 최선의 서비스로 고객을 대하고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었다.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그 소리가 나를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했다. 정말 기분 좋게 그 사람들과 생활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내 속에서 처음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다 또 다른 곳에서 일 할 기회가 생겨 일자리를 옮기고 그곳에서 적응하며 생활해야 했다. 역시나 첨엔 어려웠지만 금새 그 곳 친구들과 그리고 윗사람들과 아주 친근한 사이로 지내게 됐다. 그들과 친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난 그저 P/T들 가운데 한사람에 지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특별히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 그건 당연한 거였다. 그러다 워낙 밝은 성격 덕분에 여러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농담을 몇 번 던지고 나니 금새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나를 찾아줬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미 특별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외에는 더 이상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잘하는 사람에겐 더욱 잘하게 되고 못하는 사람에겐 계속 못하게 되고.. 나 혼자만에 생각으로 저 사람에겐 인정받고 싶고, 저 사람에겐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너무나도 철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히 나머지 사람들과는 친해지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이다. 그 동안의 사회생활을 통해.. 어떤 단체에서 몇몇과만 친해져도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꾀만 배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누구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어떤 단체 속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자기편을 만들어 두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전혀 모르던 단체 속에서 일을 그야말로 일로써만 받아들여 했던 때와 그 후 내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은 후 일을 즐기면서 했던 때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인간이란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많은 거 같다. 구속되기를 싫어하면서도 정말 자유로운 몸이 되면 어떤 단체건 누군가로부터 속해지고 싶어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찾기보다 개인적인 불안함이 기초가 되지 않을까 한다.
어디서건 누군가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도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어떤 대열에 끼지 못한다는 거 자신을 아주 비참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곳에서의 생활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갈등에 놓이게 되고 의지가 약해지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그 곳에서의 생활이 의무화되어진다.
하지만 나의 사회생활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모든 사람과 원만하게 지낼 수는 없는 것 같다. 약간의 트러블이 생겨날 수 있고 관계를 많이 맺은 사람은 그러다가도 금새 친해지지만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라면 좋게 지내던지 그렇지 않던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것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데에 개인적인 한계가 아닐까 싶다.
난 이 한계가 극복될 수 없다고 감히 단정짓고 싶다. 사람마다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이나 성격이 지극히도 중간정도의 타입이라 생각된다. 너무 과장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극적이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계기(같은 업무를 맡는다거나, 새벽마다 같이 헬스를 다닌다거나)가 아니고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속까지 통하는 그런 사람을 만들긴 힘든 것 같다.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마음이 맞는 한 두사람 정도 가까이 할 순 있겠지만 모든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긴 어렵다.
이미 기존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거니와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그들 모두가 기존의 친구들에게만 의존을 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면 옛 친구들 만나러 가기 바쁘고 회식자리에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지게 되고..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인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냉정하게 보면 그 곳에서 적응하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단체 속에서 단 한명이라도 친해져야 용기가 생기고 소위 일 할 맛이 나고 자신이 여러 신입과는 조금 다른 그들 생활으로 한 단계 등급이 되는 것이다.
이제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의 일 하는 것 보다 인간관계가 더욱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밝은 성격을 가져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만 그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지 더럭 겁이 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건 당연하다. 내가 성숙한건지 험한 세상 인간관계에 일찍 눈을 뜬 건지.. 이제 헤어짐에 대해 특별히 슬픈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 내가 어쩔 땐 측은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거나, 누군가를 길들이거나 그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듯 싶다.
내 스스로의 철학과 가르침으로 참다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혜경이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저도 기대할께요.. 화이팅~^^(19)
자신을 돌아서는 일, 헤어질거라 생각되지만 다시 만나겠지라고 다시금 되뇌이는.. 많은 생각으로 사귄 사람들이 오래 남겠지요[19]
관계 속에서 자신과 자신을 비롯한 인간군상을 조망하였네요. 잘 보았구요. 내면의 소리를 좀 더 담아두었으면 좋았겠네요[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