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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카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서 솔몽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11월 28일 찰리 로즈 쇼에 워렌 버핏이 출연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재미 삼아서 읽어 보시라고 올려봅니다.
올해도 카페 회원 여러분 성투하세요.
워렌 버핏을 만나다 2009/11/28
-워렌 버핏(Warren Buffett) /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 겸 CEO
뉴욕 스튜디오에서 찰리 로즈 쇼를 시작합니다. 워렌 버핏 회장이 나와 계십니다. 가장 명망 있는 투자가이자 버크셔헤서웨이의 회장 겸 CEO이시죠. 본 프로그램에 수차 출연하셨고
대공황 이후 경기침체가 최악이던 1년 전 출연하셨을 때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진주만 공격을 당했다”고 하셨는데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 세계와 미국의 경제회복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최근 경제회복을 반영이나 하듯이 버크셔헤서웨이는 버링튼노던산타페 철도회사를 자사의 기업인수로는 사상 최대 금액인 26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습니다. “미국경제에 모든 것을 거는 거래”라고 하셨죠. 11월 12일 컬럼비아대에서 빌 게이츠와의 타운홀 미팅을 위해 뉴욕에 오셨다가 본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하루 더 뉴욕에 머물기로 하셨는데 본 프로그램의 단골이자 제 절친한 친구인 워렌 버핏 회장을 소개합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2008년 중반부터 2009년 중반까지 격동의 기간이었습니다. 엄청났죠?
-평생에 한번이면 족하다 싶네요.
-그렇죠. 그 동안 어떠셨습니까?
-그 동안 미국에서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져 금융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가기도 했는데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어떤 점에 있어서는 대공황 때보다 더 패닉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부채축소에 나섰고 다행히 정부가 신속히 대처했죠.
-지난번 대화 때에는 의회가 과연 신속하게 조치할지 의문이었는데
-신속히 됐죠.
-그랬죠. 결국에는 합심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내리리라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정부 인사들이 침착하게 대처했기 망정이지 헤드라이트에 놀라 덤벙대는 사슴처럼 굴었더라면 자동차에 치였을 겁니다.
-폴슨 전 재무장관이나 버냉키 연준의장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적재적소의 인물들로 그들이 아니었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가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누구라고 이름은 말하지 않겠지만 만일 그들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모두 나락에 빠졌을 겁니다.
-회장님은 그러는 사이에도 투자를 하셨죠
-맞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과 골드만삭스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대포를 쏘셨는데요
-네, 거기다 있는 화약 다 썼을 겁니다.
-“땡전까지 싹싹 긁어 넣었다”고 하셨죠
-네.
-왜 그러신 거죠?
-100년이고 200년이고 존속할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다 싶었습니다. 철도는 미국경제와 뗄 수 없는 존재로서 번영을 함께 합니다. 물건 수송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고 가장 환경친화적인 수송수단인데.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앞으로 잘 될 거라는 점에서였죠
-철도까지 중국이나 인도로 옮길 수는 없잖습니까?
-뉴욕에서 안 되는 일은 어디에서도 안 된다는 노랫말도 있죠
-프랭크 시나트라 노래죠
-네. 철도는 경유 3.8리터로 1톤의 물건을 760킬로미터까지 운송할 수 있으니 열차 하나가 트럭 280대와 맞먹고 환경오염도 트럭보다 훨씬 덜합니다. 철도 수송량이 국내 전체 수송량의 40%에 달하는 데다 파나마 운하가 확대되면 휴스턴 같은 항구의 물동량도 증가할 테고요.
-그렇죠, 앞으로 미국 인구가 늘어나면 사용하는 물건도 증가할 것이고 물론 때때로 경기가 나쁠 때도 있어 향후 100년간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15년간쯤은 불경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철도는 국가적 필수라는 거죠.
-찰리 멍거 부회장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찬성하시던가요 아니면 다른 의견을 내놓던가요?
-만일 멍거 부회장이 찬성했다면 제 계산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걸요
-그러지는 않으셨겠죠
-마누라 같아서요. 멍거 부회장은 구시렁거리는 정도였는데 그건 찬성한다는 뜻이거든요. 철도는 규제가 심한 산업이고
-그렇죠
-자본집약적 산업인데다
-그렇죠. 노조가 강하다고 하셨는데
-돈도 많이 나갑니다. 노조도 강할뿐더러 정기적으로 지출을 요하는 사업이죠. 철로 복구나 차량 추가 등으로 매일 돈이 나가는 사업이니 자본집약적이고 규제도 심한데 규제나 자본집약적인 성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철도 서비스가 여러모로 중요해서 그러리라 생각되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물건을 운송하기에 가장 알맞은 수단이기 때문이죠. 지구 온난화 측면에서도 트럭 등에 비해 훨씬 매력적이어서 없어지지 않을 거고요. 추가로 자본이 들어가더라도 적당한 수익만 나온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수익이 적당하면 된다고요?
-적당한 수익이면 충분하죠. 50년 전에는 대박을 노렸는데 그런 건 없습니다. 매년 80-1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는데 유틸리티 업종을 운영하다 보니 거기도 마찬가지로 발전소니 뭐니 자꾸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유틸리티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가끔은 철도도 그렇고요. 사업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수익만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고 엄청난 수익을 노릴 수는 없는 겁니다.
-석탄을 운송하시죠?
-석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석탄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그 점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석탄 사용이 줄겠지만 전력의 40%가 석탄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거고 그런 사실이 오늘 내일 바뀌지도 않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는 감소해도 그럼 다른 것을 운송하면 되니까요. 곡물이나 화학품 등 무엇이든 운송할 물건이 증가할 겁니다. 10년, 20년, 30년 후에는 운송할 물건이 더 늘어날 걸요.
-철도산업에는 아무도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즐거우시죠?
-버링튼노던산타페 같은 회사를 새로 만들려면 1,000억달러는 들어야 할 걸요. 세월도 무한정 걸릴 테고요.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면 안되죠.
-지금은 또 현대화되기도 했죠?
-엄청나게 현대화됐죠. 버링튼노던산타페(BNSF) 같은 경우 인력이나 연료는 적게 들면서 톤마일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철도산업이 예전보다 훨씬 효율적이 됐죠. 2차 대전 후 미국에서 150만 명이 종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수송량은 훨씬 늘었음에도 인력이 20만 명 이하니 아주 효율적입니다 이중적재 차량 130개를 달고 다니잖습니까
-다른 철도회사 주식도 가지고 계셨죠?
-네
-파셨습니까?
-이번 거래를 위해 모두 처분했습니다. 좋은 투자였기 때문에 이번 일이 없었다면 계속 보유했을 겁니다.
-이번 거래가 미래를 내다보시는 관점에 따른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러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현금을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관점 말입니다.
-현금은 어느 때든 투자대상이 아닙니다. “현금이 왕”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터무니없는 소리죠. 현금은 아무 것도 생기는 게 없고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충분히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일 뿐이죠. 산소처럼 필요하긴 해도 필요 이상으로 가질 필요가 없는 겁니다. 앞으로 항상 현금이 넘칠 테지만 현금이 남아도는 상황을 저는 원하지 않거든요. 저는 현금보다는 좋은 회사를 훨씬 더 원하는데 지난 한 해 동안 현금을 운용할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약 400억달러 현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약 200억달러 남았고 수익도 생겼으니 막대한 현금을 그렇게 운용하고자 합니다. 현금보다는 좋은 기업이 훨씬 낫습니다.
-달러화에 대한 헤지 수단인가요?
-자산은 모두 헤지 수단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달러는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가치가 떨어진다는 거지. 쓸모 없단 건 아닙니다. 오해 마시고요.
-네
-아마 모든 통화는 거의 그렇게 될 겁니다. 문제는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느냐인데 아무튼 현금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왜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까요? 물건에 비해 달러를 너무 많이 발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미국의 집집마다 백만달러씩 던져주면 모두 기뻐하겠지만 뭐든 달러화로 표시된 것에 투자한 사람은 울상이 되겠죠.
-맞습니다.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어떤 국가든 디플레가 될 여지는 없습니다.
-인플레 추세가 강하군요
-그럼요.
-과거 대화를 많이 했지만 귀사 B등급 주식의 50대 1 분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어려운 일이었죠?
-제가 뇌수술이라도 받지 않았었나 싶죠. 사실 어려운 일이었지만 BNSF의 소액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을 주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S&P지수에도 포함될 수 있는 건가요?
-세월이 지나면 S&P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지겠죠.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S&P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회사 중 가장 컸으니 이제 S&P 쪽에서 고려해 보겠죠.
-그러기를 원하십니까?
-상관은 없겠죠. 하지만 성탄절에 꼭 받고싶은 선물 이런 건 아닙니다.
-희망사항 1순위는 아니란 거죠?
-그렇죠. 중요한 것은 회사의 가치고 주가는 가치를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철도사업을 하다 보면 추억이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이제는 다락방 어딘가에 있을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기차 같은…
-장난감 기차, 아직도 가지고 있죠. 독점이다 어쩌다 하면서 그걸 처분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J.P. 모건 씨도 철도회사를 소유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BNSF였던가요?
-철도 가설 전 도로였던 노던퍼시픽 노선을 놓고 큰 분쟁이 벌어졌을 때 모건 씨도 그 분쟁의 한쪽에 있었죠.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어젯밤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적 패닉은 끝났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오늘 일은 알아도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업체가 70개가 넘다 보니 숫자를 많이 접합니다. 이제 패닉은 끝났고 자금이 돌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때는 자금수요도 많지 않았고 신통찮은 사업에는 돈도 돌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돈이 돌고 있으니 패닉도 끝나고 신용스프레드도 크게 내렸습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 패닉이 실물경제로 확대돼 미국인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죠. 지난 가을 미국인의 돈 씀씀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었는데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있네요. 우리 회사들의 경우 바닥은 지났지만 회복은 좀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닥이지만 언젠가는 원래대로 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아직은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대충 언제쯤 돌아올 걸로 보십니까?
-알 수가 없습니다. 지켜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돌아오겠죠. 사람들이 더 이상 패닉상태는 아니지만 1년 전과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축이 늘어나고 위험을 덜 취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난 거죠.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 상상도 못한 일을 당한 셈이니까요.
-오래 전부터 미국은 저축은 하지 않고 소비가 너무 심한 사회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젠 저축사회가 될까요?
-네, 저축사회가 될 것입니다. 정부의 차입 수요가 막대하다 보니 해외에서 아무리 차입하더라도 국내에서도 많이 차입해야 하거든요
-소비수요는 어디서 나올 걸로 보십니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으니 결국 어디서든 나오겠지만 지난해에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 병원에서 퇴원은 못했지만 언젠가는 퇴원할 거라는 말이죠. 지금의 미국을 이룬 힘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건설한 주택을 다 처리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죠. 차입에 너무 의존해 투자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업용 부동산들도 정리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테지만 그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세기에도 20세기에도 수차 있었지만 항상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죠.
-상업용 부동산이 정말 문제인가요?
-엉망이죠.
-속옷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계신데 유틸리티도 있죠?
-네
-전력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우리 회사가 미국 도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산업용 수요의 큰 폭 감소는 예상했던 바지만 계절요인을 감안한 주택용 수요마저 감소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처음인 듯한데 주택용 수요가 엄청나게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2차 대전 이후 주택의 전력 사용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상품 수요에 있어서 이번 위기에 기인할 일들 중 하나로 미국경제를 대신해 다른 누군가가 수요를 창출하게 될까요?
-아뇨, 당장도 아니고 또 예전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미국경제가 되살아날 겁니다. 미국인의 혁신능력이나 번영에 대한 열의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업이 다시 일어나서 성장할 겁니다.
-약이 더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부양책을 의미하십니까?
-오히려 약을 너무 써서 부작용이 많이 발생할 겁니다.
-그건 잠시 후 이야기하죠.
-네. 부양책이 완벽하게 집행되지 않았어요. 비난하려는 건 아니지만…
-왜요? 비난을 통해 배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쎄요, 이미 끝난 일을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인프라가 더 필요한 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것은 뭐랄까, 비아그라 반쪽에 캔디를 섞는 것이라. 캔디는 빼고 비아그라를 한 알 통째로 주는 게…
-약발 제대로 받게요?
-그렇죠
-새로운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첫 번째 부양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에요?
-거기에 대한 판단은 보류해야 합니다. 연말이 되면 뭔가 알 수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서 이번 연말이 크게 풍성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아직 한 달이 남았으니좀 더 지켜보도록 하죠
-그래도 투자처로는 미국이 최고라고 하셨는데요.
-그렇고 말고요.
-미국 기업이 그렇다는 건가요? 모든 게 다 그렇다는 건가요?
-200년 전을 돌이켜 보세요. 지금의 미국을 이룬 것은 우리가 남보다 영리하거나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법치주의, 시장시스템, 기회평등이 바로 그런 방법들인데 그런 모든 것들이 여전히 미국 시스템의 근간이죠.
사실 미국의 시스템은 200년 전보다 더 나아졌습니다. 19차 헌법 개정 이전에는 미국 인재 절반이 능력을 발휘할 자격이 없었죠. 그만큼 대단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세계 다른 곳에서는 특히 중국이나 인도가 엄청난 잠재력으로 미국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좋은 일이죠.
-좋은 일이라니 파이가 커진다는 뜻인가요?
-그럼요, 세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거든요. 전세계 65억 인구가 대다수 고생하고 있는데 미국만 홀로 번영을 누리는 것과 다른 국가와 함께 번영하는 것 중 선택을 하라면 후자가 훨씬 낫죠. 특히 핵무기 능력을 가진 수십억 인구가 세상에 좋은 것은 미국이 독차지하는 걸로 생각하는 상황은 안 되겠죠.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천천히 성장하겠지만 중국은 출발선 자체가 낮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중반쯤이면 경제규모가 미국보다 더 커지지 않을까요?
-오래 걸릴 겁니다.
-더 커지진 않는다는 건가요?
-1인당 GDP로 보면 아직 멀었습니다.
-1인당 GDP가 아니라 전체 GDP가 미국보다 커지지 않겠느냐는 거죠. 인구가 미국의 네 배면 그만큼 전체 경제가 더 커질 거라는 이야기인데.
-아니죠, 미국보다 빨리 성장하더라도 워낙 밑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재산이 제 재산보다 더 높은 비율로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천달러에서 시작하고 그는 백달러에서 시작한다면 저를 따라잡기가 어렵죠.
-역시 중국의 경우로 중국의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인 BYD에 투자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43세의 그 회사 대표는 국적을 떠나 회장님의 마음에 꼭 들만한 사람이더군요.
-맞습니다
-두 분이 닮은 점도 있고요
-저는 중국말을 못하는 걸요. 그 친구 아마 놀라운 일을 할 겁니다
-중국 최고의 부자이기도 하죠
-그렇죠
-하지만 그가 놀라운 일을 하면 미국에도 좋을 겁니다. 그가 배터리 기술을 진일보시킨다면 미국도 혜택을 볼 테니까요. 하지만 거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항상 기술에서 첨단을 달렸습니다.
-친구이신 빌 게이츠가 바로 그 증거죠?
-맞습니다. 만일 중국인들이 배터리에서 앞서갈 능력을 개발하고 또 태양기술에서 선두를 점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면…그건 모르죠
-그런 냉엄한 현실을 보게 될까요?
-배터리든 뭐든 지구상의 모든 인재가 노력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문제 해결에 다른 나라 인재들이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찬성입니다. 누구든 먼저 개발하면 다른 나라는 따라 하면 되니까요. 기술을 독점해 축적할 순 없다는 거죠. 모든 면에서 미국이 최고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중국이든 인도든 미국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나쁠 것도 없습니다. 기술을 얻으니까요
-세계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석유와 에너지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엄숙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봤습니다. 모든 것을 뜯어고칠 방도를 생각해야 한다는데 마치 오늘날 미국의 경제적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합니다. 러시아가 석유에 너무 의존했던 것이죠. 하지만 거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은 독점체제가 아니라는 점이죠. 시장체제는 어디나 있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도록 하거든요. 그래서 계획경제보다 훨씬 나은 거죠
-오늘날의 고용현실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능력이 생길까요 아니면 이런 생소한 실업률에 안주할 수밖에 없게 될까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겁니다. 미국은 온갖 실업률 문제를 겪어왔고 80년대 초가 아마 가장 어려웠을 겁니다. 1981-1982년은 금융계 문제는 아니었지만 정말 어려웠죠. 실업률이 10%에 달하자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이 경제에 메스를 갖다 댔고 독일과 일본이 모든 것을 만드니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들이 많았지만 그후 수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폴 앨런과 빌 게이츠가 앨버커키에서 새벽 2시에 피자를 먹으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우리 미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글이 등장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습니까?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릅니다.
어젯밤 컬럼비아대학에서 수천 명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만일 1790년에 제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런 소리를 했다면 다들 일어나 농장으로 돌아가면서 “말은 좋지만 농기구가 그렇게 발달하면 우리는 뭘 먹고 살아?”라고 했을 겁니다. 그때만 해도 자동차니 비행기니 전기 같은 것은 상상조차 못했겠죠. 이번에도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이 자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아주 분명하게 말씀하시기를 위기로 인해 거액의 돈을 투입함으로써 위기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를 자초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지난 가을처럼 처음 보는 처방에 따라 약을 쓰면 기존의 약이든 신약이든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고 처방이 얼마나 독한지에 따라 부작용도 그만큼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재정적자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반드시 많은 결과가 뒤따를 것입니다.
-2009년에 1.4조달러라는데요?
-그러니까요. 그런 숫자는 저 같은 사람도 다시 보게 되죠. 정말 큰 숫자입니다.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1.4조달러라는 저축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는 거죠. 2차 대전 때 전쟁자금 때문에 GDP에 비교해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는데 전쟁 중이나 후에도 인플레라는 결과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문제 해결에 투입한 자금 때문에 인플레가 불가피하다는 거군요.
-네, 그리고 문제는 종국적으로 의회에서 달러의 가치를 결정해야 하는데 통화발행이 필요한 정책을 추구한다면 달러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럼 의회는 어찌해야 할까요?
-경제가 다시 회복되면 소득이 다시 증가할 테니 세율을 올리든지 해서 세수와 세출간의 격차를 줄여야겠죠.
-세수원을 늘려야 하는군요
- 네
-새로운 세수원을 발견하는 것보다 세출 축소가 더 어렵겠죠?
-글쎄요. 세출을 줄이는 것과 세수를 늘리는 것 중 어느 쪽이 쉬울까요? GDP에 대한 비율로 볼 때 격차가 전시를 제외하고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10%인가요?
-10%를 약간 넘습니다.
-어느 정도면 감당할 수 있을까요? 레이건 정부 때는 6%였는데요.
-격차가 2-2.5% 정도고 성장이 정상적이라면 GDP 대비 비율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국가 생산능력이 늘어나니 부채 증가를 감당할 수 있죠. 부채가 국가의 부나 소득에 비례해서 증가한다면 2% 정도 격차는 감당할 수 있고 부채도 비율적으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현재 부채 잔액은 GDP의 약 55%니 문제가 아닙니다만 계속 증가한다면 문제가 되죠. 이자까지 원금에 가산돼 부채가 자꾸 늘어나면 속수무책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경제가 좋을 때는 2%를 기준으로 잡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처럼 10%인 때가 오면 평균이 크게 올라가버릴 테니까요
-이런 질문이 자주 제기되는데요. 재정적자, 부채, 달러하락으로 인해 더 이상 미국 국채가 팔리지 않아 미국이 위기에 처하는 시점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4천억달러란 말은 그 돈이 해외로 나갔다는 말이니 외국은 그 달러로 뭔가를 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샀다가 주식을 사기 위해 국채를 판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달러로 받게 됩니다. 투자할 자산의 종류는 선택할 수 있어도 어찌하든 미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다른 곳에다 신규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령 미국이 4천억달러 적자라고 한다면 외국은 4천억달러에 해당하는 채무증서 같은 것을 미국으로부터 받습니다. 그 돈으로 가령 중국인이 프랑스에 가서 물건을 산다면 이번에는 프랑스가 달러를 가지죠. 결국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어떤 경우든…
-소비나 저축률 문제가 되겠군요.
-만일 적자가 1.4조달러 생기면 4천억달러를 수출하거나 채무증서를 발행해도 1조달러가 더 늘어나니 국내에서 저축으로 1조달러를 마련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숫자들은 지속이 불가능합니다.
아무튼 국채를 너무 발행하면 재정정책이 통제상태를 벗어난 걸로 보여 외국에서 미 국채에 대한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게 되고 그럼 연장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든지 미친 듯 돈을 찍어내든지 둘 중 하나가 되겠죠. 연준이 통화를 발행해 국채를 매입하면 통화 가치가 떨어질 거고요.
-극단적인 조치가 없으면 직면하게 되리라는 현실이 곧 닥쳐올까요?
-아주 금방이죠. 지금도 경제회복을 원하지만 가령 화재를 진압한 후에는…
-불을 끈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건물에 물을 그만 뿜어야 하니까 불이 꺼졌는지를 알아야겠죠.
-그걸 어떻게 알죠?
-알게 됩니다. 실업률이 최근 정점에 달했지만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 알게 되죠.
-어떤 것을 지표로 삼아야 할까요?
-소매판매도 있겠고 자동차 판매도 있겠고 주택건설 착공이 살아난다든지 다우지수에도 약간 늦게 반영되는 등 조금 늦게 인식될 수는 있지만 경제지표는 많죠. 아무튼 알게 됩니다. 전환점 당시에는 모르더라도 3-4개월 후에는 알게 되죠.
-그것이 1-2년 후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겠죠?
-전 하나보다 둘이 좋긴 한데…“불가피”하다고 해서 좀 더 일찍 회복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전 상태로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시는 건 없습니까? 좀체 사라지지 않을 충격으로 남을 그런 영향 말입니다.
-이런저런 지속적 충격이 있겠지만 탈피하는 데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만일 엄청난 경제외적 사건으로 어떤 국가나 테러단체에 의한 9/11사태 같은 일이라든지 대규모 탄저균 공격 같은 것이 발생한다면 또는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를 넘든지요.
-네, 그럴 경우 장기적인 외인적 영향이 생길 수 있겠죠
-그런 일들이 발생할 경우를 가장 걱정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석유 생산량 8천5백만 배럴 중 5백만 배럴이 감소하고 그런 사태가 영구화된다면 세계적으로 큰 혼란이 생기게 되겠죠.
-이번에 배운 교훈 중 하나는 말씀하셨듯이 레버리지고요
-네
-주택거품도 겪었는데 거품이 또 생길까요?
-보증컨대 또 거품이 생길 겁니다.
-같은 종류의 레버리지로 되돌아가게 될까요? 당분간은 아니겠죠?
-습득한 교훈이 당분간은 지속됩니다. 상처가 깊을수록 오래 가지만 결국은 잊죠. 하지만 전 그래서 혜택을 봤는데 1951년에 학교를 졸업할 때 경쟁자들은 여전히 대공황을 걱정하는데 저는 기억력이 나빠 잊어버렸거든요.
-어떤 점에 있어서는 생각에 미친 충격이 한참 가겠지만 하지만 공포, 탐욕, 어리석음 그건 바뀌지 않겠죠?
-맞습니다, 그런 것들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인간이 모든 면에서 현명해지지만 감정적으론 현명해지지 않거든요.
-왜일까요?
-인간이라는 동물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기억이 희미해지면 갑자기 새로운 유혹이 나타나는 거군요.
-게다가 욕심을 부리면 한동안은 재미도 있죠. 빚을 내 투자했다가 성공하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란 100번 중 99번 성공해도 1번 실패하면 끝장이죠.
-회장께서는 돈을 쓰는 것보다 버는 것을 항상 즐기시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수익창출과 투자는 즐기시는데 소비는 별로 즐기지 않으시잖습니까?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다 가졌으니 돈을 쓸 데가 없습니다. 집이 10채면 더 행복하겠습니까? 그건 아니죠. 자동차를 10대라도 가질 수 있지만 그래봤자 골치만 더 아플 겁니다. 큰 배를 사서 승무원을 오륙십 명 고용하면 돈을 훔치고 서로 동침하고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일이 날지 모르죠. 제가 선장이 되고 싶었다면 다른 직업을 택했을 거고, 현재 제 삶은 모든 게 충분합니다.
-독서나 대화를 통해 현재 상태를 연구 분석하는 일을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좋죠. 매일 원하는 일을 하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부가가치세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판매세와 유사해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역진세죠?
-네, 미국에 역진세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싫어하시는군요
-맞습니다, 결국에는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죠. 돈이 더 필요하면 저 같은 사람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제가 내는 배당소득이나 자본소득 세율이 청소 아줌마의 근로소득세보다 낮거든요. 근년에 와서 소득 계층간에 분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힘든데, 경제가 좋으면 다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습니까?
-회장님 같은 분이 많지가 않거든요
-여럿 있습니다
-그래도 회장님과 빌 게이츠가 가장 나서고 있죠. 회장님 같은 분에게는 어느 정도의 세율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보수단체나 저소득층은 부자들이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는데요.
-저는 모든 종류의 세금제도를 겪었습니다. 50년대, 60년대부터 부자들과 같이 일했는데 그 중 세율이 높은 사람은 70%도 있었습니다. 자본소득세율이 39.6%일 때니까요. 하지만 “돈을 벌수록 세율이 높아지니 오후에는 일하지 말고 영화나 보러 가야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더 열심히 일하더란 말이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거겠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했지만 “세율이 39.6%나 되지 투자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돈으로 뭘 하겠습니까? 침대 밑에 넣어둘까요?
-미국의 제도가 부자에게 유리한 불공평한 면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세월이 지날수록 부자에게 유리해졌다고 봅니다. 따라서 의회에 대한 영향력이 불공평해지고…
-돈과 정치죠?
-갑부들이 많은 부자 국가라면 기본적으로 금권정치를 배격해야 합니다. 의회가 금권정치를 배격하고 민주주의 원칙의 보루가 되어야 하죠.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배격해야 합니다. 워싱턴 정가에 우리 청소 아줌마를 대변하는 로비단체는 찾아보기 어렵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400대 갑부들은 어떻게든 정치권에 로비를 하거든요
-갑부들은 로비단체가 많죠?
-아주 열심이죠
-그 점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게 항상 문제죠. 국가의 번영을 원할 때는 몇 안 되는 부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을 만큼 잘 살기를 원할 겁니다. 미국은 1인당 GDP가 4만5천달러지만 약 6천만 명의 가계소득이 연 2만천달러 이하예요. 지금까지는 사회보장제도 등으로 잘해왔습니다. 국가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진행돼 왔죠. 의료보장제도 등으로요
하지만 번영하는 국가에서는 저처럼 타고난 소질이 있는 사람만 성공해선 안 됩니다. 하긴 저도 자본의 분배에 대해 나중에 깨우치긴 했지만요. 제게 다른 재능이 있었더라면 훌륭한 우쿨렐레 연주자가 됐을지도 모르죠. 어쨌든 저는 돈을 만지게 됐습니다
-둘 다 될 수도 있겠죠
-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가 않고 저는 돈벌이 재주밖에 없습니다. 시장제도가 사람마다 최고의 재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데 이의가 없겠지만 시장제도가 부의 분배에 있어서는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세제도가 시장제도에서 나오는 과잉생산을 받아서 불운한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사실 미국 같은 나라에 태어나 불운해서는 안 되겠죠
-회장님 말씀을 듣고 “버핏이 또 분배 타령이네”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번영을 나누는 게 문제는 아니잖습니까?
-그렇죠
-제가 속한 사회 덕분에 제가 성공한 것입니다. 만일 제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서 “자본을 분배하라”고 외치고 다니면 “그래서 뭐?” 이러겠죠. 듬직하게 받쳐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없네요.
-그래도 일조하실 순 있겠죠?
-그렇죠. 선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료채널에서 미들급 복싱시합을 방영해서 49.95달러인가 얼마를 내고 봤는데요. 그 선수들은 자신의 재능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텔레비전을 만들고 케이블 TV를 만들어 3억 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한 덕을 보는 겁니다. 우리 모두 사회의 덕을 보는 거죠. 저 같은 사람은 사회의 덕을 엄청나게 본 경우인데 저 혼자 무인도에 있다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부시 행정부 출신들은 경제위기가 왔을 때 자신들은 전술로 대처했는데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와 경제 관계에 다른 태도의 전략을 취한다며 걱정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를 떠안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됐죠. 일단 저는 부시 행정부가 2008년 하반기에 취한 조치는 좋았다고 봅니다.
잘한 일들이 많죠. 돈줄이 풀리지 않으면 망해먹을 거란 부시 대통령 말은 정말 명언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시점에서 그가 경제수장이 되었던 거죠. 그 점을 높이 삽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GM 운영을 원치 않죠. 오바마 대통령의 성장배경으로 볼 때 경제 전체를 운영하고 싶지 않았다는 건데…그래도 철도는 사고 싶어할지 모르죠. 농담입니다. 저는 안 팔죠.
-계속 말씀하시죠
-하지만 경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는 하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완벽한 결정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고 GM이든 크라이슬러든 운영은 원치 않는다고 보죠. AIG나 헤지펀드의 소유도 그렇고요. 그러면 재미가 없죠. 프레디맥이나 패니패 부양도 그렇고요. 그래서 뭔가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을지를 생각하다가 ‘사회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건 수용하지 않으시는군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번영케 한 원칙을 토대로 훨씬 더 번영하는 국가를 원합니다. 하위 20-30% 계층이 지난 20년간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의회가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하는 차원을 넘어서게 되는데요. 새로운 감독기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연방준비제도에 감독을 맡기자고 하고 크리스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그런 의견에 반대하며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은 중간 입장인데 회장님은 어떤 의견이십니까?
-저는 연준의 독립에 100% 찬성입니다
-그러시군요
-중앙은행이 직간접으로 의회에 굽실거리게 되면 그건 재앙이 될 겁니다
-누가 통화정책 결정이나 감독을 맡으려 하겠느냐는 건가요?
-연준에 훌륭한 인물들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 대체적으로 그래 왔습니다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은 80년대 초 경기침체 탈출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버냉키 현 연준의장도 작년 9월 위기를 모면함에 있어서 중심이 됐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모든 국가는 독립된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중앙은행이 꼭 감독을 맡아야 할까요? 누군가는 은행을 감독해야 할 텐데 초대형 감독기관이 하나 있어야 할까요?
-저보고 하라면 찬성입니다. 권한을 양분하자는 말씀 같은데 그러면 은행이 또 레버리지를 키울 겁니다. 당장은 그렇지 않더라도 특히 유망한 금융기관은 분기마다 주당 수익률을 늘리려고 부외자산이다 뭐다 하면서 몇 년 전에 했던 작태를 또 벌일 겁니다. 프레디맥과 패니매도 의회가 감독을 맡아…매일 감독자 수백명이 들락거렸는데도 그런 짓을 했거든요.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 5-6개 곳 중 2곳을 의회가 감독을 맡으면서 엉망이 됐습니다. 감독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어딘가 독립된 기관이 있어서 실제 권한을 행사하고 금융시스템 작동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레버리지 비율을 정해버리는 안될까요?
-안 되죠. 최대 15:1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단기 국채에만 투자하는 은행이라면 50:1도 괜찮지만 빚을 내어 투기성 사업을 벌이는 회사에 몽땅 대출하는 은행이라면 5:1도 많습니다. 숫자를 정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럼 어쩌죠?
-그게 문제입니다. 비율을 정해주기만 하면 끝나는 문제면 좋을 텐데요
-그럼 가능한 해결방법을 제시해주시죠
-레버리지의 종류와 의미에 있어서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 현명하고 강력한 감독당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금융회사들에 규정만 갖다 댈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말할 수 있는 기관 말인데 물론 너무 자주 하면 안되겠지만요.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국가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합니다.
개별 은행의 문제점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거품이 일고 있을 때 나서서 말을 할 배짱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연준 의장이나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서서 말하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영향을 미칠 수 사람이 필요하죠.
-방임하는 것보다는 강력한 규제를 더 원한다고 말씀하셨죠?
-그럼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제가 금융기관을 경영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금융기관이 자본이 악화돼 문제가 생길 소지가 다분해졌다면 그리고 연방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스템이 무너질 정도가 됐다면 경영자가 따끔한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액의 돈을 받아 퇴직하는 것으로 끝낼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를 선택해서 그런 식으로 경영하게 내버려 둔 이사진도 뜨거운 맛을 봐야 하고요. 총살시키자는 말은 아니고요. 그런 위협은...고통을 겪도록 하자는 겁니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요?
-아주 규모가 커서 정부가 방관할 수 없는 그런 금융기관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대마불사” 금융기관은 항상 있을 거니까요. 감독당국으로선 못할 노릇이지만 그게 현실이죠. 그런 금융기관이 정부더러 “우리가 망하면 국가도 같이 망한다”고 하면 그 회사의 이사들과 CEO는 전년 받은 최고액의 5배 정도는 도로 내놓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자리는 매년 2-3십만달러를 받았거든요. 그런 사람을 위험관리 총책임자인 CEO 자리에 앉히고 연 2-3십만달러의 보수를 책정한 사람들이 무거운 벌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람을 잘못 뽑았거나 월권을 방치한 사람도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거죠.
-소임을 다하지 못한 이사진도 처벌하자는 말씀이죠?
-네
-하지만 대마불사 금융기관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계속 생기겠죠.
-그러면 얼마나 크든 결과가 어떻든 망하도록 내버려두자고 할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소형은행만 있을 게 아니므로 그렇게는 안 되겠죠.
-금융계에 “죄책감”이 있다고 보십니까?
-대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런 회사의 경영자들은 다수가 그냥 사라졌거든요. 의당 받을 만한 이상의 돈을 챙겨 사라졌죠. 미국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제가 사는 오마하의 경우를 봐도 실직하고 집을 압류 당한 사람들이 주변에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자신이 겪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이런 문제에 일조한 은행 경영자 중 감옥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감옥까지 가야 할까요?
-천만달러든 1억달러든 손실을 끼친 사람이 감옥 가는 일은 없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훨씬 작은 회사에 경영자로 있었다면 누군가 도와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죠. 맞습니다, 제가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망하면 미국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프레디맥이나 패니맥이라면 AIG나 씨티그룹도 그렇고요. 도미노 효과를 감당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어 돌아버릴 지경이 되겠죠. 9월 12일인가에 만일 몇몇 회사가 더 나가떨어졌더라면 메릴린치가 쓰러지고 모건스탠리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섰었는데…정부가 나서지 않았으면 모두 쓰러졌을 겁니다.
-그랬겠죠.
-보세요, 모럴 해저드 어쩌고 하는데 모럴 해저드는 전혀 없습니다. 씨티의 경우 시총의 90%가 사라졌고 프레디맥은 보통주 시장가치의 90% 이상이 사라졌으며 패니매, AIG 할 것 없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주주들은 완전히 망한 겁니다. 씨티그룹이든 어디든 주주들은 “시스템이 구해주겠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구해주지 않았으니 모두 망한 거죠. 하지만 정작 잘못을 한 최고경영자는 대부분 망하지 않았거든요.
-그들도 망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좀 더 따끔한 맛을 봐야 했죠.
-그러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했겠습니까?
-저 같으면 그런 금융기관은 향후 5년간 경영자가 부를 챙기지 못하도록 했겠죠. 제한을 강화하고 보수를 환입하도록 하며 이사진이 그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엄중하게 경고했을 겁니다. 금융계 임원들이 하는 말을 들으셨을 텐데요. “보수 환입 등에 찬성하며 그런 제도를 마련했다”고 하던데 그런 제도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일부 그렇게 했습니다만 제가 고쳐야 할 거 같네요.
-훨씬 낫게 만드시겠군요
-저 같으면 이런 종류의 위험에 대해 이사는 책임보험에 들지 못하도록 할 겁니다. 우리 회사엔 그런 게 없어요. 주주가 망할 지경이면 저를 포함 이사들도 같이 망해야 합니다. 우리가 책임을 맡아 배가 가라앉게 됐다면 먼저 달아날 생각을 말아야죠. 앤드루 소킨이 쓴 책인데요. 아주 좋은 책이죠. 여기에 보면 전화를 받았을 때 돈 달라는 전화 말이죠. 간혹 조언을 구하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 돈 달라는 전화입니다. 돈과 조언 중 선택하라면 대부분 돈을 택하죠.
-대부분 돈을 원하는군요. 그 경우 “노”라고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예스”라고 할 걸 하는 순간이 있었습니까?
-그러니까…있었을 것 같은데요. 타석에 서서 공이 날아오는 0.5초 사이에 칠까 말까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과 같군요. 고민을 할 분이 아니라는 건 압니다만 아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떻게요?
-뒤돌아보는 시간을 최소화하거든요.
-회장님은 돈이 많고 돈이 필요한 사람은 무엇이든 포기하려 했을 텐데요.
-6개월 후에는 시장이 바닥이었으므로 만일 돈을 가지고 있다가 6개월 후 시장에 투자했더라면 그런 거래를 하는 것보다 나았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알 수가 없었죠.
-“낙관하지만 맞는지 자신은 없다”는 말씀이군요.
-저는 바닥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전화를 받고 그럴 듯하다 싶고 제게 돈이 있으면 받아들입니다. 내일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경우 타당성이 없죠.
-회장님이 제게 가르쳐 주신 건데 스윙을 많이 하지는 않으시죠
-큰 금액은 하지 않죠.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버링튼노던산타페 철도회사 투자의 경우 큰 금액이잖습니까?
-그런 거래는 싸게 할 수가 없거든요.
-싸게 사신 것 아닌가요?
-아니오, 싼 게 아닙니다.
-제가 묻고 싶은 게 그거였는데요.
-싸지는 않았지만 우리 회사가 다음 세기까지 보유할 훌륭한 자산이죠.
-가령 내일이라도 몰랐던 좋은 거래가 나타나면 “이런!”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유니온퍼시픽 철도회사가 절반 가격에 나온다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말씀하시기를 현재와 미래의 일을 연구하는 것을 즐기신다고 하셨는데 누군가가 나타나서 향후 4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려준다고 한다면 회장님 인생에서 지난해를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향후 40년을 볼 수 있게만 해달라고 하겠습니다. 지난해는 이제 없지만 향후 40년을 볼 수 있다면 좋죠.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소설 속 인물 초시 가드너처럼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면 현재 위기를 벗어날 것이다.
-틀림없습니다.
-해결해야 할 실제적인 문제가 있고 재정적자가 그 중 하나다. 이번 위기에서 효과적인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고 고유한 능력으로 지금과 같은 국가가 됐다는 자신감이 있다. 1776년에 몇몇 사람들이 한 일과 현재의 미국을 보면 미국을 낙관할 수 있다 등이었죠. 그런데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데 세계에 대해서도 낙관하십니까?
-지난 200년간 미국이 습득한 교훈이 세계 도처로 전파된 것은 좋은 일입니다. 미국의 성공을 보고 그 요소를 자기네 시스템에 복사하게 된 건데 그렇다고 미국이 그 요소를 잃는 건 아니죠. 외국이 그런 요소를 사용한다고 미국으로부터 뺏어가는 게 아닙니다. 저는 매년 새해가 되면 경제에 생길 여러 가지 일들을 적어보긴 하지만 시기가 불확실하니 주식을 사지 않겠단 사람에겐 9/11 전날에는 시기가 확실했느냐고 묻죠. 확실해보였던 예측이 다음 날 바로 어긋난 걸 보셨을 겁니다. 다우지수가 22 퍼센트 하락했던 1987년 10월 18일도 마찬가지고요. 단기적으로는 항상 불확실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오랫동안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앞으로도 계속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죠. 단기적으로는 항상 불확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확실합니다.
-오늘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워렌 버핏 회장이셨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