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가족 모임이 있었습니다.
워낙 대가족이라 (7남매) 부모님 생신을 즈음하여 아예 대전 근교의 펜션 하나를 독채로 빌렸습니다.
숯불에서 고기를 구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결국 이야기들이 돌아돌아서 아이들 교육 이야기에 머물렀습니다.
생후 24개월된 막내조카에서 부터 스물네살 된 큰조카들까지, 그들을 키우는 다섯 동서들의 교육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우리 아들(고2)녀석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아들 녀석이
'나는 초등학교 때 공부 한 적이 없다. 문제지 한 번 풀어 본 적도 없고. 심지어는 시험날인지도 모르고 학교 갔는데
시험 보더라.' 해서 우리 동서들이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이야기가 '그런 초등학교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고등학교 올라 와 친구들과 어린 시절 이야기 하면
추억이 학원 밖에 없더라.
반면 나는 초등학교 3년동안(시골학교 전교생 90여명 있는 학교)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은 참으로 소중하다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준 엄마에게 고맙다고 해서 주변 가족들에게 감동(?)도 주었지요.
맞습니다. 저 그런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었더렜습니다.
초등학교때는 흙 밟고 놀아야 한다.
친구들과 놀면서 사회성이 생기고 협상력도 만들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였지요.
그래서 그 학교에서 치루는 시험 성적에 한번도 좌지우지 하지 않았고 문제지 푸는 시간에 오히려 책 한 권 더 읽자.
아니면 그냥 놀자, 또 아니면 잠이나 자자 였지요.
이런 생활에 그래도 아이가 공부를 잘 하니 엄마가 천하태평이다 했지요, 주변에서.
공부 잘 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1등이 대수인가요? 기본 인지 능력만 있으면 되는거다.
중학교 생활도 뭐 그랬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외고 시험 본다 해서 뭐 그래라 했더니 시험은 떨어지더군요. 그 때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별반 아쉬울게 없었으니까요,
외고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고액 과외로 돈을 투자 한 것도 아니니.
그 때까지 뭐 그냥 저냥 그랬어요.
고등학교 생활 1년, 지금부터가 전쟁이었습니다.
중3까지 자유롭게, 그리고 특별히 잔소리 없이 보냈는데
고1 인문계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저와 전쟁을 치루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뭐 할 수 있는게 있냐 공부하는 것 이외는. 그게 현실인데 어쩌냐로
그래서 저랑 전쟁을 치루었습니다.
그러나 학원은 본인이 안 한다 해서 안 했는데 여름방학 즈음에 언어영역만 하고 싶다고 해서
그거 하나 보내고 있지요..
암튼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어제 가족 모임을 하면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래, 엄마는 다시 엄마 철학으로 널 응원 할께 입니다.
시험, 그리고 학교 그것은 인생 전체에서 그저 과정이고, 도구이니 처음처럼 그냥 믿고 기다리는 법을 터득해야겠다 싶더군요.
엄마 때문에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다고 했는데
그 행복이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깨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아이는 믿는 만큼 성장한다는 애초의 제 생각을 이제 다시 실천하려 합니다.
이제 고2 신학기가 시작입니다.
영어 때문에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영어를 잘 해서 외고 간다 한 녀석이, 그 영어가 발목을 잡고 있어요) 힘들어 하는 우리 아들 녀석,
절대 영어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겠다 합니다.
신학기 슬그머니 물어 본 "너 영어 뭐 하나 들어야되지 않을까?" 라는 엄마 말에 단호히 "아니..." 합니다.
고등학교 1년동안 우왕좌왕 갈팡질팡 했던 내 교육의 일상들을 원점으로 돌립니다.
그래, 그냥 믿어 보는거야. 아이가 행복 할 수 있도록.....
주절주절,,,,글을 씁니다.
먹는 즐거움과 이야기의 즐거움....^^
첫댓글 궁금했던 아드님 이야기 잘 읽었어요. 어린시절 아드님과 비슷한 생활을 하였던 우리 큰 딸은 올해 대학을 갔지요. 고등학교때도 늘 "사람이 어떻게 하루종일 학교공부만 하고 사냐"며 신문읽고 펜팔하고 인터넷 카페활동하면서 논쟁하고 토론하고 도서관 가서 책읽고... 그러고도 지가 가고 싶은 대학 갔습니다. 요즈음 아주 살판 났어요. 대학교가 정말 좋다면서... 우리 아인 대학가기 위해 하기 싫은 수학 억지로 하면서 유로인강 두개 들은 것이 사교육의 전부였습니다. 아드님도 사교육 도움이 필요하면 엄마에게 말하겠지요. 영어의 경우. 책 많이 읽은 아드님이 언어영역 학원을 다닌다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
나도 그거 참으로 의문이지요...울 아들 왈 비문학보다 문학이 어렵다 입니다. 당체 외울 수가 없다 합니다. 특히 고전,,,,그래서 언어만 듣는다 하니...^^ 암튼 문제는 결국은 아이가 아니고 바로 저 입니다.
지난번 제가 책 많이 읽은 아이가 국어점수 안나오는 경우에 대해 쓴 글이 있을텐데 ...
우리 딸아이에게 물어보니 내신국어는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 외워야하지만 수능언어의 문학 특히 고전문학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만 파악하면 문제를 틀리지 않게 풀 수 있다고 하네요. ㅎㅎ
저도 아이에게 가끔씩 엄마 학창시절을 기억하면 공부했던 기억이 하나도 안나고 주로 친구들과의 추억과 샘들 놀려먹었던 기억만 난다고 아이들에게 추억을 들려주다가 같이 깔깔 거리고 웃습니다 모둠활동이나 파자마파티(친구집에서 자는일)같이 아이들이 함께모여 놀수 있는 환경은 일부러라도 만들어 줍니다 사교육의 병폐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놀이 문화를 빼앗아 간다는 거죠
핫, 맛있겠당 ^^;;; 저희집도 시어머님과 같이 사는지라 명절이 아니라도 시누이들 올 적마다 수시로 수다파티가 벌어지는데 모든 대화는 교육문제로 흐릅니다. 친정에 가도 마찬가지지요. 교육문제 말고는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을 지경이니... 생각해보니 참 서글프네요
그런 대화의 자리에서 안흔들리시고 무슨 별종이 된듯 고독해지지 않으시니 그또한 행복한 부모십니다. 부럽사와요~
저도 그런 맘 가지고 아이를 키우기를 바랍니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했어요.
케이블 방송에서 한 강사가 그러더군요. 누가 부자인가?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고.. 공감합니다. 유년의 행복이 추억의 원천이겠지요. pd수첩에서 방송했던 '남한산 초등학교' 졸업생의 한마디,. "남한산 초등학교 시절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 행복했던 기억으로 앞으로 닥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전 이 말 듣고 울컥했고, 제아이 초등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