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심심해 옛날 드라마를 보며 중간중간 줄거리를 정리해 보았다.
[아침에 할머니가 물통을 들고 약수터로 올라가니 조기축구회 회장을 지냈다는 할아버지가 반색을 하며 따라붙는다. 그리고 함께 살자며 노골적인 프로포즈를 해댔다. 할머니가 물을 받아 내려 가려는데 아래쪽에서 젊은 여자가 중풍 걸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다가오다 할머니를 보고 멈추어 섰다.
할머니가 그들을 보고 깜짝놀라 서둘러 언덕을 내려오는데 젊은 그녀가 따라붙었다.
"저...어머니! 며칠전에 이 동네로 이사왔어요."
"아니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니?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급히 집으로 들어와 반기는 손녀를 뒤로하고, 자기 방에 들어가 버렸다. 어머니의 표정을 읽은 아들이 자기 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무 잘못도 한일이 없다고 하였더니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야기는 30년 전을 회상했다. 7살난 딸, 5살 아들, 2살의 딸을 둔 그들의 아버지(중풍걸린 할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아내에게 장만해준 금반지를 빼앗아 집을 나가 버렸다. 서른살 홀로된 여자는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시장노점상, 보따리 장사, 우유배달 등 안해본 일이 없이 거친 풍파를 헤쳐왔다.
그렇게 고난의 세월이 흘러가고, 이제 자식들도 결혼을 하였다. 할머니는 둘째인 아들과 한집에 살고있다.
그런데 어느날 젊은시절 할아버지와 눈이 맞아 함께 살았던 여자의 며느리가 찾아와 남편(아들)이 죄를 지어 교도소를 가는 바람에 자신이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데, 직장을 다녀야 해서 병든 사람을 혼자 두고 다니기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지난 아픈 세월을 들추며, 이미 우리는 30년 전에 남남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그 며느리가 참 착했다. 할아버지가 혼자된건 10여년이 된 모양인데도 그렇게 홀로 모시니 말이다.
이혼 정리가 되지않아 할아버지 재혼 가정엔 자식이 사생아로 되어 법원을 가야했고, 할머니는 이혼을 원했으나 할아버지가 원하지 않아 판사가 이혼을 판결하지 못했다.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같은 동네로 이사를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아버지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며느리도 반대 하지 않았으나 할머니는 그럴 수 없다고 반대를 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말과는 달리 마음이 흔들렸다. 언젠가 막내 딸의 결혼식때 연락이 되어 딸의 손을 잡고 들어갔고, 그때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입이 백개가 있어도 할말이 없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며 후회를 한적이 있었다.
다음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사는 집을 찾아 나섰다. 언덕빼기 가파른 골목길,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거의 전신을 의지한채 골목을 올라가다 쓰러졌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본 할머니가 달려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부축하여 할아버지 집으로 데려왔다.
"좋아서 이러는줄 알아요? 내 자식 아비란 사람이 길바닥에 쳐박혀 있는게 보기 싫어서 이러는거여요."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니 의논차 맏딸이 와있었고, 딸은 어린시절 어머니를 밀치고 금반지를 뺏어가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그래도 아버지인데 이제와서 어떻게 모른체 하겠느냐고 말하며 할머니가 하자는대로 하겠다'고 하였다. 할머니는 그러한 자식들을 못마땅히 여기며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이후에도 자신이 침을 맞으려 간다며 할아버지 집에 거서 빨래도 해주고, 병원에도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집주인이 할아버지의 며느리가 남편 보석금 때문에 방하나의 보증금을 빼어야 한다고 하더라며, 주인은 자신도 불편하니 할아버지를 데려가라고 하였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와 딸과 아들에게 사정을 말하니, 딸은 자식 아니라며 무조건 싫다했고, 이젠 아들마져도 아버지를 원망하며 한집엔 못살겠으니 차라리 방의 보증금을 구해 주자고 말한다.
약수터에서 할머니를 만난 회장이 멀리 나타난 할아버지를 보고 둘이 데이트 하려 왔느냐며 질투섞힌 말을 했다.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들이 차라리 할아버지를 데려오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나를 쫒아 내려고 그러느냐며 절대 안된다고 막아섰다.
할머니는 다음날 시골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안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그런꼴로 나타날거면 차라리 송장이 되어 나타날 것이지, 왜 애꿋은 자식들만 애먹여? 한방울 눈물도 안흘릴 가슴에 두드린다고 소리 나겠어? 자식들이 무슨 죄로 에미 등의 멍에까지 떠 맡아야해? 해거름판 달이 뜬다고 가슴에 박힌 얼음덩이가 녹긴할까?"(상당히 싯적인 대목이다)
고향, 동네 친척이 반기며 할머니 부부가 결혼하고, 살았던 집으로 안내했다. 집은 남의 소유가 된 빈집이고, 그러나 할아버지도 모르는 소유의 땅이 조금은 남아있단다. 할머니는 혼자 내려와 살거라며, 이웃의 밭을 같이 매었다. 그런데 친척에게로 서울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서울로 돌아오니 할머니가 떠난 다음날 아들 내외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왔는데, 이내 가출을 하고 말았단다. 할머니가 먼저 살던 집을 찾아가니, 할아버지가 동사무소 쪽으로 가는걸 회장이 보았단다. 마침 그때 주인집으로 전화가 왔다. 가출신고를 접수했던 경찰서에서 길가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가니 의사가 '왜 가족들이 있는데 행여환자처럼 놔두었냐'며 나무랐다. 그러면서 이미 치유는 틀렸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어쩔줄 몰라하는 자식들에게 말했다.
"걱정할거 없다. 저런 늙은이 길바닥에 나가 쓰러진들 너희가 무슨 잘못이니?"
자식들이 병실 밖으로 잠시 나가자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이 마당에 원망하면 뭐하겠수? 다 죽게된 마당에... 그러나 내 가슴속에 맺힌 엉어리는 풀어야겠소."
할머니가 말하는 가슴속 엉어리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서 뺏어간 그 금반지에 대한 말이었다. 잠시후 할아버지가 주머니를 뒤져 무엇인가를 꺼내어 할머니 앞에 내밀었다. 그것은 때묻은 헝겁에 쌓인 금반지였다. 죄인되어 얼굴을 돌리고 있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이걸 돌려 줄려고 해도 기회가 없었소."
헝겁에 쌓였던 금반지와 할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의 얼굴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시외버스를 탔다. 할머니는 기력이 다해 고개가 처진 할아버지에게 '고향에 가면 살집도 있고, 두늙은이 묻힐 땅도 있다'라고 말하며, 할아버지더러 머리를 자신에게 편히 기대라고 말했다. 달리는 버스의 차창밖으로 주위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얼마후 생각에 잠긴듯 머무르던 할아버지의 머리가 옆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숨을 거두었다고 직감한 할머니는 손으로 할아버지의 두눈을 내리 감기고, 생각에 잠겨들었다.]
누군가가 '사람 사는 재미를 못느끼고 사는건 사는게 아니라, 연명(延命)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
러한 연명이란 단어에는 두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환자를 상대로 하는 연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 과정의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오직 생명만 억지로 연장하는 의료 행위를 뜻한다. 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ECMO),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이 이에 해당하며, 현대 의학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환자의 의사에 따라 이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는, '끼니로 연명하고 있다'는 말을 할때처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겨우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예를들면, 난민, 빈곤층, 혹은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하루 한 끼 등으로 간신히 삶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 표현은 단순히 밥을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 최소한의 생존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는 절박한 상황을 내포한다.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은 사는데 재미를 얼마나 느꼈을까? 좋은건지 싫은 것인지 표정없는 무뚝뚝한 시아버지, 매사에 날카롭고 살얼음판 걷게하는 시어머니, 부모에 순종할뿐 아내를 감싸거나 위로마져 할줄 모르고, 흥부네처럼 줄줄이 딸려 자신만 바라보는 자식 하나 챙기지 않는 남편이란 동반자(?)...
반갑잖게 해마다 찾아드는 보릿고개, 보리밥에 된장국은 진수성찬이고, 강냉이 보리개떡은 고급 간식꺼리, 구황작물 고구마 감자 섞어 끼니때마다 풀때죽(풀때기) 고정 메뉴에 자신이 죄지은양 한숨쉬며, 3대 대가족 상차려 내시던 시절은 분명 연명의 세월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부모 노릇은 해도, 부모행세는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노릇'이란 어떤 사람이 맡은 구실, 역할, 또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직책이나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표현할 때 사용되고, 행세(行世)'는 자격이 없거나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그런 것처럼 꾸며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세상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시대가 아니라, 부모자식간에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분위기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은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