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18문학상 신인상 시부문 심사평>
5‧18문학상 시 부문 신인상 심사평
역사는 기억됨으로써 역사가 되고, 기억됨으로써 역사는 이어진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까닭은 그것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래 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5·18 정신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무심한 ‘망각의 시대’를 고민해야 할 때다. 5·18정신을 어떤 형식으로 담아 미래 세대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이어질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학적 성찰과 물음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
최근 10년 동안의 열기에 비해 올해는 투고된 작품 수도 줄어들었고, 전체적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18민주화운동이 도달해야 할 박제되지 않은 새로운 미래를 참신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5·18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알레고리나 전언 등을 통해 상징화하는 작품이 더러 있었지만, 은유적이고 메타적인 시선이 부족하고 문학적 완성도가 있는 작품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하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향후 5·18문학상 작품 공모 때 ‘새롭고도 신선한 시각과 내용’에 강조점을 두어 공모하길 권하고 싶다.
당선작 외에 논의된 작품은 「일요일」 외 5편과 「꽝이」 외 4편이었다. 「일요일」은 제출한 작품 모두 실험정신이 돋보이고 그중에서 가장 나은 작품이었다. 다만 ‘수사적 은유에서 삶으로서의 은유로’가 동반되지 않으면 자칫 공허한 말의 실험이 될 수 있다. 「꽝이」는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잘 구현한 작품이다. 각박한 현실을 살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지만 신인다운 새로움이 부족했다. 두 작품 모두 나름 일정한 시적 성취를 보이나 5‧18 정신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770편의 작품 중에서 당선작을 선정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은 지하 1층의 배관을 통해 세상과 일상의 삶을 탁본하는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타자와의 소통과 배려가 결핍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배관으로 잘 형상화하였다. 마찰음을 낼 때는 삶에 대한 태도나 형식을 바꿔서 소통해야 함을 적확한 이미지와 감각적 깊이를 더한 문장으로 말하고 있었다. 함께 투고된 작품들 모두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작품마다 작품의 형상화와 구조가 안정적이며 상징성을 획득하고 있으며 5‧18 당시 희생자들의 죽음을 진정성 있게 재현해 내고 있었다. 정제된 언어 속에는 오랜 시간 5‧18에 대해 숙고해 온 고통의 내력이 느껴졌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응모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 많은 5‧18과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이 세상을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이는 말(言)들을 기록해 나아가시길 바란다.
2023년 4월 30일
2024 5·18문학상 신인상 시 심사위원
김호균 / 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