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9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9장)
선생(노자를 말함)은 이렇게 말했다.
“도道는 아무리 큰 것을 수용해도 다하지 아니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만물이 여기에 갖추어져 넓고 넓어서 용납하지 않음이 없고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 없다. 형벌과 은덕에 의한 정치나 인의仁義에 의한 교화는 정신 중에서 지엽말절에 지나지 않으니 지인至人이 아니면 누가 이런 본말의 관계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지인至人이 세상을 다스리는 일은 또한 큰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 큰일도 지인至人을 얽매이게 하기는 부족하며, 온 천하 사람들이 권세를 얻으려고 분투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아니하고, 거짓 없는 진실眞實의 도道를 잘 살펴서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 아니하며, 사물의 진실을 극진히 알아서 그 근본을 지킬 줄 안다.
그 때문에 지인至人은 천지를 도외시하고 만물을 다 잊어버려도 정신精神은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도道에 정통하고 타고난 그대로의 덕德에 합치하며 인의仁義를 물리치고 예악禮樂의 속박을 물리치니 〈이렇게 한 뒤에야 비로소〉 지인至人의 마음이 안정된다.”
夫子曰 夫道於大不終 於小不遺
故萬物備 廣廣乎其無不容也 淵乎其不可測也
形德仁義는 神之末也 非至人 孰能定之
(부자왈 부도는 어대에 불종하며 어소에 불유하나니
고로 만물이 비하야 광광호기무불용야며 연호기불가측야니라
형덕인의는 신지말야니 비지인이면 숙능정지리오)
선생(노자를 말함)은 이렇게 말했다.
“도道는 아무리 큰 것을 수용해도 다하지 아니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만물이 여기에 갖추어져 넓고 넓어서 용납하지 않음이 없고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 없다. 형벌과 은덕에 의한 정치나 인의仁義에 의한 교화는 정신 중에서 지엽말절에 지나지 않으니 지인至人이 아니면 누가 이런 본말의 관계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 부도어대불종夫道於大不終 어소불유於小不遺 : 대의大意는 도道의 넓음을 표현한 것. 종終은 다함[궁窮]이고, 유遺는 버리다, 빠뜨리다는 뜻. 큰 것에 대해서[어대於大] 다함이 없고[불종不終] 작은 것에 대해서[어소於小] 버리지 않는다[불유不遺].”가 직역直譯. “크게는 끝이 없고 작게는 남음이 없으니 바로 큼을 말하면 무엇으로도 실을 수 없고 작음을 말하면 무엇으로도 쪼갤 수 없다.”(林希逸). 또한 천하天下편에서 “지극히 큰 것은 밖이 없으니 대일大一이라고 일컫고 지극히 작은 것은 안이 없으니 소일小一이라고 일컫는다.”라고 한 것과도 같은 맥락.
夫至人有世 不亦大乎 而不足以爲之累 天下奮棅 而不與之偕
審乎無假 而不與利遷 極物之眞 能守其本
(부지인유세 불역대호아 이부족이위지루하며 천하분병하야도 이불여지해하며
심호무가하야 이불여이천하며 극물지진하야 능수기본하나니라)
지인至人이 세상을 다스리는 일은 또한 큰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 큰일도 지인至人을 얽매이게 하기는 부족하며, 온 천하 사람들이 권세를 얻으려고 분투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아니하고, 거짓 없는 진실眞實의 도道를 잘 살펴서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 아니하며, 사물의 진실을 극진히 알아서 그 근본을 지킬 줄 안다.
☞ 유세有世 : 유有는 다스린다는 뜻. ‘유국유가有國有家’의 유有와 같다. 유有는 천하를 다스림이다.
☞ 爲之累는 至人의 마음을 번거롭게(얽매이게) 하는 걱정거리가 되는 것을 말한다.
☞ 천하분병이불여지해天下奮棅而不與之偕 : 병棅은 권병權柄(권력權力으로써 사람을 마음대로 좌우左右할 수 있는 힘)의 뜻. “비록 천하 사람들이 일어나 천하의 권병을 잡으려 하더라도 이 마음이 또한 그들과 함께 가지 않으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林希逸), “사람들은 각자 일어나 권병을 쟁탈하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王敔), “대상 사물은 비록 움직이더라도 나는 스스로 고요함을 말한 것이다.”(褚伯秀). 이께다池田知久는 한비자韓非子 이병二柄편에서 “신하된 자는 주벌을 두려워하고 경상을 좋아한다. 그 때문에 인주가 스스로 형벌과 은덕을 이용하면 여러 신하들이 그 위엄을 두려워하고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한 법가의 이념을 한대漢代의 도가道家식으로 표현한 것이 이 구절이라고 하였다.
☞ 무가無假는 거짓 없는 도道. 덕충부德充符편 제1장에 “거짓 없는 참된 도를 잘 살펴서[審乎無假], 사물事物과 함께 옮겨 다니지 않고, 만물의 변화를 명命으로 받아들여 근본인 도道를 지킨다.”라고 하여 도道를 ‘무가無假’로 표현했는데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故로 外天地하며 遺萬物호대 而神이 未嘗有所困也요 通乎道하며 合乎德하고 退仁義하며 賓禮樂하야 至人之心은 有所定矣니라
(고로 외천지하며 유만물호대 이신이 미상유소곤야요 통수도하며 합호덕하고 퇴인의하며 빈예악하야 지인지심은 유소정의니라)
그 때문에 지인至人은 천지를 도외시하고 만물을 다 잊어버려도 정신精神은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도道에 정통하고 타고난 그대로의 덕德에 합치하며 인의仁義를 물리치고 예악禮樂의 속박을 물리치니 〈이렇게 한 뒤에야 비로소〉 지인至人의 마음이 안정된다.”
☞ 이신미상유소곤야而神未嘗有所困也 : 곤困은 곤고困苦(처지處地나 형편形便 따위가 고생스럽고 딱함. 곤란困難하고 고통苦痛스러움)의 뜻.
☞ 빈예악賓禮樂 : 빈賓은 빈擯(물리칠 빈)으로 물리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