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세계 최고의 경영인들을 매혹시킨 ‘소크라테스 식 대화법’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경영이다. 경영은 인간을 움직여서 ‘변화’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그것도 거의 완벽하게. 쉽게 말해서 인격의 한 부분이 성인(聖人)의 경지에 올라서야 한다. 때문에 경영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것, 회사를 업계 1위의 자리에 올리는 것은 경영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일을 잘하는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경영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행위다. 궁극적으로는 소크라테스처럼 공자처럼 노자처럼 손자처럼 시공을 초월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이 사람들이 철학자이지 어떻게 경영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여기에 대해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모든 경영인의 꿈은 인류의 역사의 끝까지 존속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영원에 가까운 회사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영원은 물질세계에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비물질세계, 이를테면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소크라테스, 공자 등은 인류의 마음속에 영원에 가까운 세계를 세운 사람들이다. 때문에 진정한 경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들처럼 사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나는 불가능한 조건을 딛고 기적 같은 꿈을 이룬 사람들을 17년 가까이 2천여 명 넘게 연구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을 책으로 정리해서 펴내고 있다. 정확하게 세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이 중 절반 가까이가 경영자들일 것이다. 즉 나의 인문고전 독서는 경영 연구와 함께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7명의 전설적인 경영자가 등장해서 주인공에게 소크라테스 식 대화법으로 멘토링을 하는 『행복한 달인』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을 정도로 인문고전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 내가 발견한 바에 따르면 인문고전 중에서도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플라톤의 대화편들, 손무의 손자병법, 공자의 논어가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영감과 지혜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은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통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W. K. C. 거스리는 『그리스 철학의 역사』에서 ‘캠브리지 고대사6’에 실린 콘포드의 글을 참고하여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1)초기: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라케스’ ‘뤼시스’ ‘카르미데스’ ‘에우튀프론’ ‘소 히피아스’ ‘대 히피아스’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이온’ 2)중기: ‘메논’ ‘파이돈’ ‘국가’ ‘향연’ ‘파이드로스’ ‘에우튀데모스’ ‘메넥세노스’ ‘크라튈로스’ 3)후기: ‘파르메니데스’ ‘테아이테토스’ ‘소피스테스’ ‘정치가’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필레보스’ ‘법률’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대화편들에서 플라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소크라테스가 나올 뿐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들은 플라톤이 초기 대화편에서는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충실하게 나타냈지만 중기 대화편부터는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후기 대화편에 이르러서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철학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짐 콜린스는 자신을 포함하여 총 21명으로 구성된 경영연구팀을 이끌고 1965년부터 1995년까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 오른 1,435개의 기업을 5년 동안 심층 분석했다. 그리고 1,435개 기업 중 고작 11개 기업만이 전체 주식 시장의 3배 이상의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했음을 밝혀냈다. 짐 콜린스는 11개 기업의 성장비결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담아냈는데, 이에 따르면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변화시킨 경영자들은 모두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의 달인이었다.
피터 드러커(오른쪽 사진)의 경영 사상은,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읽고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에 익숙해진 뒤 피터 드러커의 책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실상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의 경영학 버전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그는 『변화리더의 조건』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진정한 마케팅은 ‘우리가 팔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고객이 구입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20세기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각료진을 구성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내각의 인사를 시행하면서 늘 이렇게 이야기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어떤 약점이 있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1910년 전후) 당시 소규모 자동차 제조회사의 사장이었던 (후일 제너럴모터스를 창업하는) 윌리엄 듀란트는 다음과 같이 질문하였다. ‘자동차가 대중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혹시 이미 일어난 사실이 아닌가?’” 그의 다른 저서들도 마찬가지다.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을 사용해서 경영의 본질을 파헤치고 자신이 발견한 답을 독자들에게 강력하면서도 흥미롭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잭 웰치와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을 경영에 적용해서 세계적인 경영인이 된 대표적인 경우다. 잭 웰치는 피터 드러커가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을 활용해서 개발한 두 가지 질문 1)만일 당신이 그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뛰어들 것인가? 2)그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사업에 적용해서 미국 경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자신의 모교인 리드 칼리지에 거액을 기부하면서 “리드 칼리지 시절에 접한, 플라톤과 호머에서 시작해서 카프카에 이르는 인문고전 독서 프로그램이 애플 컴퓨터를 만든 결정적인 힘이다. ……리드 칼리지 시절 나는 동양 인문고전에 푹 빠져 있었다. 그 시절 서예 강좌도 들었는데 그때 배운 감각이 매킨토시와 아이팟 디자인 감각의 원천이 되었다”라는 연설을 한 바 있는 스티브 잡스는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소크라테스광(狂)이다. 그가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을 경영에 적용했음은 두말할 것 없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질문자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안다’고 믿는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상대방이, 자신이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에 불과하고 사실 자신이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할 때까지 계속한다. 예를 들면 ‘메논’에서 소크라테스는 ‘탁월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메논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서 “……그동안 사람들을 향해 수만 번 넘게 ‘탁월함’에 대해 아주 잘 설명했던 제가 당신의 계속된 질문으로 인해 영혼도 입도 다 마비되어, ‘탁월함’에 대해 당신께 어떤 대답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탁월함’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라는 고백을 이끌어낸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상대방의 무지를 깨우쳐준 뒤, 역시 질문법을 사용해서 상대방을 진정한 앎의 세계로 이끈다.
경영의 성패는 경영자가 일의 본질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경영자는 자신이 파악한 일의 본질에 따라 경영 전략을 짜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생한 도요타 차량 결함 사태는 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도요타 경영진은 자신들의 일의 본질을 ‘고객’이 아닌 ‘이윤’으로 잘못 파악했다. 도요타 사건과 관련된 모든 불행이 다름 아닌 여기서 나왔다. 반면 1993년에 시작된 삼성 신경영의 성공은 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이 수주업 분야에서 수조원의 기회 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다음 아닌 수주업이라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었다고 일침하면서 세계 삼류인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일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줄고 불면증에 걸릴 정도로 삼성이라는 기업이 하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건희는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그렇게 파악한 일의 본질을 토대로 일의 특성을 추출해내자 그로부터 일의 핵심 성공 요인을 추려낼 수 있었고, 그 핵심 성공 요인에 관리 역량을 집중하자 사업의 성공이 저절로 따라왔고, 세계 삼류에서 초일류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건희에 관련된 여러 자료를 보면 이건희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7가지 질문을 던졌다. 1)이 일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2)이 일의 뿌리는 무엇인가? 3)이 일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4)이 일의 핵심 기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5)이 일의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6)이 일의 고객은 누구인가? 7)고객의 기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건희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토대로 삼성 반도체, 신라호텔, 삼성가전,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삼성 각 계열사 사장들이 잘못 파악한 일의 본질을 바로잡았고, 경영의 방향을 새롭게 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바대로다.
너무도 많은 CEO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경영의 본질이 무엇인지, 시장의 본질이 무엇인지, 브랜드의 본질이 무엇인지, 임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직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객의 본질이 무엇인지, 유통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격의 본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아니 대부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심지어는 벤치마킹이나 창조경영 등의 본질도 모르면서 벤치마킹과 창조경영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정체 및 쇠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소멸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15년 내외이고, 한때 우리나라 매출 순위 상위 1위에서 10위까지를 차지했던 기업의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 등이 이를 증명한다.
소크라테스는 질문법을 사용해서 불멸의 철학세계를 구축했다. 피터 드러커와 찰스 핸디는 소크라테스의 질문법을 경영학에 적용해서 경영학계의 전설이 되었다. 잭 웰치, 스티브 잡스, 이건희는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을 경영 현장에 적용해서 경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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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원문보기 글쓴이: 인문고전 독서법
첫댓글 가르치다보니,경험상 질문을 많이하는 학생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더라구.....*^^*
플라톤의 아케데메이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 공자의 제자들, 예수의제자들, 석가의 제자들 등 모두 현대판 그룹스터디로 스스로 발전하고 학문 발전시켜나아갔고 인류의 진보를 가져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