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한국의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피겨 싱글에서
아사다 마오를 철저히 뭉개버려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에 앙갚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밴쿠버발 기사에서 한국의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를 거론하며
김연아의 쾌거를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역사와 함께 상세히 실었다.
한국의 손기정 선수가 일본 국적으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역사의 한을 소개하며 이 같은 과거를 의식한 듯
김연아는 이날 아사다와 일본을 마치 잠보니(Zamboni, 빙판 고르는 기계)로 밀어내듯 완벽하게 제압했다고 보도했다.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으로 프리 프로그램을 마치는 순간,
아사다는 자신의 연기를 펼치기도 전에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연기 도중 필사적으로 고난도의 트리플 점프를 시도했지만 불발로 끝나 오히려 안타까움만 더해 줬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선 시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스핀을 하듯, 날개가 달린 듯 하늘 높이 치솟아'
퍼시픽 콜리세움을 가득 메운 관중을 황홀경에 빠뜨리게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김연아의 금메달 퍼포먼스를 야구에 빗대 5회 콜드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너무나 정교하고, 너무나 박진감 넘치고, 너무나 우아해 김연아의 연기는 더 이상의 코멘트가 필요없다고 극찬했다.
세계언론 찬사 또 찬사
"눈 달린 생명체라면 시선 거둘수 없는 장면"
"100m를 8초에 달린듯… 야구라면 5회 콜드게임"
"마법에 홀린 것처럼…단 하나의 흠결도 없어"
"마법에 홀린 것처럼(AFP), 감히 범접하지 못할(뉴욕타임스), 단 하나의 흠결도 없는(영국 더 타임스),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CNN)이자 역사에 남을 가장 위대한 연기(AP)…."
25일 세계 언론은 피겨 여왕에게 바치는 찬사와 찬가로 넘쳐났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방송은 김연아가 빙판 위에 선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며 운을 뗐다.
NBC는 우승권에 미국 선수가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중계와 주요 장면 반복 중계로 김연아의 모습을 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초반엔 잠시 점프와 스피드에 대한 냉정한 해설을 이어갔지만,
"오오! 신이시여, 이 무대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스피드입니까!" 같은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왕 폐하 만세(Long live the queen)!"라고 외치며 "관중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마법에 빠진 채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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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처럼 빠르게 깃털처럼 부드럽게… “여왕폐하 만세!”미국 NBC 방송의 중계 팀은 김연아의 명품 연기에 계속 감탄사를 올렸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정확한 동작과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표정 연기에 심판진은 역사상 최고의 점수를 내놓았다. / AP뉴시스
'여왕 등극' 뉴스를 전한 통신사들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김연아의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인 한국시각 오후 1시 54분쯤 "김연아, 여자 피겨 타이틀 획득"(AFP) 등 급보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신화통신·교도통신 등도 긴급기사를 세계로 타전했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신문과 CNN 등 방송들까지 홈페이지 첫 화면에
김연아의 모습을 메인 사진으로 걸었다.
NYT는 웹사이트 첫 화면의 약 3분의 1을 김연아 사진으로 채웠고 26일 오전에는 김연아의 득점 내용을 자세히 분석한 동영상을 올렸다.
NYT는 "김연아가 연기할 때 그것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예술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뒤를 잇는 보도는 누가 더 아름다운 언어로 '여왕'을 찬양할 것인지 경쟁을 벌이는 듯했다.
'여왕 찬가'는 캐나다를 출발해 미국을 거쳐 중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건넌 뒤 유럽까지 울려 퍼졌다.
개최국인 캐나다 일간지 밴쿠버 선(Sun)은 "김연아는 한국에서 온 살아 숨 쉬는 예술품(work of art)"이라고 했다.
1992년 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는 "여자 스케이팅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고 했다.
AP통신은 "스케이팅은 바람처럼 빨랐고, 착지는 깃털처럼 부드러웠다. 악보 위의 음표처럼 은반 위를 미끄러졌다"며
"피겨 스케이팅 역사에 남을 가장 위대한 연기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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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주요 신문 인터넷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 김연아의 모습. 미국 언론들은 228.56점이라는 기록적인 점수로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딴 김연아에 대해 최대의 찬사를 보냈다.
시애틀타임스 칼럼니스트 제리 브루어(Brewer)는 "국적과 성별은커녕 종을 망라해 눈 달린 생명체라면 감히 시선을 거둘 수 없는 것이었다"고까지 했다. "100m를 8초에 주파한 것과 같은 장면"(시카고트리뷴), "미식축구라면 터치다운 5회 차이로 승리한 것이고, 야구라면 5회 콜드 게임을 거둔 셈"(LA타임스)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스케이팅과 표현력, 순결한 코발트블루의 의상까지 단 하나의 흠결도 없었다"고 했고
영국 BBC방송은 "경쟁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괴물 같은(monstrous) 점수"라고 했다.
특히 많은 매체가 김연아의 연기가 경쟁자들과 격이 다른 수준이었음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라이벌 아사다의 차례가 남아 있었지만 이미 김연아는 감히 범접하지 못할(untouchable) 위치에 있었다"고 했고,
캐나다의 CBC방송은 "아사다가 도전할 여지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AP통신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no contest). 김연아 뒤에 연기를 하는 것은 불공평(unfair)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연아가 무결점 연기를 마친 순간 그녀의 순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NBC방송은 온라인 기사에서 "이날 김연아의 연기는 여왕의 영광스러운 대관식이었다"며
김연아가 한국의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딴 후, 미국의 인터넷 연예 매체들은 '김연아 성형 수술'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보도하기도 했다.
몸매가 지나치리만큼 완벽하고 운동선수답지 않게 선이 곱다는 것이다.
"압권… 아사다와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다르다", "압권이다"….
김연아의 환상적인 연기에 대한 일본 내 분위기는 완벽한 '승복'이었다.
시민도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결과에 대한 단순한 인정을 넘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26일 오전만 해도 달랐다.
스포츠 신문들은 25일 마지막 공식 연습에서 김연아가 두 차례 넘어졌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역전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NHK와 TBS를 비롯한 방송들도 아사다 마오의 스케이트 인생을 종합한 프로그램을 계속 내보내면서 '갸쿠텐(역전)'을 연발했다.
일본은 이날까지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지만 이 금메달 하나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자 진한 아쉬움 속에 역부족을 자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도쿄 시내 전자제품 양판점 등에서 수백명씩 모여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조용히 사라졌다.
도쿄 시내 오테마치(大手町)역에서 신문판매대를 운영하는 사람은 기자에게
"(아사다가) 은이네요, 은"이라면서 "방법이 없네요"라고 했다.
옆을 지나던 여성들은 "'요나(연아의 일본식 발음)' 대단하네"를 연발했다.
언론들도 아사다 마오의 은메달 소식에 중점을 두고 전하면서도 김연아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석간은 '연아 압권' '강한 의지, 흔들리지 않는 기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연아는) 피겨가 결코 인기 종목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에서 태어난 천재"라면서 "점프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정신력까지 모든 것을 겸비했다"고 극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사다 마오의 금메달에 염두에 두고 호외까지 발행했으나 '마오 은메달'로 제목을 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김(연아) 선수가 압도적으로 강했다는 이야기니까, 은메달만 해도 훌륭하다.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싶다. (아사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중국 언론들도 김연아에게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관영 신화통신과 CCTV(중국중앙TV) 등은 26일 김연아 '빙상 여왕' '빙상 요정'으로 묘사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으로 두말할 나위 없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은 전날 계주 경기에서 중국팀이 한국팀의 실격으로 금메달을 따낸 것과 관련해
이날 한국측의 불만을 보도하면서 불쾌해하는 반응이 역력했다.
그러나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눈 녹듯 사라졌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떻게 저렇게 어린 아이가 그토록 숨막히는 순간을 저렇게 자연스럽고도 태연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TV 화면 속은 잘 기름칠한 유리판 같은 얼음판이었다.
순간의 방심이나 실수가 삐끗하는 움직임을 만들 그런 순간들이 계속되는 약 4분의 시간은 참 느리게 지나갔다.
구경하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수많은 관중들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빙판 위의 연기를 펼치는 아이가 느꼈을 중압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사실 긴장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들은 김연아 선수보다 TV를 지켜보는 국민들이다.
모두 숨 죽이고 응원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압박이다.
온 몸의 감각이 보이는 곳으로만 쏠리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에게 감당하기 힘든 압력은 아니었을까?
지구의 대기 무게는 견딜 수 없는 정도이다.
하지만 평소 인간은 이런 무게를 의식하지 못한 채로 지낸다.
마치 물고기가 엄청난 물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과 같다.
견딜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김연아 선수는 물 속의 물고기처럼 우아하게 움직였다.
마지막 프리 프로그램에서 분명 김연아 선수도 엄청난 심리적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다.
프리 프로그램의 김연아 선수는 이틀 전 쇼트 때와 달랐다.
우아한 몸놀림과 경쾌한 미소로 순간순간의 긴장을 즐거움으로 표현했던 그녀였지만,
프리 프로그램에는 분명 온 몸으로 느껴지는 무거움이 있었다.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긴장의 무게는 그녀의 움직임을 작게 누르고 싶어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김연아 선수는 자신에 대한 기대를 담담하게 소화했다.
불빛이 반사되는 얼굴 위에는 순간 순간 당돌감까지 스쳐갔다.
그 동안 이 아이가 겪은 훈련은 단순히 피겨 기술의 습득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삶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고통까지도 소화한 내공이 엿보였다.
연습으로 다져진 기량은 유연한 움직임으로 눈부시게 펼쳐졌다.
"대부분 힘든 기억이 가장 많고, 기뻤던 순간도 잠시 그때뿐이다.
하지만, 그런 날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 무엇보다 연습이 너무나 잘 되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는 그녀의 인터뷰는 이런 심리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와 스스로의 마음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신을 정면으로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의 담담한 모습이다
. 여기에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의 경쟁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 그랬기에, 준비했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고비를 넘었을 때 인간은 성장의 기쁨을 체험한다.
또 다른 도약의 환희를 느낀다. 큰 짐을 다 내려놓았다는 홀가분함, 이것을 믿기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녀는 이제 기쁘게 그 순간들을 영원히 머릿속에 담아 둘 것이다.
선수로서 꼭 이루어야 할 것이 있었기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기에 할 것이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너무나 완벽하게 그것을 이루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후련해질 뿐이다
. "나중에 어떻게 되려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이 또 나올 것이다
. 이런 것들은 바로 날려 버려야 할 것이다
. 또 다른 도약은 바로 그녀만이 온전히 꿀 수 있는 그녀의 또 다른 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