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아니 어쩌면 한국 여자농구가 낳은 역대 최고의 블루칼라 파워 포워드...
성정아를 소개합니다.
시골 벽지의 삼천포여종고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나타난 이 183센티의 소녀는
16살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팀에 발탁이 되며 센터 박찬숙을 보좌하는 파워 포워드가 됩니다.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강골에 근력, 지구력, 거기에 타고난 BQ와 탄탄한 기본기 및 센스.
아래는 88년 올림픽 때 토너먼트 최장신 팀인 소련을 맞아 분전하는 성정아의 영상 모음입니다.
1. 놀라운 골밑 장악력을 보여주는 성정아 (백넘버 14번)
자신보다 5~20센티가 더 크고 더 강한 소련 선수들을 상대로 골밑을 지키는 성정아 (14번).
이 짧은 영상 안에 블락샷 2회와 수비 리바운드 3회가 들어있습니다.
잘 먹고 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타고난 근력과 탄력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물론, 소련 팀을 상대로 저렇게 하려면 남들에게 없는 깡과 승부근성은 필수였고요.
2. 허슬에 이은 리바운드와 스틸 플레이
페인트 존 안에서 저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도 더 크고 더 강한 상대선수들 두 세 명과 계속 몸싸움을 하면서 말이죠.
이 때는 완연히 노쇠화에 접어든 박찬숙, 그리고 어린 성정아, 조문주가 한국팀 골밑의 전부였죠.
박찬숙은 몸싸움 할 힘조차 없어 헉헉대며 경기당 15분 정도 밖에 못 뛰었고,
센스와 포스트업 공격력은 좋았으나 힘과 체력이 딸리는 조문주는 큰 도움이 못 됐습니다.
결국 성정아 혼자 40분을 풀로 뛰며 한국팀의 골밑을 사수해야만 했었죠.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성정아는 좌충우돌하며 골밑을 수비했고,
악력까지 좋아서 소련 선수가 잡고 있는 공을 그냥 나꿔채는 스틸 능력도 보여줬습니다.
3. 후반전에도 계속되는 성정아의 수비 리바운드 신공
정말 '데니스 로드맨' 여자 버전 같습니다.
아니, 여자 '벅 윌리암스'에 더 닮은 듯 합니다.
박스아웃을 하면서도 스텝을 계속 밟고 있어서 공이 옆으로 떨어져도 잽싸게 공을 줏죠.
그리고 리바운드를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자 공을 팀원 쪽으로 팁아웃 해주고...
확실하게 잡아야 할 때는 모든 근력을 다 쏟아내 파워 리바운드도 잡아냅니다.
제가 경기를 보면서 직접 기록한 스탯지에 의하면,
성정아는 이 경기에서 8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락샷, 3스틸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남녀 국대 통틀어서 소련을 상대로 리바운드 15개를 잡아낸 선수는 성정아가 유일할 겁니다.
4. 경기 막판, 한국팀의 공격이 막히자 직접 돌파하는 성정아
한 번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멋진 풋백 왼손 레이업!
그 다음은 살짝 유로 스텝을 밟으며 앤드원 득점 성공!
성정아의 이 괴물같은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강팀 소련에 3점차로 분패하고 말았습니다.
종료 5분을 남기고도 62:61 리드를 지키고 있던 한국이었지만,
주전들만 계속 돌린 탓에 후반전 막판에 선수들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져버렸죠.
심판들도 대놓고 소련이 이기게끔 휘슬을 마구 불러대기도 했고요.
미국과 맞장을 뜨던 소련을 상대로 66:69로 패배.
한국이 이런 명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골밑에 성정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82년 뉴델리 아시안 게임 은메달
84년 상하이 아시아 선수권 우승
84년 로스엔젤리스 올림픽 은메달
85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준우승
86년 쿠알라룸프르 아시아 선수권 준우승
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은메달
88년 홍콩 아시아 선수권 우승
90년 싱가포르 아시아 선수권 준우승
90년 베이징 아시안 게임 금메달
농구대잔치 5회 우승 견인 (87년, 88년, 89년, 91년, 92년)
89년 농구대잔치 MVP (리바운드 1위, 득점 3위, 어시스트 2위)
박사님이 파워포워드에게 벅윌리암스같다고 하면 최고의 칭찬 아닌가요? 그나저나 저땐 유니폼이 짧아서 더 활력이 넘쳐보이네요. 남자라서 이런거만 보이나;ㅋ
제가 80년대 때 최고라고 생각한 파워 포워드가 세 명 있었습니다.
김윤호, 성정아, 그리고 벅 윌리암스...
그리고 셋 모두 비슷한 스타일의 농구를 했습니다.
형님 당시 삼성:현대의 라이벌구도에서 현대는 김성욱선수를 삼성은 김윤호선수를 뽑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만약 형님께서 삼성의 프론트였다면 김윤호선수가 김성욱선수보다 낫다고 판단하셨겠는지요?
아니면 김성욱선수를 뽑을수가 없어서 김윤호선수를 뽑은 걸까요?
뭐 당시 스카우트 상황이야 당사자들만이 알겠죠.
하지만 각 팀의 사정상, 그리고 각 팀의 플레이 스타일상,
김성욱이 현대로, 김윤호가 삼성으로 간 게 제격이었습니다.
현대는 센터진이 취약했었죠 - 박종천과 권혁장 정도?
높이나 힘이나 다 삼성에 밀렸었습니다.
가드-포워드인 이문규가 센터를 봐야 할 정도였으니...
힘좋고 파이팅넘치는 김성욱의 영입이 현명한 결정이었죠.
반면, 항상 수비를 강조해온 삼성엔 김윤호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골밑엔 이미 임정명과 조동우가 버티고 있던 팀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민첩하고 빠른 샷블라커가 없었죠. 그게 김윤호였습니다.
요즘 선수들에게 느끼기 힘든 투지, 당돌함이 느껴지는 선수죠
성정아 성정아 말로만 들어봤지 영상을 이렇게 볼 수 있게 되는건 정말 보기 드문 기회네요. 소중한 자료입니다.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투지넘치는 플레이를 보이는 선수는 성별에 상관없이 그저 멋지네요
박사님 뜸금없는 질문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뉴스기사를 읽다가 요즘 선수들은 기술자가 없다라는 뉴스가 있던데.. 농구 대잔치를 포함한 그 이전 선수들의 기본기나 기술이 더 좋았다는 말이 맞는건가요?
저는 농구대잔치 시절 스타들까지는 동의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요즘선수들의 기술이나 모든면에서 화려해지고 높아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슛같은 부분에서 예전 선수보다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나머지에서 엄청나게 발달된 것 같은데,
그 기사는 기본기가 많이 약해졌다는 뜻이겠죠? 농구 기술의 다양성에서는 요즘 선수들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세월이 흘렀고, 현재 선수들이 과거 선수들의 기술을 보고 익히며 향상시켜 왔으니
현재 선수들이 기술의 다양성이나 창의적인 면에서 더 나을 수 밖에 없죠.
'기술자가 없다' 라는 기사가 어느 정황에서 써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말씀하신 것처럼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플레이들을 말한 거겠죠.
요즘, 테크닉은 더 화려해졌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아무래도 기본기가 더 중요하죠.
옛날 선수들은 매우 낙후된 환경에서 농구를 배웠습니다.
훈련과정이 좀 무식했고, 또 연습량이나 승부근성 등이 엄청났었기 때문에
그런 헝그리 정신에 기초한 플레이 스타일이 요즘 선수들에겐 안 보인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과거엔 선수들이 거의 기계적으로 훈련해야만 했습니다.
슈터들은 슛을 몇백개, 몇천개씩 던지는 연습량을 감당해야만 했고,
스크린 서는 법이나 박스아웃, 셋오펜스 상황에서의 패스, 팀 디펜스...
이런 부분에서 훈련을 스파르타식으로 받다보니 다들 기계처럼 움직인 것이죠.
경기 중 자유투를 놓치면 경기 후에 빳다 맞고 특별훈련 받는 게 기본이었고요.
이렇게 훈련량이 많다 보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본기에 입각한 기술이 나올 수 있었고요.
다만, 그렇게 하다 보니 농구란 스포츠에 흥미를 잃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도 탈락자들도 많이 나왔고, 창의력이 넘치는 플레이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죠.
박사님 요즘 이현중 선수 뜨던데 이 게시물 한번 더 소개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