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백산 자락의 경북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다. 그 자취를 더듬는 건 단순히 역사 여행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시간이고, 위로와 치유의 다독임을 넘어 마음의 다스림에 이르는 여정이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말한 ‘사람을 살리는 산’이 영주의 소백산이다.
영주 여행의 출발은 조선 선비의 산실인 소수서원이다. 소수서원(紹修書院)의 본래 명칭은 백운동 서원(白雲洞 書院)이다.
한국의 대표서원 9곳을 「한국의 서원」으로 지정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하여, 2019년 7월 10일 제43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수도리 무섬마을은 "소백산" 에서 발원한 "서천(西川)" 과 "태백산" 에서 발원한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乃城川)" 이 마을 뒷편에서 만나 마을을 휘돌아 흘러 나가는 모습이 마치 "물위에 떠 있는 섬" 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 "무섬마을" 이라 한다.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재(제278호)이고 많은 고택이 남아있다.
□ 소수서원
- 소수서원은 1542년 신재 주세붕이 우리나라 주자학의 시조 회현 안향을 배향하며 세웠다. 퇴계 이황이 나라에 청해 1550년(명종 5)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 사액(賜額)을 받았다. 우리나라 사액서원의 시작이다.
소수서원의 첫 번째 매력은 진입로의 학자수림(學者樹林)이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된 고목이 어우러진 소나무 밭이다. 수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이 낙락장송 군락은 소수서원을 향해 경배하고 있는 듯하다. 이 금강송림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뒤가 허한 소수서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성하었다. 푸른 그늘 아래 걸음을 내는 것만으로 마음이 정갈하다. 숙수사지 당간지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통일시대 숙수사(宿水寺)의 흔적이다. 당간지주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소수서원 사주문 방향이다. 문 양쪽으로 500년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섰다. 사주문 앞 경염정(景濂亭) 아래에 죽계천이 흐른다. 물가에는 경(敬)을 새긴 경자바위와 취한대가 있다. 죽계천 바위에는 경자와 백운동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경(敬)은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창건하고 선비의 마음가짐으로 새겼다. 취한대는 선비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자리다.
서원의 건물은 동서재가 구분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배치되었는데 일반적인 서원의 배치가 완성되기 이전인 초기의 서원이기 때문인 듯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강당인 명륜당(강학당,講學堂)이 있고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일신재(日新齋)와 직방재(直方齎)가 연속으로 있다. 강당 뒷편에 안성선생을 모신 문성공묘(文成公廟)가 배치되어 있다.
소수서원 강학영역은 지락재(至樂齋), 학구재(學求齎), 일신재(日新齋), 직방재(直方齎), 강학당(講學堂)의 5단계로 구분된다. 가을에는 지락재(유생들 숙소) 풍경(風景)이 탐스럽다. 탁청지의 나무가 담장 너머까지 자라 가을을 물들인다. 마루가 그림을 품은 액자 같다. 맑은 시냇물인 죽계천과 어우려져 아늑한 공원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소수서원에서는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면, 유생들의 낭랑한 글소리가 가을바람 결에 스치는 듯도 하다. 앞 쪽에 배움 영역이 있고 뒤쪽에 제사 영역이 있다. 매년 봄,가을 두번의 제(향사)를 지낸다. 이는 서원이 단순한 향사와 교육 기능 수행만이 아닌, 지방 사림(士林)들의 정치·사회 활동에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죽계교를 건너서는 선비촌이다.
우리의 옛 문화와 전통을 더듬어볼 수 있는 선비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선비촌은 선비 정신을 상징하는 ‘수신제가’, ‘입신양면’, ‘우도불우빈’, ‘거무구안’ 네 가지 주제로 건물을 배치했다. 기와집과 초가를 중심으로, 강학당, 대장간, 물레방아 등이 모여 있다. 집집마다 생활 도구를 전시해 선비의 학문과 생활공간을 같이 체험, 교육하도록 했다. 옛 문화와 전통을 간직한 선비촌 고택에서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육룡이 나르샤> 등의 촬영지로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가을 여행은 약 14km거리의 부석사를 연계하여 즐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천년고찰의 역사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건축미는 물론, 가을에 빛을 발하는 은행나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 무섬마을
- 영주의 숨은 선비 정신영주가 간직한 또 하나의 선비 마을이 무섬마을이다. 위에 떠있는 연꽃(연화부수) 형태의 생김은 무섬마을의 매력이다. 무섬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마을과 더불어 경북의 3대 물돌이 마을이다. 내성천이 삼면을 둘러 마을을 감싸고 강변에는 너른 금빛 모래톱이 멋스럽다.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도 물돌이 지형에서 비롯했다. 무섬마을 사람들은 1983년 수도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외나무다리를 이용해 내성천을 건넜다. 학교와 농터도 새 신부의 꽃가마와 고인의 꽃상여도 외나무다리를 지났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마을 사람에게는 추억이요, 여행자에게는 선물 같은 체험을 안긴다. 무섬마을은 선비촌과 달리 350년 역사의 집성촌이다. 현재 40여 채, 20여 가구가 산다. 그 가운데 100년이 넘는 고택이 16채다. 경북 북부 양반가의 특징인 ‘ㅁ’자 형태가 도드라진다. 지난해에는 2012년 선비촌에 이어, 숙박 체험부문 ‘한국관광의 별’에 뽑혀 가치를 입증했다.
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도 물돌이 지형에서 비롯했다. 무섬마을 사람들은 1983년 수도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외나무다리를 이용해 내성천을 건넜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강을 건널 수 있는 외나무다리는 무섬마을에 두 군데가 있다. '뒷다리'는 외지나 영주로 시장갈 때 이용한 다리며 일하러 갈 때 주로 이용한 '놀기미다리'가 있다. '놀기미논'으로 가는 다리다는 뜻이다. 넓은 모래사장 위를 흐르는 강을 건너는 좁디좁은 나무다리는 무언가 영감을 준다. 태극 모양으로 놓여 있는 외나무다리는 사람 한 명이 겨우 건널 정도로 좁다. 맞은편에서 사람이 건너오고 있으며 난감할 것 같지만, 사이사이에 놓인 공간(비껴다리)에서 잠시 비켜서서 기다리면 왕복 소통에도 큰 문제는 없다. 물이 얕아서 무릎까지도 오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아예 신을 벗고 아래로 내려가서 걸어보기도 한다. 무섬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만큼 화려하지 않다. 마을의 규모도 작다. 매스컴 예능에 소개되지 않았으면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사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알음알음 제법 많은 사람이 찾기 시작했다. 운치 좋은 외나무다리와 걷기 좋은 둔치 산책로, 전통가옥의 고즈넉함은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여유와 한가함의 가치를 전해준다. 매년 10월에는 "외나무 다리 축제 행사" 가 열린다.
□ 여행 Tip
- 찾아가는 길
중앙(55번)고속도로-풍기 나들목-풍기방면 931번 지방도-봉현 교차로 우회전-931번 지방도 순흥-소수서원,선비촌
- 여행코스
소수서원,선비촌~부석사~무섬마을
- 경상북도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40 (T. 054-639-7691)
- 무섬마을은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문수로 732-20
□ 맛있는 집
- 소수서원 인근의 순흥면 읍내리 전통묵집 (T. 054-634-4614)
- 평양냉면의 남방한계선 풍기읍 서부냉면 (T. 054-636-2457)
- 국내산 돼지갈비 전문점 마당숯불갈비 (T. 054-631-6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