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험자에게 요령 전수받으면 누구나 시도 가능한 집짓기 방식
걸쭉한 흙반죽 쌓아 벽체 구성 조형미 부각되는 ‘코브 하우스’
볏짚단이 단열재 역할…에너지 절감 ‘스트로베일 하우스’ 건축주에 인기
한 집짓기 현장에서 흙벽돌 쌓기 작업이 한창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축 재료가 ‘흙’이다. 흙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집짓기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더욱 늘고 있는 집짓기 방식이 흙 건축이다.
◆환경을 생각한 지속 가능한 집=우리 선조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과 나무를 이용해 집을 지었다. 흙으로 표면적이 넓은 부분을 메웠다면, 나무로는 건물의 틀을 잡거나 구조적인 강도를 높였다. 지금도 주변 자연환경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건축 방식이 흙 건축이다.
흙은 자연에서 나는 재료이고, 건축 재료로 만드는 과정에 에너지자원이 적게 들어간다. 또 흙 건축은 기계의 힘이 아닌 사람의 손을 많이 쓰게 하고, 수명이 다 되어 해체되고 버려지는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건축·지속 가능한 건축으로 일컫는다. 유독 흙집 짓기 학교가 많은 것은 선험자로부터 요령을 전수받으면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집짓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흙벽돌·흙부대·코브 등 다양한 건축 방식=집짓기에 흙을 이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흙벽돌 쌓기다. 편리성 때문이다. 한 흙벽돌 제조업체에 따르면 85㎡(26평)의 집을 짓는 데는 30×17×17㎝ 규격의 벽돌 4000장이 소요되며, 6명이 쌓기 작업을 할 경우 5일이 걸린다고 한다.
또 다른 벽체 구성방식은 흙을 부대(쌀푸대·양파망 등)에 넣은 다음 그 자루를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이렇게 지은 집을 ‘흙부대집’이라고 한다. 부피가 큰 흙부대를 사용할 경우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여기에 부대 속에 흙을 넣기 때문에 흙의 종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흙을 덩어리로 만들되 벽돌처럼 건조시키지 않은 걸쭉한 진흙 반죽을 쌓아가며 벽을 구성하는 ‘코브 건축(Cob house)’이 있다. 흙 반죽을 코일 형태로 둥글게 말아 도자 공예를 하는 것과 같이, 코브 건축은 정해진 형태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집을 만들 수 있고, 조형미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곡선, 비정형적인 유리창과 문, 벽과 일체화된 장식 등을 만들 수 있다.
▲코브 하우스
◆일체식의 흙다짐공법과 전통 한옥의 심벽 방식=거푸집을 세우고 그 안에 흙을 부어 다져가며 짓는 흙다짐공법은 벽 구조가 콘크리트 구조처럼 일체식으로 압축력이 높은 장점이 있다. 이렇게 지은 집을 ‘담틀집’이라고 하는데, 흙을 붓는 중간중간에 공이로 다져가며 강도를 높이고 흙을 완벽하게 굳힌 다음 거푸집을 떼어내면 바위처럼 단단한 벽체가 완성된다. 흙벽돌·흙덩이를 쌓는 방식에 비해 재료를 만들고, 운반하고, 쌓는 등의 과정이 생략돼 시간과 노동력이 적게 든다.
심벽치기는 한옥에 쓰인 전통적인 벽체 구성 방식이다. 가로세로로 욋대를 엮어 그 위로 흙 반죽을 쳐대는 식으로 흙벽을 만들어나간다. 바탕 벽인 초벽(初壁)을 만들고 건조시킨 다음 한번 더 흙 반죽을 쳐서 재벽(再壁)을 만들고, 마무리 흙벽을 친 다음 마지막에 고운 흙으로 미장을 해 벽을 완성한다.
2000년 들어 국내에 소개된 ‘스트로베일 하우스(볏짚으로 지은 집)’ 역시 흙을 이용한다. 잘 말린 압축 볏짚단(800×490×350㎜)을 쌓은 후 흙으로 마감해 벽체를 구성하는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특히 벽체에 들어가는 볏짚단이 천연 단열재 기능을 해 에너지 절약 건축에 관심을 가진 건축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박지혜<전원주택칼럼니스트>
●흙집은 춥다?
한옥을 비롯한 옛날 흙집이 겨울에 추웠던 까닭은 나무 구조재와 흙벽의 접합 부분, 벽과 지붕 구조 사이의 틈, 문틈 등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흙벽 자체의 단열성능은 나무보다 낮지만 콘크리트보다는 훨씬 높다. 그러므로 벽과 바닥과 지붕이 서로 만나는 부분, 창문 틀, 배관 설비 등과 같은 다른 재료끼리 접하는 부분 등에 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고 단열재를 시공하면 ‘흙집은 춥다’는 선입견을 지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