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갯벌
최소영
8천년이 흘러야 만들어진다는 갯벌,
인간의 검은 욕망들로 검게 죽었네
해양생물의 서식처,
어민들의 삶의 터전,
연안해역을 정화시켜 주는 자연 정화조,
철새들이 도래하고 서식하는,
땅과 바다 사이 완충지인 갯벌이 사라져가며,
밀물과 썰물에 드나들며
수라 갯벌에 깃들어 살던 생명들 마져 사라져가는 이 시각
갯벌을 없애고 방조제를 만들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모한
검은 욕망들은 결국 부메랑 되어 날아와
인간의 목숨까지 끊어 버릴지도…
수라갯벌 저어새는 그토록 개발은 아니라고
부리를 힘차게 저었건만,
검게 변한 갯벌엔 화석처럼 남은
고라니, 수달, 새들의 발자국들 굳게 찍혀 있고,
올방개 수풀을 헤집고 다니던 멧돼지 발자국마저 선명하다
굴, 김양식을 하던 통발과 부표들은 메말라 나뒹굴고, 무산김 양식마저도 무산되었고,
굴무덤 더미엔 왜가리 깃털 하나 깃발처럼 꽂혀 바람에 휘날리네
그 많던 백합조개들은 어디로 갔나!
삶의 터전 잃은 그 많은 어민들은 어디로 갔나!
그 많은 눈물의 강은 어디로 흘러갔나!
허공엔 쇠제비 갈매기 가족 무리 지어 외로이 울며 날아다니곤 한다.
게다가... 갯벌 건너 미군기지는 마치 저들의 땅인 양 버젓이
캘리포니아 주소로 우편물을 받는 다나 뭐라나
염치도 경우도 없는 웃기는 짬뽕이다.
신공항건설에까지 야욕이 꾹꾹 묻어난다
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는 갯벌엔
이름만 새 만금 붙여 검은 욕망만 개발이라니!
일석만실(一石萬失)이라니!
말라가는 생명을 버텨내고 살리는 것은
오직 오롯한 사랑이어라!
(2024. 06.01)
* 마지막 남은 새만금 수라갯벌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