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박양미
아쉬탕가 하는 밤 외
무얼 하나 생각하다
무얼 하다가 죽을까까지 갔다
빨리 돌아와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생각은 자꾸 무얼 하나에서 죽을까로 샌다
새는 건 습관 같아서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채
허리가 길어지고
새어버린 길이 원래 내 길이었을 지도 모르는데
생각하면 호흡이 편해지고
새어 나온 마음이 두꺼워진다
나를 밤새 게 한 건
샷 추가 말라바르 커피였는지도 모르지
새까맣게 태운 원두 같은 밤
온난화와 멸종 동물 걱정으로 밤이 새면
녹아 흐른 가슴은 빙하가 되고
이름이 사라지는 것들로 생물도감이 텅 비어간다
비어간다
바닥난다는 가까운 동작이어서
바닥은 더 낮은 자세에 어울리고
가랑이 사이 머리를 넣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아쉬탕가
거꾸로 보는 하늘에는
사라진 얼굴들이 돌아오고
삐걱대는 생각과 생물 사이로 이름들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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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수평선은
느리게 읽어도 자꾸 제자리였다
새 떼가 흩어져 해독되지 않는 하늘
섬들은 가라앉다 떠오르는 얼굴이 되어 부표가 있는 곳과 없는 곳 사이를 떠돌다 돌아오지 않는다
바다가 하늘을 파도가 소리를
네가 나를 반복하고
지치도록 번복하고 미치도록 전복하다 은밀하게 잠복하여 끊임없이 회복하고
꼼짝없이 무릎이 잠긴 어제
발이 빠지지 않아 오지 않는 내일이다
벗겨진 표정이 쓸려 가고
얼굴을 때리는 파도와 파도
낯선 이름표를 주웠다
모르는 이름으로도 내일은 살아지고
무너지는 하늘 끝에서
귓속 가득한 모래를 털어내며
끝나지 않는 새 떼를 느리게 읽는다
무딘 귀를 멀게 하는 기도는
리플레이
리플레이
쓸려 오다 밀려 나가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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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미|2023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