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간고등어
김수영
간고등어 가운데도 안동 간고등어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나는 어린 시절 안동에서 자랐기 때문에 안동 간고등어 맛에 길들었다. 요즈음처럼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면서 온도가 쌀쌀해지면 옛날 안동 간고등어 생각이 간절해진다.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안동 간고등어를 구워 하얀 이밥과 함께 맛있게 가족들과 먹으면서 화기애애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안동에는 도산서원을 세워 후학을 양성한 유학의 대표적 성현인 퇴계 이황 선생과 조선 중기의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의 고향인 하회가 있어서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곳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다녀간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병산서원은 류성룡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데 전 미국 아버지 부시 대통령 내외가 방문하여 방문기념으로 병산서원 앞 정원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또한, 안동에는 안동소주와 안동 모시가 유명하다. 어머니는 더운 여름에 모시 치마저고리를 즐겨 입으셨는데 옷 맵시와 함께 음식 솜씨 좋기로 친구들 사이에 소문나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알맞게 구워 준 안동 간고등어를 무척 좋아해서 맛있게 잘 먹었다.
짭짤한 간고등어 한 점 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이밥 한 숟갈에 얹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간간하게 간이 밴 쫄깃쫄깃한 살을 씹는 맛이 쌀밥과 입안에서 어우러져 별미 중의 별미였다. 다른 반찬이 있어도 간고등어 하나만으로도 거뜬히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6.25전쟁 후 이렇게 좋아하는 안동 간고등어를 마음껏 먹을 수가 없었다. 운송의 어려움 때문에 값이 올라 서민이 즐겨 먹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제삿날이 다가오면 어머니가 시장에 가셔서 안동 간고등어를 한 손 혹은 두 손을 볏짚으로 묶어 사 들고 오셨다. 그땐 냉장고가 없으니 처마 밑 서까래에 못을 박고 매달아 두셨다. 나는 매달아 둔 간고등어가 먹고 싶어 쳐다볼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침을 꿀컥 삼키곤 했다.
제사를 지낸 후 아버지상에만 간고등어가 올라가자 먹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 밥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버지는 눈치를 알아차리시고 잘 구워진 간고등어 대가리만 잡수시고 몸통을 오빠와 나에게 주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입안에 집어넣고 먹기에 바빴다. 그래도 아버지는 맛있게 먹는 철부지 딸이 귀여워서 흐뭇해 하시는 표정이었다. 남편을 지극정성 받들던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 아무 말씀 안 하시다가 아버지가 사랑방으로 가시자, ‘이 철따구니 없는 녀석아. 아버지의 반찬을 날름 다 받아먹으면 어떡해. 먹고 싶어도 아버지 드시라고 사양해야지.’ 하시면서 나무랐다. 자식보다 남편을 더 중히 생각하시는 어머니 말씀에 서러워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러잖아도 이밥은 아버지께 드리고 보리밥은 내 몫이라 평소 서운한 마음이 있었던 터여서 울컥했던 것 같다. 철이 들어 결혼한 후 어머니처럼 남편을 잘 섬기려 무척 애썼지만, 어머니 발꿈치에도 못 미쳤다. 어머니는 고향이 개성이라 개성 보쌈김치며 음식 솜씨가 뛰어났다. 남편은 장모님의 음식 솜씨에 반해 나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나와 결혼했는데 어림도 없다며 씁쓸한 표정을 짓곤 했다.
고등어는 오메가 3이 풍부하여 두뇌계발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줘 심혈관 질병을 없애주고 요오드가 풍부히 들어 있어 정신건강에 아주 좋다고 한다. 안동 간고등어는 생선을 잡자마자 현지에서 염장하지 않고 소비지역까지 운반하여 염장해 간고등어를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다. 생선은 원래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부패 직전 생선살에는 글리코겐이 분해되어 젖산을 발생시켜 구수한 단맛을 낸다고 한다. 영덕에서 임동면(안동 읍에서 가까운 면)까지 하루가 넘게 걸리며 오다 보면 상하기 직전이 된다. 이때 소금 간을 하게 되면 가장 맛있는 간고등어가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안동 간고등어의 맛의 비결은 자연의 지리적 조건 때문에 이루어진 혜택이라 생각하게 된다.
안동 간고등어를 떠올릴 때마다 아버지의 내리사랑이 그리워지고 어머니의 남편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고 했는데 어머니를 꼭 빼닮지 못해 남편에게 매우 미안했다. 친정어머니처럼 남편을 잘 받들지 못한 아쉬움에 목이 멜 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남편이 몹시 그리워진다.
*어린 시절 예수님을 믿지 않아 어머니가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지만, 나중에 예수 믿으시고 구원받으시고 소천하셨다.
첫댓글 안동 간고등어가 그리 맛 좋군요.
우리 누나 한 분이 안동으로 시집 갔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