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가수 팬이었습니다.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죠.
살다보면..
슬퍼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아파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다가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불서를 읽다가 눈물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뭐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참으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각박해져가는 이 세상에서
감동으로 흘리는 눈물, 이 물이야말로
세계적인 '물부족 사태'가 아닐까요?
한동안 나가수가 방송되지 않다가
드디어 어제 나가수2 가 방송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출연한 김연우를 보고 '광탈자'라고 하면서, 그 의미가
지난 나가수에서 '광속으로 탈락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하던데..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말 줄인 단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벌써 '나가수'만 해도 '나는 가수다'이고..
'개콘'은 개그콘서트..
'깜놀'은 깜짝 놀라다..
'미고사'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먹을 거리'는 아예 '먹거리'로 자리잡았고
'나름 대로'에서 '대로'는 휘리릭 떨꿔 버리고..
'멘붕'은 '멘탈(정신)이 붕괴됐다'..
눈에 뵈는 게 없다, 내 정신이 아니다..
도대체 설명을 들어야 겨우 이해가 되는
그런 줄임말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이겠죠?
물질의 공간에서 점점 더 빨리 이동하고 싶은 욕구가 KTX로 나타나고
사이버 공간에서 점점 더 빨리 하고 싶은 욕구가 초고속 LTE로 나타나고..
이런 조급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적 영역까지 침투해
말줄임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겠죠?
일전에 택시 운전을 하시는 어떤 거사님께 들은 이야기..
밤 늦게 술이 좀 취하신 분이 타더니 군포를 가자고 하시더랍니다.
여기 춘천에서 경기도 군포까지는 장거린데.. 미심쩍어 몇 번 확인을 했는데도
여전히 군포라고 하시더랍니다. 장거리라서 요금이 꽤 나올텐데요.. 했더니
괜찮다고.. 자기 카드도 있다고 큰 소릴 뻥뻥 치더랍니다.
그런데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들어서기 직전에 아무래도 불안해서
한 번 더 확인을 해봤더니, 군포가 아니라 '공포'라고 하시더랍니다.
공포가 뭐냐구요? '공지천 포장마차촌'을 그렇게 부른답니다. ㅎㅎ
고속도로 들어갔더라면 큰 일 날 뻔 한 거죠. ^^
또 어떤 대학생은 중도까지 가자고 그러더랍니다.
춘천에는 중도, 위도.. 그런 이름의 섬들이 있거든요. ^^
아니, 택시를 타고 섬으로 가자고?
중도 뱃터를 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 왈, '중앙도서관'이라고 하더랍니다.
야 이녀석아! 너네끼리 쓰는 말을 하면 어떡하냐? 하고
혼내줬다고 합니다. ㅎㅎ
이쯤 되면..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아무리 바쁘다 바쁘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이젠 그 글자 몇 개조차 제대로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숨가쁜 세상이 되었단 말인가요?
도대체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하려고 그럴까..
그 글자 몇 개를 제대로 발음해준다고 과연 몇 초나 차이가 난다고 그럴까..
0.몇 초의 경쟁에 몰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
0.몇 밀리미터 단위로 여유를 썰어 버리고 있지나 않은지..
편안함과 행복이라는 자리를 펴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자리..
'너무 서두르면 우리들 영혼이 따라올 수 없다'는
인디언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럼 부처님 당시엔 어떠했을까?
아함경이나 니까야에서 부처님과 제자들과의 대화를 보면
중요한 단어 몇 개만 바꿔가면서 긴 문장, 또는 문단이 계속 반복되다싶이
그렇게 되풀이 되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그런 분위기(?)가 적응이 안 돼서
지루하다 못해 은근히 짜증이 올라올 정도였지만
반복해서 읽다보니 그 지혜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렇게 반복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하게 되고
그렇게 반복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나의 정서에 스며드는 것이죠.
그런 여유로움 속에 우리들 영혼은 풍요로워질 터인데..
요즘은 너무나도 표면적인 소통을 하는 거 같습니다.
주고 받는 말을 줄이고, 축약하고, 짜집기하는 사이에
우리들 영혼도 줄여지고, 축약되고, 짜집기 되어지고 있는 거나 아닐런지요..
이건 뭐, 바쁜 사회가 아니라 '쫓기는 사회'인 거 같아서
은근히 슬프고.. 또 두렵기까지 합니다.
목탁소리가 듣고 싶은 오후입니다.
풍경소리 그리운 오후입니다.
꽃잎 지는 소리가 그리운..
그런 오후입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글입니다. .................................................... . 지금은 마지막 문단만 느끼고 싶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글 참 잘 적으셧네요....그저 그리운시간입니다...^^
2줄 적으면 더이상 글이 안나오는데 우찌 이렇게 술술 글이 나옴니꺼?
어디서 읽었던 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비슷한 건데요...
사람은 제 각기 태어날 때 호흡의 수를 운명처럼 각자 타고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호흡 수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요.
그 이유는...어떤 사람은 급한 성격과 화를 잘내는 성격으로 호흡을 빨리 해서 빨리 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조금 전 사람과는 반대로 느긋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 호흡을 천천히 해서...
더 오래 살았다고 해요...호흡 수는 같아도 가는 건 다르죠...^^
멘붕이 그런뜻이었군요,,좋은글 감사합니다^^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네.. 저 역시 슬프고 두렵습니다. 쫓기는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게 될 후손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됩니다. .
멘탈 붕괴.....맞네요.
저도 최근 LTE폰으로 바꿨는데
신성-인간-과학-기계 에 대해 새삼 정리를 해 보는 계기가 됩니다,
참으로 바쁜 세상입니다,,다 읽지 못했구요
^^세번째 이어서 살펴 봅니다
세월의 흔적 소통의괴리 그래도 돌아가는 시대이지요 . . .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