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 후에 찾아온 가을날이 너무도 반갑구나.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왼쪽 배추와 오른쪽 무우는 회장님 것이고,
가운데가 내 농사인데 지난주보다 잎들이 더 큰 것 같다.
벌레들에게 수난을 덜 당한 배추는 그나마 모양새가 괜찮다.
얘들도 곧 속을 채울 꺼 같다.
이건 꼬갱이를 뜯어먹어 버려서 겉잎만 커지고 있어서 꽝이다.
겉잎이 그물이었다가 날이 선선해 지면서 다시 기사회생한 아그들이다.
이렇게 된 것도 회장님이 약을 한번 뿌려준 덕분일 것이다.
이래서 유기농은 어렵고도 힘든 길이다.
솎아주기를 했던 무우는 제대로 잎을 펼치면서 큰 준비를 하고 있다.
두번 파종한 알타리무는 완전 듬성듬성하니 부끄러울 지경이다.
하기사 여러 해 묵은 씨앗을 뿌렸으니 남 탓을 하기도 거시기 하다.
파초처럼 자라던 강황의 잎 색깔이 노란 빛이 돈다.
수확기가 가까워 왔다는 뜻일게다.
당근도 솎아내기를 한 탓인지 줄기는 마구마구 뻗고 있다.
배 과수원과의 경계선 DMZ에서 건진 애호박과 늙은호박을 수확하였다.
부추랑 노각오이, 가지도 꽤 나와서 거두었다.
그 외에도 풋고추와 대파, 녹두를 땄다.
이제 가을에 심을 거는 마늘인데 내년도 농사할 땅을 아직 찾지 못해서 계속 대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