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본토박이도 놀랄 정도로 올해의 여름장마는 역대급 길게 간답니다. 7월은 거의 비와 함께 했는데, 요 며칠은 태풍 개미의 간접적 영향으로 며칠째 국지성 폭우와 세찬 파도의 연속이었습니다. 바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니 밤새 몰아치는 파도소리는 잠시도 쉬지않고 대형 폭포수급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주기적으로 폭우가 뿌려댄 하루를 빼고는 계속해서 바다로 갔습니다. 폭풍의 기운에 떨고있는 바다들의 파고가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제주도 동쪽에 흔한 용암석들이 해주는 방파제 역할이란 일반 해변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파도가 드높은 날에도 바다놀이가 가능하니 제주도는 그야말로 천혜의 섬입니다.
어제는 주말이라 모래사장이 드러날까 세화해수욕장으로 갔는데 폭우 와중에 드러나는 뜨거운 햇살들은 뉴스에서 떠들어대듯 역대급 폭염수준입니다. 며칠이어진 세찬 파도에 제주도 동쪽 해안도로는 파도의 포말들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묘한 포말안개로 인해 몽롱함 분위기입니다. 세상을 미세하게 노란 필름지 끼워 보는 듯한 느낌!
4명 수발드는데 적잖이 더 바쁘게하는 통에 일기쓸 틈도 없으니 그나마 완이가 안전한 물놀이를 해주면 글이라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쉴 새없이 움직이고 혹시라도 위험할까 눈을 뗄 수가 없으니 글쓰기도 눈치껏 짬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파도놀이는 용인 캐라비안베이 뒷편에서 즐기기 수준이라 다행입니다.
태균이는 역시 물이 깊어야 좋아하고 어제와 같은 환경에서 다소 멀어져도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생존수영 능력은 이래서 참 좋습니다. 하긴 태균이도 엄마하는 것을 늘 따라하니 해수욕장에 오면 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지켜봅니다.
파도는 세고 햇빛은 뜨겁고... 이렇게 신나게 놀던 중에 그만 엄청나게 변을 싸댄 녀석... 계속 먹을 것을 찾고 먹어대길래 늘 그러하니 이것저것 쥐어주었는데 먹으면서도 싸는 건 뭐람? 세찬 물살에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들이 많은지라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음 그 자체입니다. 방법이 없어 사람들이 없는 한쪽에서 해결해 보려하지만 당최 말을 듣지 않으니 변들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고...
이제는 이런 상황은 트라우마격이라 자꾸 감당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닙니다. 아침소변도 여전히 큰 숙제라 기본은 한번, 심지어 두번 싸놓으니 매번 이불빨래도 보통이 아닙니다. 5세 전에 해결하지 않은 기본문제들이 이렇게 힘든 상황으로 간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격하게 공감해야 합니다.
세화해수욕장에 장애인화장실이 있다고 하지만 별도의 개수시설이 없으니 거기서 12살 아이가 저질러놓은 사태를 수습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나이가 드니 대소변 모두 이제 아이것이 아니니 악취가 이제는 성인수준입니다.
사실 이런 뒷수습이야 태균이 어릴 때도 있던 일이니 그 자체가 힘들다 생각하진 않지만 겨우 수습을 마치고 다시 차에 태우니 과자를 먹으며 깔깔거리는데 이게 더 미칠 것 같습니다. 생각하기 기능이 안되니 당연히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사람답지 못함' 상황이 더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픕니다.
아 이제 저도 늙었구나!하는 생각! 완이 혼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태균이를 볼 때 이번 여름을 끝으로 더이상 하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누구보다 태균이를 생각해야 하고 어차피 길게 가야하는 준이를 생각해야 합니다. 완이가 준이방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놀란 듯이 따라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는 못합니다.
완이랑 산 세월 속에 상당부분은 이 놈의 기본적인 배변문제때문에 잃는 게 너무 많습니다. 극심한 감각방어와 추구 역시 빨리 해결해야 하는 급과제이건만 어제와 같은 사건은 다시 한정된 공간으로만 숨어들게 하니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모양새 만들기는 참으로 부모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을 절감! 통감!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서 깨어나기를...
문주란의 계절입니다. 제주도 동쪽 해안은 문주란 지천이 되었습니다. 이 황홀한 향기가 퍼져가고 있는데 세찬 바람왔다고 더 기뻐하는 카이트서핑 족들의 열성서핑 모습이 근사합니다. '태균아 우리도 저거 해볼까?' 하니 태균이 손가락질해가며 하자고 합니다. 카이트서핑이나 도전해볼까요?
첫댓글 애교 떨고 하는것 보면 배변에 관한 의식이 생길만한데 불가사의합니다.
직후에 과자 먹으며 깔깔거리는거 보면 배변문제로 부끄러움을 못 느낀다는 것이니 난감하네요. 그 정도이면 학교에서도 실수가 일어날텐데 그 때마다 보호자 호출 당하고 하면 가정에서 강력한 훈련 들어갈껀데, 효과가 느리니 참 어렵네요. 군것질 끊으면 난리 날 것이고, 부인의 저 넓은 희생 정신에 동감 해 주시는 아빠님도 대단하십니다.
부디 건강에 유념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