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66주년입니다. 잃었던 주권을 찾았지만 우리 힘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기에 일제 찌꺼기를 깨끗이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일제 부스러기가 펄펄 날아다닙니다. 일본은 우리 민족정체성을 없애려고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광복을 맞은 우리는 우리말과 글을 다시 찾았을까요?
지하철 광고판을 보면 이상한 말이 참 많습니다. “더 시프트하겠다, 利티켓, 데이케어센터, ,..” 이런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습니까? 공공기관이 자기 정책이나 조직을 시민에게 알리는 말인데 정작 시민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설프게 장난질 치는 모습을 보니 짜증스럽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외래어를 마구 씁니다. 최근 기사에서 본 것으로 ‘스핀 닥터, 피스아이, 로스컷, 워룸, 베어마켓, 유로존, 더블딥, 골드뱅킹, 코리안 브라더스 어게인 2009, 로드쇼, 파워블로거, 파워 포털, 패닉이냐 진정이냐, 바리스타, 니트족, ,...’ 끝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없는 말이야 어쩔 수 없이 외래어 그대로 써야 하겠지요. 대부분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문분야 말은 더욱 더 심할 것 같습니다. 처음 나타난 외래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쓸 것인가를 정해 퍼뜨리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무슨 무슨 위원회가 매우 많던데, 정작 이런 일을 하는 곳은 없습니다. 정부가 이런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간판, 방송물 이름, 노래말, 일상생활에서 외래어가 우리말을 밀어냈습니다. 노래말에는 영어를 엉성하게 뒤섞어 어느 나라 노래말인지 헷갈립니다. ‘좋다, 잘했다. 알았다, 그래, 맞다.’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을 ‘오케이’라 합니다. ‘잘한다. 힘내라, 아자, 얼쑤, 으라차’ 하면 될 것을 ‘파이팅’이라 외칩니다. 고맙습니다 하면 될 것을 댕큐라 합니다. 파이팅, 오케이, 댕큐를 쓰면 뭐가 좀 있어 보입니까?
외국 영화 ‘In a better world’를 ‘이너베러월드’라고 쓴 것을 봤습니다. 상호를 ‘엔제리너스’라 하기에 뭔가 봤더니 Angel-In-Us입니다. 우리글을 이렇게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쓸쓸하기만 하다, 좋은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소하는 바이다.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또 만날 날을 기약해 봅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손해될 게 없다는 판단입니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임을 밝혀둔다." 이들 문장은 어떻습니까? 겉멋이 들어갔거나 번역투 문장입니다. “참 쓸쓸하다, 좋은 발상이다, 호소한다, 존경을 받을 만하다. 또 만날 날을 기약합니다. 쓴웃음이 난다, 손해될 게 없다고 판단합니다, 신문에 연재했던 글이다.” 이런 정도로 쓰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겉멋도 버리고, 우리 식 표현이고 문장도 짧습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쓰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효율이 높아집니다.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자교육기본법안과 국어기본법 개정안은 한자교육을 의무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글 전용이냐 한자 혼용이냐를 두고도 말이 오갑니다. 모든 학생에게 한자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온 국민이 난중일기, 왕조실록, 목민심서를 원문으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이며,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말 뿌리를 연구하고, 동양학, 고전문학 등 한자를 알 필요가 있는 사람만 한자를 따로 공부하면 됩니다. 온 국민에게 한자 공부하라고 강제할 일이 아닙니다.
나라는 광복을 맞았는지 모르지만 우리말과 우리글은 오히려 침략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자꾸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말과 글은 우리 얼을 이루는 바탕입니다. 얼을 잃은 것을 얼빠졌다 합니다. 얼이 빠지게 내버려둬서는 안됩니다. 우리말과 글은 우리 힘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말과 글을 광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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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공감되는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빛내려고 조선어학회를 만들고 문화독립운동한 일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 사람이 한 두 번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36년 동안 모임을 만들고 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일은 그 어느 독립운동보다도 큰 일입니다. 그런데 광복절에 방송이나 신문도 나라 밖에서 운동을 한 분들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