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2008 하반기 신인상 당선작 김사람시인의 시- 방외 4편
시사랑사람들 동인 김사람 님이 <시전문지>인 <계간 리토피아>< 2008 하반기 신인상> 공모에 당선하였습니다. 육천의 시사랑사람들 회원님이 축하를 드리며 좋은시를 쓰는 詩人으로 거듭나 한국 문단을 빛내주길 바랍니다. 방.냉동인간.모짤토벤 신드롬.장님 M씨는 밤을 무서워 한다.사오정의 후예. 참신한 창작의 발상과 언어의 조미, 지적 관조가 새겨들은 심미적인 시안. 눈의 서정성과 진정성. 탐미적인 귀. 아직 겪어보지못한 세계를 시인만의 눈으로 조망하였으니, 이것이 시작문이라는 문학의 기초요, 이분 독특한 시심이 아닌가 한다. 다섯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의 님을 읽습니다 시 감사드립니다.<李旻影>
시사랑사람들 동인 김사람 님이 <시전문지>인 <계간 리토피아>< 2008 하반기 신인상> 공모에 당선하였습니다. 육천의 시사랑사람들 회원님이 축하를 드리며 좋은시를 쓰는 詩人으로 거듭나 한국 문단을 빛내주길 바랍니다. 방.냉동인간.모짤토벤 신드롬.장님 M씨는 밤을 무서워 한다.사오정의 후예. 참신한 창작의 발상과 언어의 조미, 지적 관조가 새겨들은 심미적인 시안. 눈의 서정성과 진정성. 탐미적인 귀. 아직 겪어보지못한 세계를
시인만의 눈으로 조망하였으니, 이것이 시작문이라는 문학의 기초요, 이분 독특한 시심이 아닌가 한다. 다섯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의 님을 읽습니다 시 감사드립니다.<李旻影>
방 / 김사람
차가 잘 나가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뒤가 묵직하고 찝찝해 시원스레 달리질 못했다 트렁크를 열었다
갈아입을 속옷과 바지에는 당시 가족들 마음 그대로 엉켜붙어 있었고 내가 멋대로 부려놓은 짐더미에 눌린 고무신이 그 누구의 발도 거부하며 형체를 구겼다 아버지를 떠받치며 노심초사하던 터질듯 부풀어 있던 욕창 방지 쉬트, 곰팡이 퍼져 얼룩진 채 긴장을 풀어버렸다
트렁크는 혼자 누워 계시던 어둑한 아버지의 방 검은 산소로 따분한 호흡을 하고 계실 아버지 생각에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하던 시절처럼 한 해가 지나도록 아버지를 등에 업고 달려왔다 평생토록 정리한 적 없던 아버지의 방을 비웠다
동사무소에서 딸아이 출생신고를 한다 방을 하얗게 꾸며야 할 시간이다
장님 M씨는 밤을 무서워 한다 / 김사람
소리들이 멀어져 가는 것은 밤이 오는 증거다 가만히 창에 붙어 숨죽이며 있어야 할만한 위치를 탐색한다 앞은 늘 보이지 않았기에 우아한 곡선 그리며 날아본 기억이 없다 순탄한 길 옆에 두고도 휘청이는 비행 어디든 트인 길일 것만 같은 허공은 난간과 계단을 수시로 이동하며 앞을 가로막았다 힘이 풀려 툭, 떨어질 때마다 날개가 짧아져 가는 것 같아 몸을 뒤집으며 확인을 한다 어두움은 나방의 작은 몸을 드라이아이스처럼 기화시키는 걸까 밤이 되어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 누군가의 체온이 그리울 때면 백열등에 몸을 비비고 창에 머리를 박고 박으며 한참 울어도 본다 어느 순간 세상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 것만 같아 하얀 눈 부릅뜬 채 몰인정한 밤을 지켜보는 것이다
모짤토벤 신드롬 / 김사람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오선지 같은 나무 가지마다 차곡차곡 걸린 음표들이 바람 햇살 새들의 노래를 알맞은 비율로 엮어 화음을 만들었다 그는 머리칼을 쥐어 뜯었다 뿌리까지 말린 파마머리가 그의 뇌까지 헝클어 놓았다 아니다 헝클어진 그의 뇌가 그의 머리를 깊게 말았다 세상은 예상보다 질서 정연한 것들이 자리 틀고 있기에 빈틈 많은 사람들의 머리칼은 탄력을 잃어 구불구불해져 갔다 계절의 끝무렵이 되면 그는 피리를 불었다 음표들이 오선지에서 미끌어졌고 바람은 앰프 하울링처럼 음정 없는 괴성을 토해냈다 불협화음에 놀란 사람들의 귀가 하나둘씩 먹어가자 그는 펜으로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바다로 새들이 레가토로 뛰어들었고 검은 눈이 스타카토로 떨어졌다 나무는 베이스 음정을 찾아 땅의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계절의 끝은 격정적으로 아름다웠다 그는 온전하게 또 한 계절을 인내할 수 있을 것이다 빈틈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냉동인간 / 김사람
심장은 0℃ 이하에서 작동해요 새 환경에 적응하려면 준비가 필요하죠 생이란 순간적으로 뜨거워 금세 얼리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정 때를 기다리면 서늘히 식어 진물 흘리죠 남은 온기 사라지면 가장 얇은 틈 비집으며 파닥대는 그리움의 비린내 냄새가 나 냄새가 나 진저리치다 익사할지 몰라요 속을 서늘히 담금질할 시간이에요 냉기가 거미줄처럼 쩍쩍 들러붙어요 낡은 육체와 포화 상태인 기억, 불에 달군 바늘 끝 같은 그리움이 얼음 두른 박제가 될 거에요 사흘 동안 보관되다 마취 풀리는 날이면 나 또한 꽁꽁 얼어붙어야하겠죠 하늘에 새집 장만한 당신께 조만간 이사 간다는 편지 부칠게요 어머니 찬송가 안주 삼아 소주 드시다 입질 오면 주저 말고 줄을 당기세요, 아버지
사오정의 후예 / 김사람
TV는 귀가 없다 듣지 못하면서 말할 줄 아는 천재다 연출된 언어는 나름 각각의 대화를 짜깁기하고 나는 송곳을 들고 채널 속으로 들어간다
# ch 366 방에 앉아 눈을 끔벅인다 안액 말라 뻑뻑한 소리 귀가 먹먹하다 나의 혓바닥인 듯 거실 문고리가 덜렁거린다 늘어난 스프링의 탄성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경적 울리며 차가 달려와도 지나는 늙은 개의 꼬리가 꼿꼿이 서지 않는다 소통에 대한 의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저들은 타인의 언어를 잊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형식적인 인사조차 외면하는 듣지 못하는 것들
# ch 367 차를 몰아 교차로에 선다 알록달록 표정 바꾸며 명령하는 신호등은 서너 개 말만 하는 앵무새 정지! 직진! 좌회전! 우회전! 4지 선다 중 나의 말 따위에는 관심 없이 선택만을 강요한다 차선을 잘못 들어선 나는 차선과 차에 갇혀 갈 곳을 잃는다 문득 귀 틀어막고 후진기어 넣어 엑셀 꾹, 밟는다
# ch 368 이어폰을 귀에 꼽고 걷는 사람들은 충돌한 차 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각자의 리듬을 타며 걷는다 시청 시계탑 초침은 일정박을 유지하며 지나는 사람 하나하나 지시하고 이탈을 방지한다 검은 선글라스 낀 경찰이 내뱉는 혀차는 소리가 부상자의 마지막 신음 밟아버리고 몸을 뛰쳐나온 붉은 소리마저 하얀 선으로 가둬버린다 무전기로 주고받는 알 수 없는 대화 앞, 떨어져 나간 한쪽 귀가 바닥에서 파닥거린다 "여보오, 내 입에 청진기 좀 대어줘!"
잠을 자기 위해 밖으로 기어나온다 TV에서는 얼굴 벌건 국회의원들이 출연한 100분 토론이 한창이다 출연료 대신 보청기를 사은품으로 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나는 귓구멍을 뚫기 위해 TV를 송곳으로 마구 찌른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김사람님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김사람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