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라진 뒤에 / 조수경 / 한겨레출판
"그들이 사라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들은 일차적으로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지만 다른 의미도 있어 보인다.
"가장 여린 생명들이 보호받는 세상을 꿈꿉니다."라는 작가의 말을 곱씹는다. 지금 여기는 가장 여린 생명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세상이다. 소설은 지금 이 세상에서 여린 생명들이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받는 일들을 잔혹하게 나열한다.
어미가 존재하지 않는 생명이 있을까? 언젠가 읽은 책에서 "아이 낳는" 것이 병원으로 들어오면서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는 과정이 "치료"의 의미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것이 삶에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잉태와 출산 그리고 아이를 기르는 일들이 피해야 할 일로 푸대접받는 것은 아닌지. 거기에 필요를 벗어난 무분별한 "욕망"과 자율이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어미와 자식 간의 관계를 사라지게 한 것은 아닌지.
"선배들이 가끔 그러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진 거라고. 그런데 그게요. 어른들이 한 일이 아니에요.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야.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 거예요." 139 - 140
아이들의 죽음으로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변해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깨어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모두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지만, 어른들은 그 곁을 그냥 스쳐 지나갔다. 209
어른들, 스스로 어느 정도 책임을 가지고 지금 그 자리에서 자신 앞에 놓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앞에 놓인 일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을 때, 그 어른들의 발길에 가장 여린 생명들은 짓밟히고 사라져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신매매, 장기매매, 아동학대 등의 사건들이 나열되었고, 몇몇의 작은 관심으로 우리의 시선을 현장으로 인도하는 일로 작가는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발견된 아이들은 동일한 어른들이 둥지를 튼 우리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첫댓글 이런 게 TV에서 본 아동 학대 뭐 그런 건가.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남의 집 일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122
너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126
사람들은 불편한 건 빨리 잊으려고 하거든요. 왜냐면 자기도 힘이 드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죽어가는 남의 집 아이보다 당장 내 아이 교육 문제가 더 시급하니까. 140
젠장, 아이들만이라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면 얼마나 좋아. 똑같이 보호받고, 똑같이 잘 먹고, 똑같이 꿈도 품고, 그렇게 크면 얼마나 좋아. - 140
나는 왜 신고할 생각을 못 했을까. - 171
가운데 쓰신, 사람들은 불편한 건 빨리 잊으려하고 남의 집 아니보다 당장 내 아이가 급하니까, 이것이 많은 답을 해준다 봅니다. 우선 나부터 내 아이부터 살고 봐야 하니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저 아래 잠재의식에는 내 아이는 잘 살아야 하니까, 남이야 경쟁에서 뒤쳐지는 건 자기 혹은 그 부모 탓이지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경쟁에 오래 찌들다 보면 나의 경쟁에 대한 마음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우리는 반공 교육을 받고 자라, 반공이 나쁜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무엇을 혹은 누굴 미워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는 강한 훈련이라 우리 저 깊은 곳은 어째 자리잡았는지 잘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