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 2024년 가을호 반경환 {사상의 꽃들} 특집 글
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
이 서 빈
비요일
유리창에서 올챙이가 끊임없이 태어난다
한 마리 두 마리
끝없이 줄지어
눈썹 휘날리며 곤두박질치며 헤엄치는 올챙이
다리는 뱃속에서 속도를 굴린다
볼록한 비밀에 싸여있던
앞다리 뒷다리
뿅알 뿅알 뿅알 뿅알
우주 깨고 밖으로 나오면
전생을 까맣게 잊는 순간이다
뱀눈알 냄새가 번지는지
체온보다 뜨거운 속도로
휘릭휘릭 유리창 거침없이 질주하는 올챙이
겨우내 땅속에서 어미 젖꼭지 빨면
촉촉한 휘파람 조용히 불어주던 아비 정이 아니라
올챙이는
뱃속에 두고온
다리를 찾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투명한 헤엄은 올챙이 울음이었다
마음심지 낮추고 보니
개구리는 눈속에 붓다의 염주알 굴리며
올챙이의 무사함을 비는게 보였다
올챙이국수가 되지 말고
개구리는 개구리과 동물의 총칭이고, 그 종류는 2,0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개구리가 알을 낳는 장소는 논이나 연못처럼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곳이며, 개구리 알은 여러 개가 뭉쳐서 수많은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알은 둥글고 투명한 우무질에 싸여 있으며, 이 알들은 몇 차례 분열을 한 후 올챙이가 된다. 올챙이는 개구리와 달리 아가미로 호흡을 하며, 다리가 나오고 아가미와 꼬리가 없어지면 땅으로 올라와 개구리가 된다.
이서빈 시인의 「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은 한 폭의 수채화이며, 그 수채화를 그림이 아닌 언어로 표현한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시가 그림이 된 것이고, 그림이 노래가 된 것이다.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닌 ‘비요일’은 아주 새롭고 특별한 날인데, 왜냐하면 그날은 “유리창에서 올챙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은 비요일이 되고, 비요일은 “한 마리 두 마리/ 끝없이 줄지어/ 눈썹 휘날리며 곤두박질치며” “올챙이”들이 태어난다. 올챙이들의 다리는 “뱃속에서 속도를” 굴리고, “볼록한 비밀에 싸여있던/ 앞다리 뒷다리/ 뿅알 뿅알 뿅알 뿅알/ 우주 깨고 밖으로 나오면/ 전생을 까맣게 잊는 순간이” 다가온다.
이서빈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서 「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의 언어가 탄생하고, 이 언어에 의해서 그 모든 것들이 새로워진다. 날짜에 없는 비요일이 탄생하고, 유리창의 빗방울들은 수많은 올챙이들이 된다. 이 수많은 올챙이들은 마치 동화 속의 어린아기들처럼 “뿅알 뿅알 뿅알 뿅알” 엄마의 우주(투명한 우무질)를 깨고, 또다른 우주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논이나 연못 속의 수중생물인 올챙이가 개구리가 된 것이고, 이 개구리는 새로운 우주인 육지동물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새로운 우주에도 천적인 뱀이 있고, 이 뱀에 의하여 “체온보다 뜨거운 속도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올챙이”의 건강이 확보된다.
올챙이, 올챙이, 끊임없이 유리창에 부딪치는 빗방울들은 투명한 우무질에 둘러싸인 올챙이가 되고, 그 빗방울들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은 엄마의 “뱃속에 두고 온/ 다리를 찾아 달리고” 있는 올챙이들의 그토록 처절한 변신의 과정과도 같다. 이서빈 시인의 「올챙이를 산란하는 비요일」은 동화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성모의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엄마 뱃속의 올챙이들은 모든 근심과 걱정이 없는 어린아기들과도 같지만, 그러나 그 우무질을 뚫고 개구리로 변신을 해야 하는 올챙이는 “붓다의 염주알 굴리며” “올챙이의 무사함을 비는” ‘엄마의 기도’ 없이는 그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다.
이 세계의 근본관계는 천적과 천적의 관계이며, 이 천적의 관계를 너무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면 이 세상의 삶이 없게 된다. 올챙이가 ‘올챙이국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첫댓글 좋은시와 해설 잘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