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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삭스 |
색소폰은 벨기에 출신의 악기 제작자인 아돌프 삭스(1814~1894)에 의해 발명된 악기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삭소폰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영어식 발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색소폰이라 부르고 있다.
아돌프 삭스는 1814년 11월 6일 벨기에의 작은 마을 디낭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재주가 많은 악기 제작자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여러 가지 목관악기, 금관악기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까지 제작하였고 악기 제작과 관련한 10여개의 특허도 갖고 있었다. 아돌프 삭스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공방에서 악기제작에 관한 여러 가지를 보고 자랐으며, 악기 연주에도 재능을 보여 정규 음악 수업도 받았다. 그는 어려서부터도 뛰어난 상상력과 창조정신을 갖고 있어서 16세에 이미 브뤼셀의 산업박람회에 플룻과 상아로 만든 클라리넷을 출품하였으며, 20세 때에는 24개의 키 시스템을 가진 전혀 새로운 클라리넷을 선보였고, 다음에는 베이스 클라리넷을 개량하여 음색을 대폭 개선하였다.
소리 발생법․음계구성원리에 따라 목관악기로 분류
아돌프 삭스가 색소폰 제작을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27세 때인 1841년경으로 알려져 있다. 1842년에는 이미 당대 유명한 작곡가인 베를리오즈가 그의 악기 소리를 들어보고 어느 악기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색을 격찬한 바 있다. 아돌프 삭스는 같은 키 시스템을 갖는 여러 가지 다른 음역의 색소폰 패밀리를 제작하기로 하고 이것을 완성한 것은 1844년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특허를 1846년에 등록하였다.
일반적으로 악기의 기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이올린과 같이 오랜 세월을 통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진화한 결과로 오늘날의 형태가 된 것으로, 많은 악기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다른 종류는 색소폰과 같이 발명자와 발명 시기가 알려져 있는 악기로 색소폰 이외에도 클라리넷, 수우자폰, 피아노 등이 이에 속한다. 아돌프 삭스가 색소폰을 만들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베를리오즈를 비롯한 당시 프랑스의 작곡가들이 목관악기이면서도 음량이 크고 음색이 찬란한 악기를 만들어 보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하기도 하고, 아돌프 삭스 자신이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성격의 악기를 상상하며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끔 음악음향학 강의 시간에 “왜 색소폰은 금속으로 만들어졌는데도 목관악기로 분류됩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구분은 원래 악기의 재질로 구분한다는 개념으로 출발하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소리를 발생시키고 음계를 구성하는가 하는 원리이다. 목관악기이건 금관악기이건 우선 처음에는 관에 불어 넣는 공기에 압력의 시간에 따른 교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초의 시작이다. 트럼펫, 트롬본, 튜바 등의 금관악기는 입술을 마우스피스에 대고 불어줄 때 아래, 위 입술이 상하로 진동하여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1초에 수십, 수백, 또는 수천 번까지 개폐를 반복하여 공기의 흐름을 열었다 닫았다 하여준다. 이에 반해 클라리넷이나 색소폰은 1개의 리드가 진동하여 공기흐름의 통로를 개폐시켜 주며, 오보에나 바순 등의 목관악기는 붙어있는 구조의 2개의 리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동하여 개폐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리코더나 플롯에서는 입술이 진동하는 것도 아니고, 리드가 개폐를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는 모서리에 공기를 불어 넣어주면 관 내부의 공진과 맞물려서 어느 시간 구간에서는 공기가 관 속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시간 구간에서는 공기가 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공기 흐름의 개폐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리드가 존재하지 않지만, 모서리에 공기를 불어 넣어서 리드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을 ‘공기 리드’라고 부른다. 따라서 목관악기에는 플루트나 리코더 등의 공기 리드, 클라리넷이나 색소폰 등의 홑리드, 오보에나 바순 등의 겹리드의 3가지 리드 형태가 존재한다.
목관악기와 금관 악기를 분류하는 또 하나의 관점은 관의 길이를 어떻게 조절하여 여러 가지 다른 음고를 얻어 음계를 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트럼펫이나 튜바와 같이 피스톤 밸브를 가지고 있는 금관악기는 밸브를 누름으로써 여러 가지 다른 길이의 관을 추가시켜서 결과적으로 관의 유효길이를 변화시켜 여러 가지 음고를 얻고 있으며, 트롬본의 경우는 우리가 눈으로 봐도 이해하기 쉽게 슬라이드를 써서 관의 길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반하여 목관악기에서는 관에 뚫어놓은 음공(국악기에서는 지공이라 부름)을 손가락으로 개폐시켜 관의 유효길이를 변화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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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삭스의 4종류 색소폰 (앞: 소프라노 색소폰, 뒤: 좌로부터 앨토, 테너, 바리톤 색소폰) |
이상의 관점에서 보면 색소폰은 발명 초기부터 오늘날의 형태로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리드는 클라리넷과 유사한 홑리드이고, 악기 몸체에 음공을 만들어 개폐시켜 음계를 연주하게 한 것으로 보아 마땅히 목관악기로 분류되어야 한다.
원추형 금속으로 관 만들어 독특한 음색 자랑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색소폰의 리드나 마우스피스는 클라리넷에서 영향을 받아 유사한 형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돌프 삭스의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여기에 연결한 몸체로서, 원추형 형태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관이다. 더구나 고음역의 소프라니노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을 제외하면, 앨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의 색소폰에서는 특유의 아름다운 곡관 형태로 되어 있어서, 눈으로 보기에도 독특할 뿐만 아니라 음향학적으로도 낮은 주파수 성분과 높은 주파수 성분에서의 음파 전달 특성을 제어하는 효과를 갖는다.
클라리넷의 몸체는 단면이 거의 일정한 폐관 형태이어서 악기음의 배음구조가 1,3,5,7 등의 홀수차수 성분이 뚜렷한데 반하여, 색소폰은 원추형 관이어서 오보에나 바순의 경우처럼 모든 정수배의 배음 성분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오보에와 음역이 비슷한 소프라노 색소폰의 소리를 잘 들어보면 오보에의 음색과 매우 유사하게 들린다. 단지 오보에 보다 소리가 더 크고 음색이 더 찬란하게 느껴진다. 음색이 더 찬란하게 들리는 이유는 악기 몸체인 관의 내부 벽이 오보에의 경우는 나무인데 반해 소프라노 색소폰은 매끈한 금속이라서 높은 주파수 성분이 덜 감쇠되는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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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로 통일하기 이전의 벨기에 200프랑 지폐에 인쇄된 아돌프 삭스 |
필자가 현재 베이스 클라리넷 주자로 있는 젤로소 윈드 오케스트라는 아마추어 관악 앙상블이어서 오보에 주자가 없을 때가 많다. 이럴 때에 능숙한 소프라노 색소폰 주자로 하여금 오보에 파트를 조옮김하여 불게하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클래식 음악계의 관행적인 보수성 때문에 지휘자에게 아직 이런 발상을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자면, 소프라노 색소폰은 오보에의 원추형 관을 금속으로 바꾸고 오보에의 겹리드를 클라리넷과 유사한 홑리드와 그에 알맞은 마우스피스로 바꾼 형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아돌프 삭스 자신이 이미 여러 음역의 색소폰 패밀리에 속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색소폰을 만들었고 특허 등록도 하였다고 말하였다. 이 색소폰 패밀리의 특징은 같은 원리의 키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 한 가지 종류의 색소폰만 배워도 다른 음역의 색소폰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앨토 색소폰을 배웠으나 그 후에 소프라노와 테너도 구입하여, 고음 음역에 알맞은 곡은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불어보기도 하고, 앨토보다 낮은 음역에 알맞은 곡은 테너 색소폰으로 불기도 한다. 보통 색소폰 4중주는 소프라노, 앨토, 테너, 바리톤으로 구성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음악대학에서 색소폰을 전공하는 학생은 재학 중에 이들 4가지 색소폰을 모두 섭렵하게 하고 있는데, 아주 좋은 교육 방법이라 여겨진다.
아돌프 삭스가 특허로 등록한 색소폰 패밀리에는 무려 14가지 종류의 색소폰이 있다. 이들을 음역이 높은 쪽으로부터 낮은 쪽으로, 즉 악기의 길이가 짧은 것부터 긴 쪽으로 열거하면, 소프라니노,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소프라노, 알토, 알토, 테너, 테너, 바리톤, 바리톤, 베이스,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이다. 본래 아돌프 삭스 자신도 조와 조의 색소폰은 오케스트라에 사용될 것을 예상하였고, 과 조는 군악대용으로 생각했었다. 오늘날에는 조와 조의 색소폰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과 조의 색소폰 패밀리만 살아남았다고 불 수 있다.
글_성굉모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 이글은 월간 과학과 기술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첫댓글 아하~!그렇구나~~많은 도움이 됐어요~^^
힘들게 올려 주신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금속인데 목관악기라니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금관악기라고 다른사람들한테도 자신있게 말했는데 어쩌죠?ㅠㅠ....
글 올려주신 나팔부는 악어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