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하듯 정신검진 늘고 있다!
코로나·불황 이후 마음치유 상담 3배
◇ 요즘 젊은이들간에는 건강검진하듯 정신건강 상담이 일반화되고 있다. /출처=셔터 스톡
건강 검진하듯이 정신건강 상담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와 경제불황이 이어지면서 마음치유 상담이 3년새 3배로 늘어났다.
조선일보 23일자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에서 파티셰(제과사)로 일하는 이모(30)씨는 2017년부터 2년에 1번 민간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는다. 한 번 상담을 시작하면 3~6개월 동안 일정 간격으로 전문가를 찾아간다고 한다.
“심리 상담은 매년 건강 검진 받듯, 마음 건강을 살피는 거라 생각해요."
만성적인 우울 증상을 겪는 그는 "상담만으로 일상의 모든 우울감을 해소할 수는 없지만 그간 알지 못했던 내 감정들을 발견하고 스스로 돌볼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상담 1회에 9만~10만원을 내는데 "한 번도 비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씨처럼 전문가와 만나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정신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육체적인 문제로 병원을 찾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낌이 없지만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외부에 밝히기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가 운영하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해 약 235만7500여 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8년 대비 약 3.2배가 됐다.
전문가들은 2년 넘는 코로나 사태에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까지 대형 재난이 잇따랐고, 불황 속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고립감도 커지는 등 급격한 사회 변화로 마음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늘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전문가 조언을 통해 실제 효과를 봤다는 사례도 많이 공유되면서, 자기가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외부에 밝히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은 물론, 우울감을 겪는다거나 약을 복용한다는 것 등을 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Z세대(1995년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의 경우 어릴 때부터 TV나 유튜브 등을 통해 심리 상담이나 마음 건강 문제와 관련한 콘텐츠를 자주 접해왔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우울이나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해온 세대여서인지 또래들은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도 일반 병원에 가는 것처럼 느끼는 편"이라고 했다.
최근 기업들도 젊은 직원들을 위해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과 관련된 복지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실제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은 올해 초부터 직원들에게 명상 앱 이용권과 요가 클래스, 심리 상담 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요 학교마다 마련된 교내 심리상담센터도 학생들로 북적이며 몇 달치 예약이 차 있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심리 상담 등을 통해 마음 건강을 돌볼 필요가 커졌는데도, 비용 문제 탓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나 사설 상담센터의 정식 상담료가 평균 회당 10만원 정도인 상황에서, 대학생이나 저소득층 등은 여전히 심리 상담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모바일 앱을 통한 단기 심리 상담은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질 높은 상담을 받으려면 비용은 어느 정도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지만 심리 상담에 대한 공적 보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