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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학원농장과 그주변에 조성된 20만평 규모의 메밀밭. 하얀 꽃너울이 장관을 이룬다.
학원농장 메밀꽃밭 봉평과는 또다른 분위기 연출
망루에 오르면 너울대는 노란 해바라기 물결 감동
국내 최고 꽃무릇 감상지 선운사도 꽃대궐 준비중
▶ 메밀밭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이어지는 고창의 메밀밭은 '메밀꽃밭'의 원조격인 '봉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강원도 평창이 소설로 인해 '메밀꽃'의 대명사쯤으로 불리었지만 근자에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광활한 규모면에서는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이 국내 으뜸이다. 8월말, 9월초가 되면 팝콘처럼 망울을 터뜨린 하얀 메밀꽃이 하늘이
맞닿은 데 까지 펼쳐진다. 봄에는 푸른 보리로 넘실댔던 밭고랑에 초가을이면 메밀꽃이 만개한다.
학원농장에만 10만여평, 주변 농가 것까지 합치면 20만평의 메밀밭이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내려앉기라도 한 듯 온통
하얀 바다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가을바람이 한소끔 불어오기라도 하면 너울대는 하얀 꽃대가 마치 거대한 꽃파도를
연상케 한다.
메밀은 보통 7월 말쯤에 파종하는데, 파종하고 한 달쯤 지나면 꽃이 피기 시작하여 열흘 뒤에 만개한다.
올해는 8월말에 개화해 9월 중하순 까지 자태를 뽐내게 된다. 메밀꽃을 감상하는 데 특별한 시간제약은 없지만
아침이슬을 머금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 메밀꽃 향기를 맡으며 꽃밭을 거닌다면 더 운치 있다.
농장주 진영호씨는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 대기업에서 이사까지 지냈지만 이제는 베테랑 농군으로 변신했다.
국내 경관농업의 대표격인 학원농장은 1960년대 야산을 개간 해 오늘의 광활한 농장을 일구었다.
본래 두루미가 많이 날아들던 곳으로 황새골이라 불렸다. 학원(鶴苑)이란 이름도 학이 많다는 뜻이다.
이즈음 학원 농장을 찾으면 해바라기의 정취에도 흠뻑 젖어 들 수 있다. 해바라기는 본래 여름의 꽃이지만
초가을까지는 그 자태를 볼만하다. 올해 학원농장에는 1만여평의 해바라기밭을 일궜는데 지금은 그 절반 가량이
남아 1~2주는 더 꽃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
학원농장은 봄이면 청보리 밭으로도 유명하다. 여름과 가을에는 해바라기와 메밀, 그리고 겨울이면 푸른 창공에
형형색색의 가오리-방패연이 생기발랄한 꽃이 되어 피어 오른다.
▶ 해바라기
9월의 대지엔 고추잠자리가 부쩍 늘었다. 강렬한 햇살이 아직 무더위를 떠올리게 하지만 한소끔 불어 드는 바람엔
벌써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만개하는 환한 해바라기는 가을의 초입, 마음까지 다 밝게 해준다.
이즈음 고창에 가면 하늘을 향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노란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다.
뭉게구름 아래 넘실대는 해바라기 밭이 장관이다. 반 고흐가 사랑했다던 눈부신 노랑에서는
'태양과 생명에 대한 예찬'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학원농장은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 완만한 능선 위에 훌쩍 자란 해바라기가 바람에 너울대는 모습은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초록잎새와 노랑의 어우러짐은 대지를 흔들어대는 바람 이상으로 경쾌하다.
마치 영화 '해바라기'속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옮겨 놓기라도 한 듯, 이국적 느낌 또한 물씬 풍긴다.
수만여평의 해바라기밭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담아낸다. 바람이 부는 방향, 태양의 위치에 따라 쟁반 같은 해바라기의
얼굴이 방향을 달리한다.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망루에 올라서면 노란 물결의 감동이 물밀듯 밀려 온다.
꽃밭 가까이 에서 바라보던 큼직한 해바라기의 자태와는 사뭇 다르다.
밭 가운데 전망 좋은 곳에는 초가 원두막이 있다. 비바람 몰아치고, 땡볕이 작열하는 동안에도 원두막만큼은 여유가
살아 있는 느릿한 공간이다.
◇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는 가을이면 붉은 꽃무릇으로 장관을 이루는 국내 최고의 꽃무릇 감상지이다.
▶상사화
봄에 붉은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는 가을이면 붉은 꽃무릇으로 장관을 이루는 국내 최고의 꽃무릇 감상지이다.
선홍빛 동백꽃은 초가을 절 주변을 수놓는 꽃무릇의 장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입구 매표소 앞에서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무릇은 매표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계곡변에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듯
붉게 피어있다. 극락교를 건너 도솔암 쪽으로 가다보면 길가에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있어 보다 가까이서
꽃무릇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개화가 좀 늦은 편이다. 선운사 측에서는 9월20을 개화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그 무렵이면 초목에는 여름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을 때이다. 짙푸른 주변 녹음과 붉은 잎이 극명하고도 싱그러운 색상
대비를 이뤄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선운산(355m)은 숲이 울창하고 기암괴석이 많은데, 특히 진흥굴, 도솔암, 용문굴, 낙조대 등 절경들을 품고 있다.
산세가 험하지도 않아 남녀노소 타박타박 담소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편안한 트레킹 코스이다.
왕복 3시간 정도면 도솔암~용문굴~낙조대~도솔암 코스의 산행이 충분하다. 도솔암에서 마주 보이는 천마봉을 향해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영광 칠산 앞바다와 곰소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낙조 포인트가 나선다.
해질녘 서해바다로 사라지며 붉은빛을 토해내는 낙조는 호남의 내금강, 선운산의 진면목을 드러내 준다.
여행메모
▶ 가는 길
◇ 가는 길
학원농장: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빠지자마자 3거리에서 법성포 방면 우회전~15번 지방도. 5분 정도 달린 뒤 3거리
갈림길~무장 방면 좌회전~공음(무장)-동호 3거리에서 좌회전~무장 방면 796번 지방도. 무장읍내 6거리에서 공음 방향
으로 꺾어 4㎞를 달리면 계동 버스승강장이 있다. 그 옆에 한자로 쓰인 '학원농장(鶴苑農場)' 입석이 있다.
선운사: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IC~선운사
▶ 그 밖의 볼거리
고창은 문화유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 조선 초기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고창읍성,
고찰 선운사, 미당문학관, 신재효 생가 등 곳곳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 백합정식
▶ 뭘 먹을까
고창 미식의 대명사격이다. 본래 고창 풍천(인천강)으로 회유하는 장어를 잡아 구이와 탕 등으로 즐겼다.
이제는 회유어족이 풍족치 않아 주로 양식에 의존한다. 고창 읍내와 선운사 입구에 장어집이 성행한다.
고창은 장어 말고도 또 다른 별미가 있다. 백합정식이 바로 그것이다. 청정 심원갯벌에서 캐낸 백합을 구이,
탕, 죽, 회, 초무침 등으로 상에 올린다. 특히 미식가들 사이 봄, 가을 별식으로 통하는 백합은 쫄깃한 육질은
물론 시원한 국물 맛이 속 풀이에 그만이다. 읍내리 다은 회관이 대표적 백합전문 요리집으로 통한다.
워낙 백합 자체의 맛이 좋아 별도의 조미료를 쓰지 않고 국물맛을 내는 것도 특징. 탕, 죽, 구이, 회, 초무침이
한꺼번에 상에 오르는 정식이 2만원(1인 기준), 탕 3만~4만원(3인 기준), 구이 1만~2만원(한 접시), 죽 7000원.
(063)564-6543